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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지어 둔 데이터 센터의 서버를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쓴 만큼 요금을 내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돌릴 바닥을 마련하는 가장 흔한 수단입니다.

등장 배경

서비스를 돌리려면 기계가 필요했고, 기계는 사야 했습니다. 사는 절차는 짧지 않았습니다. 사양을 정해 견적을 받고, 구매 품의를 올려 결재를 받고, 물건이 도착하면 전산실에 넣어 전원과 망을 연결하고 운영체제를 올립니다. 빠르면 3주, 대개 6주가 걸렸습니다.

문제는 그 6주가 수요를 알기 전에 지나가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얼마나 쓸지 미리 맞혀 주문해야 했는데, 맞히는 쪽보다 틀리는 쪽이 훨씬 흔했습니다. 적게 사면 사람이 몰리는 날 서비스가 멈췄고, 많이 사면 전기만 먹는 기계가 전산실에 남았습니다. 어느 쪽이든 되돌리는 데 다시 6주가 필요했습니다.

태오가 겪은 일이 그 6주의 모습입니다. 새 기능의 부하를 재 보려고 서버 한 대를 며칠만 쓰고 싶었는데, 구매 품의를 올리자 이번 분기 예산에 잡혀 있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운영 중인 서버에서 밤에 테스트를 돌렸고, 그 새벽에 접속한 사용자들이 느린 화면을 봤습니다. 며칠짜리 필요에 자산을 사야 하는 구조가 이런 선택을 만듭니다.

클라우드는 이 구조를 바꾼 이름입니다. 기계를 사는 대신 빌리고, 계약이 아니라 화면에서 몇 분 만에 빌리고, 다 쓰면 지워서 요금을 끊습니다. 구매 결정과 사용 결정이 떨어진 자리에서 나머지가 따라옵니다.

해결하는 문제

클라우드가 없애는 것은 기다림과 되돌릴 수 없음입니다. 셋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1. 조달 시간 — 화면에서 사양을 고르고 만들기를 누르면 2분 뒤에 쓸 수 있는 기계가 생깁니다. 앞에서 말한 6주가 여기서 몇 분이 됩니다. 태오의 부하 테스트는 오후에 서버를 만들어 돌리고 저녁에 지우면 끝나는 일이 됩니다.
  2. 수요 예측 — 미리 맞힐 필요가 없어집니다. 사람이 몰리면 그때 늘리고 빠지면 줄입니다. 늘리고 줄이는 판단을 규칙에 맡기는 오토스케일링까지 걸어 두면 새벽에는 2대로 줄고 점심에는 8대로 늘어납니다.
  3. 초기 자본 — 한 번에 크게 나가던 돈이 매달 조금씩 나가는 돈으로 바뀝니다. 800만 원짜리 서버 다섯 대를 사려면 4천만 원이 먼저 필요하지만, 같은 사양을 빌리면 첫 달에 200만 원 남짓이 나갑니다.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은 기술보다 사람 쪽을 더 많이 바꿉니다. 실패의 값이 싸지면 시도가 늘어납니다. 4천만 원짜리 결정을 앞두면 회의를 세 번 하지만, 지우면 끝나는 결정은 그냥 해 보고 아니면 지웁니다.

빌린 자리 위에서 프로그램을 어디에 담을지도 같이 넓어집니다. 물리 서버 한 대를 쪼개 여러 대처럼 쓰는 가상 머신부터, 실행에 필요한 것만 묶어 어디서나 같게 돌게 만든 컨테이너, 서버를 직접 관리하지 않고 함수 단위로 실행하는 서버리스까지 같은 요금 방식으로 고를 수 있습니다.

대안

클라우드가 유일한 선택은 아닙니다. 기계를 마련하는 방식은 크게 셋입니다.

