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덱

Pitch Deck

산출물

미팅에서 화면에 띄우고 말로 설명하는 열 장 남짓의 발표 자료로, 고객이 다음 단계로 넘어오게 만드는 데 씁니다.

등장 배경

정해진 자료 없이 미팅에 들어가던 시절에는 같은 제품을 두고도 담당자마다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기능을 처음부터 열거했고, 어떤 사람은 회사 연혁과 투자 이력부터 꺼냈습니다. 상대가 무엇에 걸려 있는지 모르는 채 말을 시작하니 순서가 매번 달라졌고, 잘 된 미팅과 안 된 미팅의 차이가 무엇이었는지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팅은 자주 같은 모양으로 끝났습니다. 40분 동안 기능 스무 개를 소개하고 나면 상대가 "좋네요, 내부에서 검토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하고 일어섭니다. 무엇이 좋았는지, 자기 회사의 어떤 문제에 닿았는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연락은 오지 않습니다.

피치덱은 그 40분의 순서를 고정하려고 만든 자료입니다. 말솜씨에 맡기던 부분을 장 넘기는 순서로 바꿔 놓은 것이라, 처음 파는 사람도 같은 길을 따라갈 수 있고 어느 장에서 상대가 멈추는지를 미팅마다 비교할 수 있습니다.

구성 항목

열 장에서 열다섯 장 사이가 표준이고, 들어가는 것과 그 순서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1. 고객이 겪는 문제 — 상대가 이미 알고 있는 불편을 우리 말로 다시 꺼냅니다. 여기서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으면 뒤는 다 소용이 없습니다.
  2. 지금 방식으로 버틸 때 드는 비용 — 그 불편을 그대로 두면 한 해에 얼마가 새는지를 숫자로 붙입니다. 자리가 좁으면 ROI 계산기로 넘겨 상대가 자기 회사 숫자를 직접 넣게 합니다.
  3. 우리 해법 — 기능 목록이 아니라 그 문제가 어떻게 없어지는지를 한 장으로 씁니다.
  4. 실제 화면 — 캡처 두세 장이면 됩니다. 말로만 설명한 제품과 화면을 본 제품은 상대의 기억에 다르게 남습니다.
  5. 도입 사례 — 비슷한 규모와 업종의 고객 이름과 성과를 답니다. 더 자세한 것을 물으면 도입 전후를 숫자로 정리한 케이스 스터디를 따로 건넵니다.
  6. 가격 — 인원당 얼마인지와 한 해 총액을 함께 적습니다. 이 장을 빼고 미팅을 끝내면 상대는 금액을 몰라서 검토를 시작하지 못합니다.
  7. 다음에 할 일 — 다음 미팅 날짜, 시험 사용 개설, 자료 전달 가운데 하나를 구체적으로 제안합니다.

순서가 이렇게 굳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품을 앞에 두면 상대는 자기 문제와 이어 볼 근거가 없는 상태로 기능을 듣습니다. 문제와 비용을 먼저 세워 두면 뒤에 나오는 기능이 전부 그 문제에 대한 답으로 읽힙니다. 장수를 줄일 때도 이 뼈대는 남기고 안쪽을 덜어 냅니다.

작성자와 독자

만드는 쪽은 둘이고 읽는 쪽은 셋입니다.

만드는 쪽은 제품 마케팅과 영업입니다. 제품 마케팅이 말의 뼈대와 사례를 대고, 영업이 실제 대화에서 통한 문장을 되먹입니다. 한쪽만 만들면 티가 납니다. 영업이 혼자 만든 판은 미팅마다 조금씩 달라져 여덟 개가 생기고, 마케팅이 혼자 만든 판은 현장에서 아무도 쓰지 않습니다.

읽는 쪽은 한 사람이 아닙니다. 한 거래에는 제품을 쓸 실무 담당자, 돈을 승인할 결정권자, 위험을 따질 검토자가 함께 관여하고, 이 묶음을 구매 의사결정 조직이라고 부릅니다. 피치덱이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은 첫 번째, 미팅에 들어온 실무 담당자입니다. 결정권자는 대개 그 자리에 없고, 검토자는 따로 보안 점검표를 보내옵니다. 그러니 피치덱의 목표는 세 사람을 다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미팅에 온 한 사람이 자기 조직 안에서 이 이야기를 옮길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 다음이 중요합니다. 실무 담당자가 윗선에 전달할 한 장, 도입 효과를 금액으로 바꿔 줄 계산기, 마지막 의심을 덜어 줄 레퍼런스 콜이 뒤에 붙습니다.

실무 용례

"이번 주 미팅은 피치덱 다 넘기지 말고 3번 장까지만 하고 질문 받읍시다."

문제와 비용까지만 세우고 나머지 시간은 상대 이야기를 듣는 데 쓰자는 제안입니다.

"피치덱 최신판 어디 있어요? 제가 들고 있는 게 6월 거라서요."

판이 여러 개로 갈렸고 어느 것이 최신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가격 장은 빼고 보냈어요. 아직 그 이야기 할 단계가 아니라서."

금액을 먼저 보여 주면 값만 놓고 판단할 것 같아 뒤로 미룬 상황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수아가 미팅에 들어갈 때마다 같은 열두 장을 씁니다. 상대 회사의 이름과 인원, 지금 쓰는 도구만 첫 두 장에 바꿔 넣습니다. 미팅이 끝나면 어느 장에서 질문이 나왔는지를 적어 두고, 같은 장에서 세 번 이상 질문이 나오면 그 장을 고칩니다.

고치는 일은 현우와 함께 합니다. 현우가 문장과 사례를 다시 쓰고 수아가 다음 미팅에서 써 보는 식입니다. 최근에는 비용을 다룬 2번 장이 두 번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업계 평균을 썼는데 상대마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고, 지금은 그 자리에서 상대 회사의 인원을 넣어 계산해 보여 줍니다.

흔한 오해

잘 만든 피치덱이 혼자 팔아 준다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료가 완성도 높게 나오면 그 자체로 설득력이 생긴 것처럼 보이니 그렇게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피치덱은 말과 함께 쓰라고 만든 자료입니다. 화면에 띄우고 옆에서 설명하는 것을 전제로 쓰였기 때문에, 파일만 받아 혼자 읽는 사람에게는 문장이 뚝뚝 끊긴 슬라이드 묶음으로 보입니다. 그 상태로 메일에 붙여 보내면 상대는 읽고도 무슨 제품인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장수를 늘려 정보를 많이 담는 쪽이 안전하다는 생각도 자주 봅니다. 물어볼 것을 미리 다 넣어 두면 답이 막히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서른 장짜리 자료는 40분 안에 다 넘기지 못하니 발표가 뒤로 갈수록 빨라지고, 정작 상대가 반응한 장에서 머물 시간이 사라집니다. 질문에 대비한 자료는 본문이 아니라 뒤쪽 부록에 두고 필요할 때만 꺼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어디에 쓰는가피치덱과의 차이
원시터미팅이 끝나고 남기고 오는 한 장말 없이 혼자 읽힐 것을 전제로 씁니다. 피치덱을 한 장으로 줄인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다릅니다

같이 보면 좋은 페이지

  • 영업 자료

    피치덱이 어느 자료 묶음의 한 조각인지 봅니다

  • 원시터

    미팅이 끝난 뒤 그 자리를 이어받는 자료입니다

  • IR 자료

    같은 형식으로 상대만 투자자로 바꾼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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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