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G
Business to Government
개념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고객으로 삼아, 공개 입찰과 계약 절차를 거쳐 제품을 공급하는 사업 형태입니다.
등장 배경
파는 일을 그냥 영업이라 부르던 시절에는 고객이 누구든 과정은 비슷하다고 여겼습니다. 제품을 보여 주고 값을 협의하고 서명을 받는 순서였습니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고객이 되는 순간 이 순서가 통째로 어긋납니다. 설득할 결정권자가 한 사람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값을 깎고 올리는 자리도 없고, 서명은 제안서 평가에서 점수를 더 받은 쪽이 받습니다.
페이지덱에도 시청 담당자가 먼저 연락해 온 적이 있습니다. 부서 전체가 쓰고 싶은데 지금은 결정할 수 없고 내년 예산에 넣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수아가 언제 시작할 수 있느냐고 묻자 빨라야 열 달 뒤이고, 그때도 공개 입찰을 거치니 페이지덱이 뽑힌다는 보장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제품이 마음에 든다는 말과 계약이 된다는 말 사이가 이만큼 먼 곳은 여기뿐입니다.
B2G 는 그 거리를 미리 알고 들어가라고 따로 떼어 둔 이름입니다. B2B나 B2C와 같은 층에 놓인 구분이지만 성격이 하나 다릅니다. 앞의 둘은 돈을 내는 상대가 회사냐 개인이냐를 가르는 데 비해, 이쪽은 파는 절차 자체가 법과 규정으로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작동 방식
공공기관은 쓰고 싶은 제품을 바로 사지 못합니다. 돈과 절차가 먼저 서야 하고, 그 순서는 대체로 다섯 단계입니다.
- 예산 편성 — 기관은 다음 해에 쓸 돈을 그 전해 하반기에 미리 잡아 둡니다. 예산 항목에 적히지 않은 물건은 아무리 좋아도 그해에는 살 수 없습니다. 담당자가 계약도 하기 전에 제품을 써 보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항목을 적으려면 무엇을 얼마에 살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 사업 공고 — 예산이 확정되면 기관이 공개 시스템에 공고를 올립니다. 여기 붙는 제안요청서에 필요한 기능과 조건이 적혀 있고, 이 문서가 사실상 요구사항 명세서 노릇을 합니다. 공고 뒤에는 내용을 바꿀 수 없어, 요건에 우리가 못 하는 항목이 하나 있으면 그 순간 끝입니다.
- 제안서 제출 — 참가하려는 회사들이 정해진 양식으로 제안서와 가격을 냅니다. 마감은 보통 2~4주이고, 서류 한 장이 빠지면 내용과 무관하게 탈락합니다.
- 평가와 선정 — 심사위원이 기술 점수와 가격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깁니다. 값을 깎아 마음을 사는 협상이 아니라 점수 경쟁이라, 가격을 아주 낮게 써도 기술 점수가 모자라면 뒤집히지 않습니다.
- 계약·납품·검수 — 계약서를 쓰고 납품한 뒤 기관이 검수를 마쳐야 대금이 나갑니다. 검수는 제안서에 적은 것이 실제로 되는지 항목마다 확인하는 절차라, 하나라도 걸리면 입금이 다음 분기로 밀립니다.
절차만큼 까다로운 것이 기술 요건입니다. 많은 기관이 인터넷과 분리된 내부망에서만 일해서, 브라우저로 접속해 쓰는 제품을 그대로 넣지 못합니다. 기관 서버에 따로 설치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야 하고, 그러면 고객마다 버전이 갈라져 고친 것을 한 번에 밀어 넣을 수 없게 됩니다. 여기에 보안 인증 같은 자격을 미리 받아 두라는 조건이 붙기도 합니다. 받는 데 반년이 걸려, 공고를 보고 준비를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쓰이는 곳
회사 안에서 이 말이 가장 자주 나오는 자리는 매출 구성표입니다. 공공 계약은 회계연도에 묶여 있어 계약과 입금이 하반기, 특히 4분기에 몰립니다. 같은 연 매출 6억이라도 매달 5천만 원씩 들어오는 기업 고객 매출과 12월에 6억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공공 매출은 현금 흐름이 전혀 다릅니다. 두 줄을 섞어 적으면 상반기에 돈이 부족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로드맵 회의에서도 이 말이 나옵니다. 공공 요건은 한두 기능이 아니라 제품을 설치형으로 다시 만드는 수준이라, 받기로 정하는 순간 개발 일정 한 분기가 통째로 그쪽으로 갑니다.
조직에서는 담당을 따로 둡니다. 공고를 읽고 제안서를 쓰는 일은 평소의 영업과 달라, 영업 주도 성장을 하는 회사라도 공공만 맡는 사람을 따로 뽑습니다. 투자자와의 대화에서는 계약 규모가 크고 갱신 주기가 길어 엔터프라이즈 매출과 함께 매출의 바닥으로 설명됩니다.
실무 용례
"이번 공고는 B2G라 마감이 3주 뒤인데, 요건에 설치형이 들어가 있어요. 우리 지금 그 버전이 없습니다."
참가 자체가 어려우니 이번 건은 접고 다음을 준비하자는 말입니다.
"매출의 20퍼센트가 B2G인데 전부 4분기에 잡혀요. 상반기 현금 계획은 그걸 빼고 짜야 합니다."
연 매출로 보면 안정적이지만 돈이 들어오는 시점이 몰려 있으니 따로 세자는 뜻입니다.
"B2G 는 이번 해에는 안 봅니다. 지금 인력으로 제안서까지 쓰면 제품이 멈춰요."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라 준비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미룬다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에서도 이 결정을 한 번 크게 다뤘습니다. 수아가 교육청 세 곳에서 문의를 받아 왔고, 셋을 합치면 그해 목표의 4분의 1이었습니다. 규원은 받자는 쪽이었고 지현은 계산을 가져왔습니다. 설치형 버전에 개발자 두 명이 한 분기, 인증에 다시 반년, 그동안 미뤄지는 기능이 열 개였습니다.
결론은 그해에는 받지 않고 이듬해 공고를 목표로 준비만 시작하는 쪽이었습니다. 고객 한 종류가 느는 일이 아니라 만들 것의 목록이 바뀌는 일이라, 사업 유형 표에 이 줄을 따로 적어 둡니다.
흔한 오해
공공은 예산이 크고 망하지 않으니 한 번 들어가면 안정적이라는 말이 가장 흔합니다. 계약 금액이 크고 기관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만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계약은 기관과 맺는 것이 아니라 그해 사업과 맺는 것이라, 이듬해 예산에 같은 항목이 잡히지 않으면 아무리 잘 쓰고 있어도 그대로 끝납니다. 재계약이 자동으로 이어지지도 않아 다음 공고에 다시 제안서를 내고 다시 경쟁합니다. 안정적이라고 믿고 그 매출을 기본값으로 깔아 두면 다음 해 계획이 통째로 어긋납니다.
절차만 익히면 된다고 보는 것도 흔합니다. 입찰이 규정대로 흘러가니 서류를 갖추는 일이 전부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승부가 갈리는 지점은 공고가 뜨기 훨씬 전입니다. 요구사항은 담당자가 앞서 여러 제품을 살펴보며 적어 둔 것이라, 공고문을 처음 보는 회사는 이미 남이 쓴 기준 위에서 겨루게 됩니다. 이 순서를 모르면 매번 제안서만 열심히 쓰고 매번 2등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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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