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런스 콜
Reference Call
관행
계약을 앞둔 고객이 이미 그 제품을 쓰는 다른 고객과 직접 통화해 실제 경험을 듣는 자리로, 마지막 의심을 덜 때 씁니다.
등장 배경
파는 쪽이 내미는 자료에는 실패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발표 자료에 실리는 도입 사례는 잘된 곳이고, 숫자는 가장 잘 나온 달의 값입니다. 자료를 만드는 사람이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라 고를 수 있는 것 중에서 좋은 것을 고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는 쪽은 자료를 다 읽고도 "정말 그렇게 되나" 라는 질문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그 질문은 회의실 안에서 풀리지 않았습니다. 실무 팀장이 "이거 실제로 쓰는 회사에서는 문제 없었어요?" 하고 물으면 영업 담당자가 "다들 만족하고 계십니다" 하고 답했습니다. 파는 쪽이 자기 제품을 보증하는 말은 아무 무게가 없어서, 그 대화가 끝나도 상대의 확신은 한 칸도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조건은 다 맞았는데 서명만 몇 주씩 미뤄지는 거래가 여기서 생겼습니다.
레퍼런스 콜은 답하는 사람을 바꿉니다. 같은 질문을 파는 쪽이 아니라 돈을 내고 쓰고 있는 다른 회사의 담당자에게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팔 이유가 없으니 불편한 점도 말합니다. 오히려 그 불편한 대답이 신뢰를 만듭니다. "처음 두 달은 자료 옮기느라 고생했어요" 라는 말을 들은 고객은 그 뒤에 나오는 "지금은 잘 씁니다" 를 믿습니다.
진행 순서
순서는 여섯 단계입니다. 통화 자체는 30분이지만 준비에 며칠이 걸립니다.
- 요청을 받거나 먼저 제안합니다. 상대가 먼저 부탁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건은 맞는데 결정이 미뤄질 때 파는 쪽이 꺼내기도 합니다.
- 비슷한 고객을 고릅니다. 규모와 업종과 쓰는 방식이 가까운 곳이어야 합니다. 구성원 200명 회사에 300명 규모 고객을 붙이면 맞고, 스무 명짜리 팀을 붙이면 "우리랑 상황이 다르네요" 로 끝납니다.
- 기존 고객에게 부탁합니다. 통화 목적과 상대가 누구이고 몇 분이 걸리는지를 밝혀 동의를 받습니다.
- 자료를 미리 보냅니다. 통화 전에 케이스 스터디를 보내 둡니다. 케이스 스터디는 한 고객의 도입 전후를 숫자와 함께 정리한 글로, 이걸 먼저 읽고 오면 30분을 기본 설명에 쓰지 않아도 됩니다.
- 통화합니다. 파는 쪽은 서로를 소개하고 빠집니다. 같은 통화에 남아 있으면 상대가 불편한 질문을 못 합니다.
- 이후를 정리합니다. 통화가 끝나면 상대에게 남은 질문이 무엇인지 묻고, 부탁을 들어준 고객에게는 결과를 알려 줍니다.
부탁받는 쪽도 시간을 내는 일이라서, 한 고객사에 반복해 부탁하면 관계가 상합니다. 말해 줄 만한 고객을 서너 곳 미리 확보해 두고 돌려 쓰는 것까지가 준비에 들어갑니다.
참여자와 시점
통화에 들어가는 사람은 양쪽에서 한두 명씩입니다. 기존 고객 쪽에서는 제품을 매일 쓰는 실무 팀장이 나옵니다. 그 회사 임원이 나오면 도입을 결정한 배경은 잘 말하지만 실제로 쓰면서 겪은 것은 모릅니다. 잠재 고객 쪽에서는 챔피언이 들어옵니다. 챔피언은 고객사 안에서 이 제품을 밀어 주는 사람으로, 사내 설득에 쓸 근거를 모으는 것이 이 통화의 목적입니다. 의사결정권자가 함께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는 질문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실무자는 쓰기 불편한 구석을 묻고 결정권자는 계약 후 지원이 어땠는지를 묻습니다.
시점은 대체로 마지막입니다. 제품 설명과 가격 협의가 끝나고 클로징만 남은 자리에서 씁니다. 이 단계에 남은 것은 기능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이 회사와 2년을 같이 가도 되는가" 라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보안 점검표를 고객사 보안 담당자가 검토하는 기간과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이르게 꺼내면 손해입니다. 첫 상담 직후에 레퍼런스 콜을 붙이면 상대가 아직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 통화가 제품 소개로 흘러가고, 나중에 정작 필요한 시점에 같은 고객에게 다시 부탁할 수 없습니다. 한 거래에 쓸 수 있는 횟수가 사실상 한 번이라서 아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실무 용례
"조건은 다 맞는데 임원분이 불안해하셔서, 비슷한 규모 고객사 레퍼런스 콜 한 번 잡아 주실 수 있나요?"
내부 설득에 파는 쪽 말이 아닌 근거가 필요하다는 요청입니다.
"레퍼런스 콜 나갈 고객사 세 곳은 미리 동의받아 두자고요."
필요할 때 급히 구하지 말고 명단을 관리해 두자는 말입니다.
"이번엔 저희 빠지고 두 분이서 30분 편하게 얘기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파는 쪽이 자리에 없어야 솔직한 대화가 나온다는 판단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구성원 200명이 넘는 고객사의 계약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단계입니다. 수아가 상담 중에 상대가 결정을 미루는 이유가 기능이 아니라 미더움이라고 판단하면 레퍼런스 콜을 제안합니다. 명단은 따로 관리합니다. 규모와 업종이 다른 고객사 네 곳에 미리 동의를 받아 두고, 같은 곳에 반년 안에 두 번 부탁하지 않습니다.
통화가 끝나면 수아는 잠재 고객에게 무슨 이야기가 나왔는지를 굳이 캐묻지 않습니다. 대신 "남은 질문이 있으신가요" 만 묻습니다. 통화 내용을 확인하려 들면 그 자리를 만든 취지가 무너지고, 부탁을 들어준 고객사에게도 말이 새는 셈이 됩니다.
흔한 오해
파는 쪽이 대본을 짜서 좋은 말만 하게 만드는 자리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을 고르는 것이 파는 쪽이니 그렇게 읽히기 쉽습니다. 다만 고를 수 있는 것은 누구를 붙일지까지이고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할지는 통제할 수 없습니다. 통제하려 들면 오히려 해롭습니다. 통화에 파는 쪽 담당자가 남아 있거나 미리 할 말을 맞춰 둔 기색이 보이면 상대는 그 통화 전체를 광고로 받아들이고, 안 했을 때보다 신뢰가 더 떨어집니다.
요청이 들어오면 계약이 거의 확정이라고 보는 것도 흔합니다. 마지막 단계에 나오는 절차라서 그렇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통화는 거래를 닫는 장치가 아니라 확인하는 장치라서 반대 방향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기존 고객이 지원 응답이 느렸다고 말하거나 쓰다가 포기한 기능을 언급하면 거래가 그 자리에서 식습니다. 통화를 잡았다는 사실만으로 예측에 성사된 거래로 올려 두면 분기 마지막 주에 숫자를 다시 고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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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