  1. 자체 보유 — 기계를 직접 사서 자기 전산실이나 데이터 센터에 둡니다. 제품을 고객사 서버에 설치해 쓰는 온프레미스도 이 형태입니다. 3년 이상 같은 부하로 돌릴 것이 확실하다면 총비용이 빌리는 쪽보다 낮아집니다. 대신 장애가 나면 새벽에 전산실로 가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2. 코로케이션 — 기계는 사서 소유하되 자리와 전원과 회선은 빌립니다. 전산실 운영 부담은 덜면서 하드웨어 선택권은 쥡니다. 금융처럼 물리적 통제를 요구받는 곳이 자주 쓰는 절충입니다.
  3. 하이브리드 — 둘을 섞습니다. 개인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는 자체 보유 장비에 두고, 트래픽이 출렁이는 앞단만 클라우드에 둡니다. 두 곳을 이어 주는 망과 두 벌의 운영 방식을 감당해야 해서 가장 손이 많이 갑니다.

고를 때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부하가 얼마나 일정한지, 규제가 데이터의 위치를 지정하는지, 새벽에 대응할 사람이 있는지입니다. 부하가 일정하고 인력이 있으면 자체 보유가 싸고, 부하가 출렁이거나 인력이 없으면 빌리는 쪽이 쌉니다. 페이지덱은 시리즈 A 직후에 45명이 전부라 후자에 해당합니다.

실무 용례

"이번 부하 테스트용 인스턴스는 클라우드에 띄우고 끝나면 바로 지울게요."

며칠만 쓸 자원이니 자산으로 사지 않고 빌려서 처리하겠다는 뜻입니다.

"클라우드 비용이 지난달 대비 40퍼센트 늘었는데 원인부터 봅시다."

요금이 쓴 만큼 나오는 구조라 어딘가에서 안 쓰는 자원이 돌고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 고객은 데이터가 국내에 있어야 한다고 해서 서울 리전으로 잡았습니다."

저장 위치를 고를 수 있으니 규제 요구에 맞춰 지역을 지정했다는 뜻입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말이 가장 자주 오가는 자리는 월초 비용 점검입니다. 태오가 지난달 청구서를 항목별로 열면 규원이 늘어난 줄을 짚습니다. 원인은 대개 셋 중 하나입니다. 실험하려고 만들고 지우지 않은 기계, 필요 이상으로 크게 잡은 사양, 지운 줄 알았는데 남아 있는 저장 공간입니다. 사는 방식에서는 이런 낭비가 구매 시점에 걸러졌지만, 빌리는 방식에서는 아무도 막지 않고 매달 조용히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태오는 만들 때 용도와 만든 사람과 지울 날짜를 꼬리표로 붙이게 해 뒀습니다. 어떤 구성을 화면에서 클릭해 만드는 대신 파일에 적어 두고 실행하는 코드형 인프라를 쓰면 이 꼬리표가 자동으로 붙습니다.

흔한 오해

클라우드가 항상 싸다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서버를 사지 않아도 되니 싸 보이고, 처음 몇 달은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요금은 쓴 시간과 양에 비례하므로 규모가 커지면 그래프가 교차합니다. 부하가 일정한 서비스는 일정 규모를 넘기면 3년 총비용이 자체 보유보다 높아집니다. 싸게 쓰려면 안 쓰는 것을 끄는 일을 누군가 계속해야 하는데,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맡기지 않은 팀이 1년 뒤 청구서를 보고 놀랍니다.

관리가 필요 없어진다고 읽는 것도 흔합니다. 기계를 만지지 않으니 운영이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사라진 것은 하드웨어 교체와 전산실 출입이고, 대신 접근 권한 설정과 백업과 비용 관리가 생깁니다.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는지도 이제 정해야 할 값입니다. 서버를 미국 리전에 두면 개인정보를 해외로 옮겨 처리하는 국외 이전에 해당해 별도 고지와 동의가 필요합니다. 리전 선택 화면의 기본값을 그대로 둔 것이 법적 의무를 만드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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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