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커

Blocker

개념

다른 팀의 답이나 외부 승인처럼 우리가 당장 풀 수 없는 조건 때문에 더 진행하지 못하게 된 작업 한 건입니다.

등장 배경

진척을 묻는 자리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답은 오래도록 "진행 중" 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말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덮는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 손을 대고 있는 일과 손을 댈 수 없어 멈춰 있는 일이 같은 단어를 씁니다. 보고를 받는 쪽에서는 둘을 구분할 방법이 없으니, 어떤 일이 2주째 같은 자리에 있다는 사실은 기한이 지나고 나서야 드러납니다.

멈춘 일은 조용하다는 점이 더 문제입니다. 잘 굴러가는 일은 결과물이 나오면서 소식이 붙지만, 멈춘 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아무 신호도 내지 않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자기가 기다린다는 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으면 그대로 몇 주가 지납니다.

페이지덱에서도 그렇게 한 건을 놓쳤습니다. 결제 대행사의 응답 형식이 바뀌어 연동 작업이 멈췄는데, 태오는 매일 아침 회의에서 진행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는 첫날 문의 메일을 보낸 뒤 열흘을 기다린 상태였습니다. 출시 일주일 전에 이 사실이 드러났을 때, 기다린 열흘 동안 아무도 대행사에 두 번째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함께 드러났습니다.

작동 방식

멈춘 카드에 표식을 붙여 다른 카드와 구분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상태를 나타내는 칸이 아니라 카드 위에 덧붙는 표시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개발 중 칸에 있든 검수 대기 칸에 있든 붙을 수 있고, 붙는 순간 그 카드는 매일 확인하는 목록으로 올라갑니다. 순서는 넷입니다.

  1. 멈춘 이유가 팀 밖에 있는지 먼저 봅니다. 어려워서 오래 걸리는 일은 여기 해당하지 않습니다. 붙는 것은 기다리는 대상이 분명한 경우입니다. 외부 업체의 회신, 법무 검토, 다른 팀의 배포, 고객의 자료 제공 같은 것들입니다.
  2. 카드에 표시를 붙이고 무엇을 누구에게 기다리는지 한 줄로 적습니다. 칸반 보드는 작업 한 건을 카드 한 장으로 두고 상태별 칸에 늘어놓은 판인데, 대개 빨간 태그나 별도 줄로 이 표시를 드러냅니다. "대행사 회신 대기 · 담당 태오 · 9월 4일부터" 정도면 충분합니다.
  3. 막힌 날짜를 남깁니다. 이 날짜가 있어야 막혀 있던 시간을 나중에 셀 수 있습니다. 카드 하나가 나흘 막혔다면 흔한 일이지만, 지난 분기 카드 서른 장 가운데 열 장이 평균 엿새씩 막혔다면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경로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4. 매일 한 번 쫓습니다. 쫓을 사람을 지정해 두지 않으면 표시만 붙은 채 잊힙니다. 정해 둔 날짜 안에 풀리지 않으면 에스컬레이션으로 넘깁니다. 해결이 안 될 때 상위 담당자에게 넘기는 절차인데, 사흘이 지나면 무조건 넘긴다는 식으로 조건을 미리 숫자로 박아 둡니다.

쓰이는 곳

가장 많이 오가는 자리는 데일리 스크럼입니다. 매일 짧게 진행 상황을 나누는 회의인데, 세 가지를 묻는 형식이 굳어져 있고 그중 하나가 막힌 곳입니다. 이 질문이 회의의 목적에 가깝습니다. 어제 한 일과 오늘 할 일은 보드를 보면 알지만, 막힌 곳은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드 위에서는 WIP 제한과 함께 읽습니다. 한 칸에 동시에 올려 둘 수 있는 카드 수의 상한인데, 막힌 카드를 이 수에 포함할지가 팀마다 갈립니다. 포함하면 막힌 카드가 자리를 차지해 새 일을 못 여니 사람들이 그 카드를 풀러 갑니다. 제외하면 손이 남는 문제는 풀리지만 막힌 카드가 계속 쌓여도 아무 압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대개 포함하는 쪽을 택하고, 대신 오래 막히는 경로를 따로 고칩니다.

숫자를 볼 때도 씁니다. 리드 타임은 요청이 들어온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걸린 시간이고 사이클 타임은 실제로 손을 대기 시작한 뒤부터인데, 둘의 차이가 대기 시간입니다. 막힌 기간을 기록해 두면 그 대기가 어느 상대를 기다린 시간이었는지까지 좁혀집니다.

실무 용례

"이 카드 블로커 걸어 둘게요. 대행사 답이 와야 다음이 됩니다."

내 손을 떠난 이유로 멈췄으니 진행 중으로 세지 말라는 뜻입니다.

"블로커 사흘 넘은 게 두 건이에요. 오늘 규원한테 넘기겠습니다."

정해 둔 기간을 넘겼으니 상위 담당자를 부르겠다는 말입니다.

"그건 블로커가 아니라 그냥 오래 걸리는 일이에요. 표시 빼고 예상 일정을 적읍시다."

기다리는 대상이 없으니 다른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페이지덱은 결제 연동을 놓친 뒤로 보드에 줄 하나를 더 그었습니다. 막힌 카드를 보드 맨 위의 한 줄로 끌어올리고, 그 줄에 올라간 카드에는 막힌 날짜와 쫓는 사람을 반드시 적게 했습니다. 아침 회의는 이 줄부터 읽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효과는 회의 시간이 아니라 두 번째 연락에서 나왔습니다. 예전에는 메일을 보내 놓고 답을 기다렸다면, 이제는 이틀째 아침에 이름이 불리니 전화를 겁니다. 그 사이 대행사 회신을 기다리는 평균 시간이 엿새에서 이틀로 줄었습니다. 기다리는 쪽의 일이 빨라진 게 아니라 쫓는 횟수가 늘어난 결과입니다.

흔한 오해

말하면 변명처럼 들린다고 생각해 미루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진척이 없다는 보고이니 자기 몫을 못 했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실제로는 반대로 읽힙니다. 막힌 곳을 이틀 만에 말하면 팀이 쓸 수 있는 수단이 아직 여럿 남아 있지만, 2주 뒤에 말하면 남는 선택지가 기한을 미루는 것뿐입니다. 늦게 말할수록 개인의 책임이 되고 일찍 말할수록 팀의 문제가 됩니다.

막혔으면 다른 일을 시작하면 된다는 대응도 흔합니다. 손이 놀지 않으니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동시에 붙들고 있는 일의 개수만 늘고 막힌 카드는 그대로 남습니다. 다섯 건을 열어 둔 사람은 그중 하나가 풀렸을 때 돌아오는 데도 시간이 듭니다. 먼저 할 일은 새 카드를 여는 것이 아니라 막힌 카드를 푸는 쪽을 돕거나, 그게 안 되면 상대를 한 번 더 쫓는 것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가리키는가블로커와의 차이
병목전체 흐름의 속도를 결정해 버리는 가장 느린 구간구간의 문제이고 카드 여러 장에 걸쳐 계속됩니다. 사람을 더 붙이거나 앞 칸의 상한을 낮춰 풀고, 블로커는 한 장짜리 문제라 표시해 두고 쫓아서 풉니다

같이 보면 좋은 페이지

  • 칸반

    이 표시가 어떤 판 위에서 쓰이는지 먼저 봅니다

  • 병목

    한 장이 아니라 구간이 막혔을 때 무엇을 보는지 봅니다

  • 에스컬레이션

    쫓아도 풀리지 않을 때 어디로 넘기는지 봅니다

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