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시어지 MVP
Concierge MVP
방법
제품을 만들지 않고 사람이 직접 손으로 서비스를 해 주면서 수요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등장 배경
만들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생각이 오래 기본값이었습니다. 좋아 보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개발팀을 붙여 반년을 쓰고, 다 만든 다음에 내보내고, 그제야 사람들이 쓰는지 봤습니다. 반응이 없으면 그 반년이 통째로 사라졌고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아이디어가 틀린 것인지, 화면이 불편한 것인지, 알릴 방법이 없었던 것인지 구분할 근거가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게 만들자는 말이 나온 뒤에도 문제는 남았습니다. 작게라도 만들려면 화면을 그리고 서버를 붙여야 하고, 그러면 최소한 몇 주가 듭니다. 아직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에 몇 주를 넣는 일이 계속됐습니다.
컨시어지 MVP 는 여기서 순서를 뒤집습니다. 만들 것을 줄이는 대신 아예 만들지 않고, 사람이 손으로 그 서비스를 해 줍니다. 페이지덱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 이렇습니다. 팀이 쌓아 둔 문서를 매주 한 장으로 정리해 주는 기능을 구상하던 지현이, 개발 일정을 잡는 대신 고객사 여덟 곳에 연락해 금요일마다 저희가 직접 정리해 보내 드리겠다고 제안했습니다. 3주 동안 지현이 손으로 썼고, 그 3주가 끝났을 때 팀은 반년 걸릴 개발로도 못 얻었을 답을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사용 절차
확인할 것을 정하고, 소수에게 손으로 해 주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순서로 돕니다. 기록이 빠지면 실험이 아니라 그냥 대행 업무가 되므로 여기가 절차의 중심입니다.
- 무엇을 확인할지 한 문장으로 적습니다. 참인지 거짓인지 가려낼 수 있게 적은 추측을 가설이라고 하고, 여기서는 확인할 가설이 하나여야 합니다. 페이지덱의 문장은 이랬습니다. 문서가 쌓인 팀은 주간 요약을 받으면 계속 받고 싶어 한다.
- 대상을 다섯에서 열 명 사이로 고릅니다. 불편을 가장 세게 겪고 있어서 완성도가 낮아도 먼저 써 보는 층을 얼리어답터라고 하고, 그런 사람을 찾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이미 불평을 해 온 고객이 가장 좋은 후보입니다.
- 무엇을 언제까지 해 줄지 약속하고, 사람이 직접 한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숨기지 않는 것이 이 방식의 조건입니다. 숨기면 그것은 오즈의 마법사 MVP가 되고 지켜야 할 것이 달라집니다.
- 손으로 해 주면서 매번 기록합니다. 무엇을 물어봤는지, 무엇을 만들어 줬는지, 몇 분이 걸렸는지 셋을 남깁니다. 지현은 여덟 곳에 한 번 보내는 데 평균 40분이 들었다는 기록을 남겼고, 그 숫자가 나중에 자동화 여부를 정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 반복되는 것과 매번 다른 것을 가릅니다. 여덟 곳 모두에서 같은 모양으로 반복된 일이 자동화할 대상이고, 고객마다 달랐던 판단은 당분간 사람이 계속 맡습니다.
- 멈출 기준을 미리 정해 둡니다. 페이지덱은 4주 뒤에도 절반 이상이 계속 받고 싶어 하면 만들고, 아니면 접기로 정했습니다. 기준을 나중에 정하면 들인 시간이 아까워서 계속하게 됩니다.
적합한 상황과 한계
이 방식이 맞는 자리는 수요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초기입니다. 만드는 비용이 0에 가까워서 아이디어가 틀렸을 때 잃는 것이 며칠뿐입니다. 사람의 판단이 많이 들어가는 서비스일수록 더 잘 맞습니다. 무엇을 자동화해야 하는지를 상상하지 않고 해 보면서 알아내기 때문입니다. 한 건의 값이 크고 고객 수가 적은 기업 대상 제품에서도 자연스럽습니다. 어차피 초기 고객이 열 곳 남짓이라 손으로 감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못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 규모를 재지 못합니다. 스무 명을 넘기면 사람 손으로 감당이 되지 않고, 그 이상에서 어떻게 될지는 이 실험이 알려 주지 않습니다. 부하가 늘어도 감당할 수 있는 성질인 확장성은 다른 방법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 무엇이 좋았는지 갈라내기 어렵습니다. 사람이 하면 상대에 맞춰 잘해 주기 마련이라, 반응이 좋았던 이유가 아이디어인지 지현이 잘해서인지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록에 무엇을 해 줬는지 남기고, 그중 사람만 할 수 있었던 부분을 표시해 둡니다.
- 오래 끌면 팀이 갇힙니다. 매주 40분씩 여덟 곳을 감당하는 동안 다른 일이 멈춥니다. 4주에서 6주를 넘기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그때까지 답이 안 나오면 질문이 잘못된 것입니다.
실무 용례
"이거 만들기 전에 제가 열 곳만 직접 해 보고 올게요. 2주면 됩니다."
개발 일정을 잡지 말고 먼저 손으로 확인하자는 제안입니다.
"컨시어지로 4주 돌렸는데 여덟 중 다섯이 계속 받고 싶다고 했어요. 이제 만들어도 될 것 같아요."
멈출 기준을 미리 정해 두고 그것을 넘겼다는 보고입니다.
"그건 컨시어지가 아니라 그냥 외주죠. 뭘 배우려는 건지가 없잖아요."
확인할 가설 없이 사람 손으로 서비스만 하고 있는 상태를 지적하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방식이 실제로 쓰이는 자리는 로드맵 회의입니다. 새 기능 후보가 올라오면 규원이 이걸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고 묻고, 태오가 두 달이라고 답합니다. 그러면 지현이 두 달을 쓰기 전에 컨시어지로 3주만 돌려 보자고 제안합니다. 그 3주 동안 개발팀은 다른 일을 하고, 3주 뒤 회의에서 지현이 기록을 펼칩니다. 여덟 곳 중 몇이 계속 원했는지, 매번 무엇을 물어야 했는지, 한 건에 몇 분이 걸렸는지가 거기 적혀 있습니다.
흔한 오해
제대로 만들 여유가 없을 때 쓰는 임시방편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이 손으로 한다는 점만 보면 어설픈 임시 대응처럼 보이니 그렇게 읽힙니다. 하지만 이 방식의 목적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 둔 질문에 답을 얻는 것입니다. 확인할 가설과 멈출 기준과 기록이 없으면 컨시어지 MVP 가 아니라 그냥 사람이 대신해 주는 일입니다. 그대로 두면 몇 달 뒤에 팀은 지쳐 있고 남은 것은 고객 여덟 곳에 대한 인상뿐인 상태가 됩니다.
반응이 좋았으니 사업이 된다고 읽는 것도 흔합니다. 고객이 돈을 내고 만족했다면 그렇게 보일 만합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확인된 것은 수요이지 수지가 아닙니다. 한 건에 40분이 드는 일을 월 3만 원에 해 주고 있었다면, 고객이 늘수록 손해가 커집니다. 거래 한 단위에서 얼마가 남는지를 보는 유닛 이코노믹스는 자동화한 뒤에 다시 계산해야 하고, 그 계산이 맞지 않으면 수요가 있어도 접는 쪽이 맞습니다.
같이 보면 좋은 페이지
- MVP
컨시어지가 어떤 선택지들 사이에 놓인 수단인지 전체를 먼저 봅니다
- 오즈의 마법사 MVP
사람이 뒤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을 숨길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비교합니다
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