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의 역설
Simpson's Paradox
개념
전체를 합쳐 보면 한쪽이 나은데 집단별로 쪼개 보면 결론이 뒤집히는 현상입니다.
등장 배경
숫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숫자를 묶는 방식이 결론을 바꿉니다. 같은 데이터에서 두 개의 반대되는 문장이 모두 참일 수 있다는 것을 겪기 전까지는 믿기 어렵습니다.
페이지덱의 가입 화면 실험이 그랬습니다. 현우가 두 주 동안 기존 화면과 새 화면을 나눠 보여 주고 전환율을 셌습니다. 전체로는 기존 화면이 8.0퍼센트, 새 화면이 6.2퍼센트였습니다. 새 화면을 접기로 결론이 나려던 회의에서 지현이 기기별로 쪼개 보자고 했습니다. 쪼개 보니 데스크톱에서는 기존 10.0퍼센트에 새 화면 12.0퍼센트, 모바일에서는 기존 4.0퍼센트에 새 화면 5.0퍼센트였습니다. 두 집단 모두 새 화면이 높은데 합치면 낮았습니다.
계산이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험 기간에 모바일 광고가 돌아 새 화면을 본 사람 가운데 모바일 비중이 훨씬 컸고, 모바일 전환율은 원래 데스크톱의 절반 아래였습니다. 결론을 뒤집은 것은 화면이 아니라 누가 그 화면을 봤는지였습니다.
작동 방식
세 조건이 겹칠 때 생깁니다. 집단이 섞여 있고, 집단마다 기준 값이 다르고, 비교하는 두 쪽의 집단 구성비가 다른 경우입니다.
페이지덱의 숫자를 그대로 펼치면 이렇습니다.
- 데스크톱에서 기존 화면은 2,000명 중 200명이 가입해 10.0퍼센트이고, 새 화면은 500명 중 60명이 가입해 12.0퍼센트입니다.
- 모바일에서 기존 화면은 1,000명 중 40명이 가입해 4.0퍼센트이고, 새 화면은 2,500명 중 125명이 가입해 5.0퍼센트입니다.
- 합치면 기존은 3,000명 중 240명으로 8.0퍼센트, 새 화면은 3,000명 중 185명으로 6.2퍼센트입니다.
전체 값은 각 집단 값의 가중평균입니다. 기존 화면은 전환율이 높은 데스크톱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새 화면은 전환율이 낮은 모바일이 6분의 5를 차지합니다. 가중치가 이렇게 다르면 각 집단의 순서가 그대로여도 합계의 순서는 뒤집힐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쪼갠 변수가 무엇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 쪼갠 변수가 비교 전에 이미 정해진 것이고 결과에도 영향을 준다면 쪼갠 값이 맞습니다. 기기는 사람이 화면을 보기 전부터 정해져 있고 전환율에 영향을 줍니다. 이런 변수를 교란 변수라고 부릅니다.
- 쪼갠 변수가 비교 뒤에 생긴 결과의 일부라면 전체 값이 맞습니다. 가입한 사람만 골라 문서 생성률을 견주면 새 화면이 데려온 사람의 성격이 함께 걸러져서, 쪼갠 값이 화면의 효과를 알려 주지 않습니다.
- 판정이 애매하면 실험 설계로 돌아갑니다. 두 화면에 사람을 무작위로 나눠 배정하면 구성비가 저절로 비슷해지고 이 현상이 애초에 생기지 않습니다. 배정 뒤에 기기 구성비를 확인하는 점검을 붙이는 이유가 여기 있고, 어긋나 있으면 결과를 읽기 전에 배정부터 고칩니다.
쓰이는 곳
비교가 들어가는 자리마다 걸립니다. 자주 나오는 자리가 넷입니다.
- 실험 결과를 읽는 자리입니다. A/B 테스트의 두 집단이 무작위로 나뉘지 않았거나, 나뉜 뒤 한쪽에 특정 유입이 몰리면 결론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 유입 경로별 성과 비교입니다. 광고 채널 둘을 전환율로 견줄 때 한쪽에 신규 방문이 몰려 있으면 합계만으로는 판정되지 않습니다. 채널마다 데려오는 사람의 구성이 다르다는 것이 이 비교의 기본 조건입니다.
- 시기별 비교입니다. 같은 시기에 들어온 집단끼리 묶어 보는 코호트 분석이 이 현상을 피하려고 쓰는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체 잔존율은 신규 유입이 늘기만 해도 내려갑니다.
- 팀이나 지역 비교입니다. 두 팀의 성공률을 견줄 때 맡은 일의 난이도 구성이 다르면 합계가 뒤집힙니다. 어려운 건을 많이 맡은 팀이 항목마다 더 잘하고도 전체 성공률은 낮게 나옵니다.
발견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습니다. 합계가 예상과 반대로 나왔을 때 주요 변수로 쪼개 보는 것이고, 쪼갤 목록을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페이지덱은 기기와 유입 경로와 신규 여부 셋을 기본으로 정해 두고 실험 보고에 그 셋을 항상 붙였습니다. 목록을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만 쪼개게 되고, 그것은 분석이 아니라 원하는 답을 찾는 일이 됩니다.
실무 용례
"전체로는 새 화면이 낮은데 기기별로 보면 둘 다 높습니다."
합계와 쪼갠 값의 방향이 다르다는 보고입니다.
"두 집단의 모바일 비중이 다른데 그대로 비교하면 안 됩니다."
구성비가 어긋난 비교라는 지적입니다.
"쪼갤 변수는 실험 전에 정해 둡시다."
결과를 보고 고르는 일을 막자는 제안입니다.
지현과 현우가 그 실험을 다시 돌릴 때는 기기별로 따로 나눠 배정했습니다. 데스크톱에서 기존과 새 화면이 각각 절반, 모바일에서도 각각 절반이 되게 맞췄습니다. 두 주 뒤 전체 값은 새 화면이 9.3퍼센트, 기존이 7.8퍼센트로 방향이 하나로 모였습니다. 첫 실험의 결론이 틀렸던 것이 아니라 첫 실험의 배정이 틀렸던 것이고, 그 차이를 알아낸 것은 쪼개 본 표 한 장이었습니다.
흔한 오해
쪼개 보면 항상 진실에 가까워진다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이 현상을 처음 겪으면 합계를 믿지 않게 되니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쪼갤 변수를 잘못 고르면 쪼갠 값이 오히려 왜곡됩니다. 비교 뒤에 생긴 결과로 쪼개면 비교 대상의 성격이 함께 걸러지고, 계속 쪼개면 각 칸의 표본이 작아져 어느 방향으로든 그럴듯한 결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쪼개기는 무기가 아니라 가설이고, 어떤 변수로 쪼갤지는 비교를 시작하기 전에 적어 둬야 합니다.
통계 교과서에 나오는 드문 사례라고 보는 것도 흔합니다. 이름이 붙어 있고 예시가 정교하니 실무에서는 잘 안 생길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구성비가 다른 두 집단을 비교하는 일이 매일 일어납니다. 광고를 새로 돌린 주와 돌리지 않은 주, 신규 고객이 몰린 달과 그렇지 않은 달, 기기 구성이 다른 두 실험군이 전부 조건에 들어맞습니다. 이 현상을 특별한 사건으로 기억하면 매일 지나가지만, 합계가 방향과 어긋날 때 쪼개 보는 습관으로 바꾸면 그날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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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