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자인

Co-design

관행

사용자나 이해관계자를 설계하는 자리에 직접 앉혀, 화면과 흐름을 함께 그려 가며 만드는 방식입니다.

등장 배경

사용자의 말을 듣는 방법은 전부터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설문을 돌리고, 쓰는 모습을 옆에서 봤습니다. 다만 그 방법들은 모두 듣고 돌아와서 디자이너가 해석하는 구조였습니다.

해석하는 동안 빠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페이지덱에서 민서가 권한 설정 화면을 맡았을 때가 그랬습니다. 고객사 담당자 인터뷰를 두 건 하고 돌아와 화면을 그렸는데, 보여 줄 때마다 "저희 회사에선 그렇게 안 돼요" 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두 주 동안 세 번을 고쳤고 세 번 다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 담당자들 머릿속에 조직도와 결재선이 통째로 들어 있는데, 인터뷰에서는 그것을 말로 다 꺼내지 못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질문을 받은 만큼만 답하게 되고, 자기에게 너무 당연한 것은 말할 거리로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코디자인은 해석 단계를 아예 빼 버립니다. 그 사람을 회의실에 앉히고 종이 위에 같이 그리게 하면, 말로 꺼내지 못하던 구조가 손에서 먼저 나옵니다.

진행 순서

워크숍 한 번을 주제 좁히기, 준비, 현재 흐름 훑기, 각자 그린 뒤 합치기, 정리의 다섯 단계로 돌립니다.

  1. 무엇을 함께 그릴지 한 문장으로 좁힙니다. "권한 설정 화면" 정도까지 좁혀야 합니다. "제품 전반" 으로 열어 두면 두 시간 내내 불평만 듣다 끝나고, 나온 이야기를 어디에 쓸지도 정해지지 않습니다.
  2. 사람을 고르고 준비물을 챙깁니다. 준비물은 종이로 인쇄한 빈 화면 틀, 펜, 붙였다 뗄 수 있는 조각입니다. 화면 설계 도구를 켜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도구를 띄우는 순간 그것을 다룰 줄 아는 사람만 손을 대고 나머지는 구경하는 자리가 됩니다.
  3. 지금 흐름을 15분 정도 같이 훑습니다. 현재 화면을 띄워 놓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한 번 따라가 봅니다.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회사에서 왔을 때 출발점을 맞추는 단계입니다.
  4. 각자 5분 동안 혼자 그린 다음 돌아가며 설명합니다. 혼자 그리는 시간을 먼저 두는 이유는 처음 입을 연 사람의 안에 나머지가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설명이 끝나면 겹치는 부분을 모아 한 장으로 합칩니다.
  5. 합의된 것과 갈린 것을 나눠 적고 끝냅니다. 갈린 것은 그 자리에서 결정하지 않습니다. 참여자는 자기 사정을 아는 사람이지 이 제품의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끝나고 남은 종이는 화면 시안이 아닙니다. 반응을 보려고 임시로 구현한 프로토타입으로 옮기고 다듬는 일은 그 뒤에 디자이너가 합니다.

참여자와 시점

부르는 사람은 그 화면이 바뀌면 실제로 일이 달라지는 사람입니다. 페이지덱의 권한 설정 화면이라면 고객사에서 실제로 권한을 나눠 주는 담당자, 그 문의를 매일 받는 내부 고객 지원 담당, 도입 초기를 함께 겪는 수아가 대상입니다. 인원은 넷에서 여섯 사이가 적당하고 여기에 진행을 맡는 사람과 기록을 맡는 사람이 따로 붙습니다.

부르지 않는 편이 나은 사람도 있습니다. 결정 권한은 있는데 그 일을 직접 하지는 않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한 번 의견을 내면 나머지가 입을 닫고, 두 시간짜리 자리가 한 사람의 생각을 확인하는 자리로 바뀝니다. 꼭 참여해야 한다면 다른 참여자들이 다 그린 뒤 마지막에 듣게 자리를 배치합니다.

시점은 문제를 좁히는 구간입니다. 넓혔다 좁히기를 두 번 반복하는 더블 다이아몬드로 보면 첫 번째 다이아몬드에 해당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때 값이 가장 큽니다. 반대로 안이 이미 하나로 정해진 다음에 열면 사실상 승인을 받는 자리가 되는데, 그 자리에는 디자인 리뷰라는 다른 절차가 따로 있습니다.

자주 열 수 있는 자리도 아닙니다. 바깥 사람 서넛의 두 시간을 얻어 와야 하고, 준비와 정리까지 치면 진행하는 쪽도 이틀이 듭니다. 분기에 한 번, 팀 안에서 몇 주째 결론이 안 나는 주제 하나에 씁니다.

실무 용례

"이건 우리끼리 정하지 말고 코디자인으로 갑시다. 고객사마다 결재선이 달라서 우리가 못 그려요."

내부 정보만으로는 화면이 나오지 않으니 바깥 사람을 설계 자리에 앉히자는 제안입니다.

"다음 주 코디자인에는 실제로 권한을 나눠 주시는 분들로 세 분만 불러 주세요."

직책이 아니라 그 일을 직접 하는 사람으로 참여자를 고르라는 뜻입니다.

"코디자인에서 나온 종이 중에 세 장이 거의 같은 모양이었어요. 거기부터 가겠습니다."

서로 모르는 참여자들이 같은 구조를 그렸으니 그 부분은 검증된 것으로 보고 출발하겠다는 말입니다.

앞의 권한 설정 화면은 결국 코디자인으로 풀렸습니다. 민서가 고객사 담당자 셋을 불러 빈 화면 틀을 나눠 주고 각자 자기 회사에서 권한을 어떻게 주는지 그려 보게 했습니다. 30분이 지나자 세 장이 나왔는데, 세 장 다 승인 단계가 없었습니다. 누군가 새로 들어오면 관리자에게 알림만 가고, 문제가 있을 때 되돌릴 수 있으면 된다는 모양이었습니다.

민서가 두 주 동안 다듬던 것은 3단계 결재 화면이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는 말을 들었고 그 말을 결재 흐름으로 옮겼는데, 그들이 말한 승인은 문서 결재가 아니라 알림을 보고 이상하면 막는 정도였습니다. 말로는 같은 단어였던 것이 그림에서는 전혀 다른 화면이었습니다.

흔한 오해

사용자가 그려 준 것을 그대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쓰는 사람이 직접 그렸으니 가장 정확한 답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참여자가 종이에 올린 것은 해법이 아니라 자기 일의 구조입니다. 다섯 회사를 불러 그대로 만들면 화면이 다섯 개가 되고, 그중 어느 것도 나머지 네 곳에서 쓰이지 않습니다. 그 다섯 장에서 반복되는 부분을 뽑아 하나의 화면으로 세우는 일은 여전히 디자이너 몫입니다.

의견을 듣는 자리와 같은 것으로 아는 것도 흔합니다. 둘 다 사람을 불러 앉히니 구분이 잘 안 갑니다. 그러나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는 참여자가 만들어진 것을 보고 말하고, 코디자인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없는 종이에 참여자가 직접 손을 댑니다. 이 차이를 넘기면 완성된 시안을 띄워 놓고 코디자인이라고 부르게 되는데, 그렇게 열린 자리에서 나오는 것은 만든 것에 대한 평가뿐입니다. 만든 것을 놓고 근거를 따지는 자리는 디자인 크리틱이라는 이름을 따로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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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