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 법제

Accessibility Law

개념

장애가 있는 사람도 서비스를 쓸 수 있게 만들라고 요구하는 법과 규정으로, 안 지키면 시정 요구나 소송으로 돌아옵니다.

등장 배경

장애가 있는 사람이 서비스를 못 쓴다는 사실은 오래도록 만든 쪽의 문제로 적히지 않았습니다. 딱한 사정이었고, 여유가 생기면 챙기겠다는 답으로 끝났습니다. 화면을 소리로 읽어 주는 프로그램이 버튼 이름을 못 읽어도 오류로 기록되지 않았으니, 고칠 사람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선순위 회의는 늘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이건 언제 할까요" 라고 물으면 "다음 분기에 여유 생기면" 이라는 답이 돌아왔고, 다음 분기에는 또 다른 급한 일이 앞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접근성 법제는 그 순서를 팀 바깥에서 뒤집으려고 만든 장치입니다. 쓸 수 없게 만들어 둔 상태를 차별로 규정하고, 방치하는 쪽에 불이익을 붙였습니다. 하면 좋은 일이 안 하면 손해가 나는 일이 되면서, 이 항목은 선의에 기대던 자리에서 출시 전에 확인하는 조건으로 옮겨 갔습니다. 접근성 자체는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이고, 접근성 법제는 그 설계를 언제까지 어느 수준으로 해 둘지를 밖에서 못 박습니다.

함께 묶이는 전자상거래법이나 소비자 보호가 거래에 붙어 결제 화면 근처에서 걸리는 것과 달리, 접근성 법제는 아무것도 팔지 않는 소개 페이지까지 사용자가 닿는 화면 전부에 걸립니다.

작동 방식

법이 화면을 직접 검사하지는 않습니다. 세 겹이 이어져서 작동합니다. 법이 의무를 만들고, 기술 지침이 그 의무를 판정할 수 있는 항목으로 옮기고, 계약과 분쟁이 그것을 강제합니다.

  1. 법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정합니다. 한국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줄여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이 자리에 있습니다. 2008년에 시행됐고 정보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지웁니다. 의무 대상은 공공기관과 큰 사업자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넓어졌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에도 같은 자리를 맡는 법이 따로 있습니다.
  2. 지침은 그 의무를 화면의 언어로 옮깁니다. 법조문에는 버튼에 이름을 붙이라는 문장이 없어서, 판정은 WCAG를 가져다 씁니다. 웹 표준 단체가 만든 국제 지침이고 항목마다 A·AA·AAA 등급이 붙어 있는데, 법과 계약이 요구하는 선은 거의 언제나 가운데인 AA입니다. 한국에는 이를 국내 사정에 맞춰 옮긴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이 있고, 국가가 운영하는 웹 접근성 품질인증도 이 지침으로 심사합니다.
  3. 강제는 세 경로로 들어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들어가 시정 권고가 나오거나, 법원에서 차별 구제 청구로 다투거나, 계약서에 조건으로 박혀 자격 심사에서 걸립니다.

아이콘만 그려 둔 버튼은 스크린 리더에 "버튼" 으로만 읽혀서 떨어지고, 이름을 달아 "공유 버튼" 으로 읽히면 통과합니다. 이미지에 대체 텍스트가 비어 있으면 떨어지고 "3분기 매출 그래프" 라고 적혀 있으면 통과합니다. 마우스 없이 키보드만으로 결제 버튼까지 닿지 못해도 떨어집니다.

쓰이는 곳

이 법이 실무에 나타나는 자리는 대개 계약서입니다. 시정 요구를 직접 받는 것보다 고객이 계약 조건으로 먼저 물어 오는 경우가 훨씬 잦습니다.

공공기관을 고객으로 하는 B2G 사업이 가장 뚜렷합니다. 입찰 공고에 웹 접근성 품질인증을 자격 요건으로 적어 두는 경우가 많고, 인증이 없으면 제안서를 낼 기회 자체가 없습니다. 심사에 몇 주가 걸리므로 공고를 보고 준비를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큰 기업 고객도 같은 항목을 들고 옵니다. 도입 심사 문서에 보안 항목과 나란히 접근성 항목이 열 줄쯤 들어오는 식입니다. 이쪽은 인증서보다 항목별 현재 상태를 적어 내라는 경우가 많아서, 안 맞는 줄을 그대로 적고 일정을 붙이는 편이 통과 확률이 높습니다.

해외로 서비스를 여는 결정에도 붙습니다. 유럽연합에 파는 온라인 서비스는 접근성 요건을 갖춰야 하고, 미국에서는 웹사이트를 상대로 한 차별 소송이 해마다 수천 건 제기됩니다. 한국에서만 팔 때 안 걸리던 조건이 시장을 넓히는 날 따라옵니다.

실무 용례

"이번 공공기관 공고에 웹 접근성 품질인증이 자격 요건으로 들어 있어요. 인증 없으면 제안서를 못 냅니다."

법이 계약 자격으로 내려와서 지금은 제품 문제가 아니라 입찰 참가 여부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이건 배려 차원이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 대상이에요."

우선순위를 두고 갈리던 논의를 법 대상 여부로 끊는 말입니다.

"유럽에 여는 건 좋은데 접근성 요건부터 확인하고 일정 잡을게요."

시장을 넓히는 결정 앞에 규제 확인을 먼저 놓겠다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말이 처음 진지하게 오간 것은 수아가 공공기관 입찰 공고를 들고 온 날이었습니다. 자격 요건 칸에 품질인증이 적혀 있었고, 받은 적이 없으니 그해 공고는 넘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규원은 이번 건을 포기하는 대신 다음 분기까지 인증을 받아 두기로 정했습니다.

준비는 태오가 현재 상태를 항목별로 적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스물몇 줄 가운데 열일곱 줄은 이미 맞았고, 안 맞는 줄은 문서 편집 화면과 파일 업로드 화면에 몰려 있었습니다. 지현은 그 두 화면을 고치는 일을 분기 계획의 한 줄로 올려 다른 기능과 같은 자리에서 순서를 다투게 했습니다.

흔한 오해

접근성 법제를 공공기관에만 걸리는 규제로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인증과 입찰 이야기가 늘 함께 나오니 민간 서비스는 상관없다고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국내 의무 대상은 단계를 밟아 넓어져서 지금은 법인이 운영하는 서비스면 대체로 들어가고, 인증을 받지 않아도 의무는 남습니다. 인증은 의무를 확인해 주는 수단이지 의무의 범위가 아닙니다. 미뤄 둔 채로 첫 기업 고객의 도입 심사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몇 달치 작업 목록이 한꺼번에 나옵니다.

법이 요구하는 수준을 완벽한 접근성으로 읽는 오해도 흔합니다. 요구되는 선은 대개 AA 등급이고 항목은 색 대비 4.5 대 1처럼 확인할 수 있는 값으로 적혀 있습니다. 전부 지금 맞출 필요도 없어서, 심사에서 통하는 문서는 모든 줄에 맞는다고 적은 문서가 아니라 안 맞는 줄에 언제까지 고칠지를 붙여 둔 문서입니다. 완벽을 목표로 잡으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심사 자리에 빈손으로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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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