디자인 크리틱
Design Critique
관행
시안을 잘했는지 따지는 대신 어떤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를 동료들과 함께 뜯어보는 자리입니다.
등장 배경
시안을 다 그린 디자이너가 그것을 남에게 보이는 방법은 오랫동안 하나였습니다. 화면을 캡처해 채팅방에 올리고 반응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돌아오는 말은 대개 둘 중 하나였습니다. 좋다는 짧은 한마디이거나, 색이 좀 흐리다는 식의 취향 이야기였습니다.
문제는 그 말들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었습니다. 채팅방에 "저는 파란색이 촌스러워 보이는데요" 라는 줄이 올라오면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졌습니다. 대표가 쓰면 다음 날 화면 색이 바뀌었고, 인턴이 쓰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디자이너 쪽도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목록을 왼쪽에 둔 이유를 설명하려면 사용자 조사부터 다시 꺼내야 하는데, 채팅방은 그런 이야기를 할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어긋난 자리는 둘이었습니다. 의견에는 근거가 붙지 않았고, 결정에는 설명이 붙지 않았습니다. 디자인 크리틱은 이 둘을 한자리에 묶으려고 만든 형식입니다. 만든 사람이 먼저 무엇을 풀려던 화면인지 말하고, 보는 사람은 취향 대신 자기가 어디서 막혔는지를 말합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승인이 나오지 않습니다. 승인이 목적이 되는 순간 사람들은 고칠 곳이 아니라 통과할 이유를 찾기 때문입니다.
진행 순서
한 시간짜리 자리에 시안 두세 개를 올리고, 시안 하나마다 다섯 단계를 같은 순서로 밟습니다.
- 맥락 공유 — 만든 사람이 2~3분 안에 무엇을 풀려던 화면인지 말합니다. "무료 플랜을 쓰는 사람이 문서를 열두 개째 만들 때 만나는 화면" 처럼 누가 어떤 상황에서 보는지까지 붙입니다.
- 조용히 보기 — 3~5분간 아무도 말하지 않고 각자 화면을 훑으며 메모합니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의 말이 나머지의 시선을 끌고 가는 것을 막는 단계입니다.
- 질문 먼저 — 의견 전에 사실을 확인합니다. "이 목록은 몇 개까지 늘어납니까" 같은 질문입니다. 이 단계에서 절반은 의견이 사라집니다. 어긋난 줄 알았던 것이 이미 고려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관찰 말하기 — 해법 대신 자기가 막힌 지점을 말합니다. "이 버튼 안 보여요" 가 아니라 "결제 화면에서 다음 단계 버튼을 3초 안에 찾지 못했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앞의 말은 고치라는 지시지만 뒤의 말은 재료입니다.
- 정리 — 만든 사람이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흘릴지 그 자리에서 적습니다. 나온 말을 전부 반영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하는 사람은 만든 사람입니다.
진행자를 한 명 둡니다. 대화가 해법 제안으로 새면 4번으로 되돌리고, 한 사람이 오래 말하면 끊는 역할입니다. 이 역할이 없으면 자리는 20분 만에 각자 자기가 그렸을 화면을 설명하는 시간으로 바뀝니다.
참여자와 시점
같은 일을 하는 디자이너 서너 명이 기본 구성입니다. 판단할 권한이 없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이 이 자리의 조건입니다. 권한이 있는 사람이 한 명 앉으면 나머지는 그 사람의 표정을 읽기 시작하고, 자리는 디자인 리뷰로 바뀝니다.
개발자를 한 명 부르면 얻는 것이 있습니다. 구현이 어려운 지점을 시안 단계에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사람도 판단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제약을 알려 주러 온다는 점을 미리 맞춰 둡니다.
시점은 아직 뒤집을 수 있을 때입니다. 배치만 회색 상자로 그린 와이어프레임 단계나, 색까지 입힌 목업의 초안 정도가 적당합니다. 개발 착수를 이틀 앞두고 여는 크리틱은 이미 결과를 바꿀 수 없어서 감상회가 됩니다. 발산과 수렴을 두 번 되풀이하는 더블 다이아몬드로 보면, 해법을 여럿 펼치는 구간이 크리틱의 자리입니다.
주기는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필요할 때 열기로 하면 대개 열리지 않습니다. 목요일 오전처럼 고정된 칸을 두고 그 주에 올릴 사람이 미리 이름을 적는 방식이 흔합니다.
실무 용례
"이거 크리틱에 한 번 올려 볼게요. 아직 방향이 두 개라서요."
결정을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을 고를지 근거를 모으러 간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해법 말고 어디서 막혔는지만 말해 주세요."
진행자가 대화를 4단계로 되돌리는 말입니다.
"크리틱에서 나온 얘기 중에 두 개만 반영하고 나머지는 안 하려고요."
크리틱의 의견은 지시가 아니라 재료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목요일 오전이 크리틱 자리입니다. 민서가 문서 공유 권한 화면 두 안을 올리고, 권한을 네 단계로 나눈 쪽과 두 단계로 줄인 쪽 중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먼저 말합니다. 태오는 네 단계짜리는 모바일 화면에서 한 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알려 줍니다. 지현은 팀 전체에 한 번에 공유하려 했는데 사람을 한 명씩 고르는 칸만 보여서 30초쯤 헤맸다고 말합니다.
민서는 둘 중 하나만 반영합니다. 태오가 말한 제약은 화면이 깨지는 문제라 바로 고치고, 지현이 헤맨 지점은 한 사람의 경험이라 사용성 테스트에서 다섯 명에게 같은 과업을 시켜 본 뒤에 정하기로 합니다. 이 자리에서 정해진 것은 그것뿐입니다. 어느 안으로 갈지는 다음 주 리뷰에서 정해집니다.
흔한 오해
크리틱을 시안 검사 자리로 아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남에게 무언가를 보이는 자리에는 대개 합격과 불합격이 붙으니 그렇게 짐작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크리틱에는 결론이 없습니다. 끝나도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고 만든 사람의 손에 고려할 거리만 남습니다. 검사로 알고 있으면 디자이너는 다 끝난 시안만 들고 오게 되고, 정작 방향을 바꿀 수 있던 시점은 지나간 뒤입니다.
혹독할수록 좋은 자리라는 오해도 있습니다. 비평이라는 말이 붙어 있으니 날카롭게 말해야 제 역할을 한다고 여기게 됩니다. 실제로 이 형식이 힘을 쓰는 지점은 세기가 아니라 말하는 방식입니다. 어디서 막혔는지를 말하면 그 자체로 충분히 아픈 정보가 전달되고, 만든 사람은 방어하지 않고 들을 수 있습니다. 세기로 승부하는 자리가 되면 사람들은 초안을 숨기고 다 다듬은 것만 들고 옵니다. 그러면 크리틱이 가장 쓸모 있는 시점인 초안 단계가 통째로 비어 버립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 용어 | 끝에 무엇이 남는가 | 디자인 크리틱과의 차이 |
|---|---|---|
| 디자인 리뷰 | 결정 | 이대로 넘길지 무엇을 고칠지가 그 자리에서 정해집니다. 그래서 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과 개발·기획처럼 그 결정으로 일이 바뀌는 사람이 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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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