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제도
Buddy System
개념
새로 합류한 사람에게 평가와 무관한 선임 한 명을 짝으로 붙여, 관리자에게는 묻기 어려운 것을 물을 상대를 만들어 주는 제도입니다.
등장 배경
새로 온 사람이 첫 주에 가장 많이 막히는 곳은 업무 자체가 아니라 그 옆입니다. 채널이 서른 개 넘게 있는데 이 질문을 어디에 올려야 하는지 모르겠고, 초대받은 회의에 꼭 들어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점심을 다들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문서에도 적혀 있지 않은 것들입니다. 이미 다니는 사람에게는 굳이 말할 거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입사 온보딩이 자료 몇 개와 관리자 면담 한 번으로 끝났습니다. 그다음은 알아서 적응하는 몫이었고, 빨리 적응하는 사람은 눈치가 빠른 사람으로 여겨졌습니다. 실제로 갈린 것은 눈치가 아니라 옆자리에 말 붙이기 편한 사람이 앉아 있었는지였습니다.
합류 사흘째 오후의 장면이 이 제도의 출발점입니다. 새로 온 개발자가 개발 환경 설정에서 막혔습니다. 문서대로 따라 했는데 같은 오류가 반복됩니다. 관리자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둡니다. 그 사람은 수습 기간 평가를 적는 사람이고, 사흘째에 환경 설정도 못 끝냈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결국 혼자 세 시간을 쓰고, 나중에 알고 보니 팀에서는 누구나 아는 한 줄짜리 설정이었습니다.
버디 제도는 이 세 시간을 없애려고 만든 장치입니다. 질문의 개수를 줄이는 쪽이 아니라 질문을 받는 사람을 평가에서 떼어 놓는 쪽입니다. 물어도 손해가 없는 상대가 정해져 있으면 묻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사흘에서 10분으로 줄어듭니다.
작동 방식
합류가 정해지면 관리자가 선임 한 명을 짝으로 지정하고, 첫 한 달치 정기 대화 자리를 미리 달력에 잡아 둡니다. 두 가지 모두 새로 오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 쪽이 먼저 합니다. 알아서 친해지라고 두면 서로 부담을 느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짝을 고르는 기준은 셋입니다.
- 평가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관리자도, 수습 평가에 의견을 내는 사람도 제외합니다. 평가자에게 묻는 순간 질문은 자기 부족함을 드러내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 합류한 지 6개월에서 2년 사이인 사람입니다. 처음 왔을 때 무엇이 안 보였는지를 아직 기억하는 구간입니다. 8년차는 회사의 모든 것을 알지만 모르는 상태가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잊었습니다.
- 다른 팀이어도 되지만 일하는 시간대가 겹치는 사람입니다. 시차가 있으면 답이 오기까지 반나절이 걸려, 물어봐도 되는 상대라는 감각이 생기지 않습니다.
한 달 동안의 리듬은 대개 이렇게 잡습니다.
- 첫 주는 매일 15분입니다. 짧게 자주 만나는 편이 질문이 쌓이기 전에 풀립니다.
- 2주차부터 4주차까지는 주 1회 30분입니다. 이 무렵부터는 업무 이야기가 섞여 들어옵니다.
- 한 달이 지나면 종료하고, 이후의 정기 대화는 관리자와의 1on1이 맡습니다.
말을 먼저 거는 쪽은 짝입니다. 새로 온 사람이 먼저 연락하게 두면 대부분 연락하지 않습니다. 바빠 보이는 사람의 시간을 뺏는다는 느낌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짝에게도 안내가 필요합니다.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무엇은 하지 않아도 되는지, 기간은 언제까지인지를 종이 한 장으로 줍니다. 이름만 붙여 두면 첫 주에 점심 한 번 먹고 흐지부지됩니다. 짝의 업무 시간에서 주 1시간이 빠진다는 사실은 그 사람의 관리자도 알아야 합니다.
쓰이는 곳
한 번에 여러 명이 들어오는 회사에서 먼저 자리를 잡았습니다. 분기에 열 명이 합류하면 관리자 한 명이 그 사소한 질문을 다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원격으로 일하는 팀에서는 성격이 더 짙어집니다. 사무실이라면 몸을 돌려 물어볼 것이 원격에서는 전부 글로 남는 요청이 됩니다. 채팅창에 이름을 적는 일에는 매번 작은 결심이 필요하고, 상대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그 결심이 계속 미뤄집니다.
직군에 따라 짝이 맡는 몫도 달라집니다. 개발 직군에서는 환경 설정과 첫 배포까지 곁에서 봐 주어 램프업 기간이 눈에 띄게 줄고, 세일즈에서는 실제 통화에 배석해 보는 일이 짝의 몫이 됩니다.
30-60-90 플랜과 짝으로 굴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계획서는 무엇을 해내면 되는지를 정해 주고, 짝은 그것을 하다 막혔을 때 물어볼 사람을 정해 줍니다. 하나만 있으면 한쪽이 비는데, 계획서만 있으면 문서를 읽다 막힌 채로 며칠을 보내고, 짝만 있으면 둘이 안부만 주고받다 한 달이 지나갑니다.
실무 용례
"이번에 들어오시는 분 버디 한 달만 맡아 주실 수 있을까요?"
한 달 동안 주 1시간 정도를 그 사람에게 쓸 수 있는지 묻는 요청입니다.
"그건 저 말고 버디한테 물어보셔도 돼요."
평가자에게 묻느라 망설이지 말라는 뜻이고, 그런 질문도 물어도 된다는 신호입니다.
"버디 배정은 됐는데 한 달 동안 두 번 만났대요."
제도가 이름만 굴러가고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았다는 보고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규원이 구성원 30명을 넘긴 무렵에 이 제도를 들였습니다. 그전까지는 새로 온 사람의 질문이 전부 관리자에게 몰렸고, 관리자가 회의에 들어가 있는 오후에는 답이 두 시간씩 밀렸습니다.
지금은 합류 일주일 전에 짝을 정합니다. 새 개발자가 들어오면 태오가 짝을 맡아 첫 주에는 매일 오후 15분을 잡고, 그 자리에서 배포는 누구에게 요청하는지, 급한 장애가 났을 때 어느 채널이 먼저 울리는지 같은 것을 알려 줍니다.
흔한 오해
버디를 사수나 멘토로 이해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선임 한 명이 붙는다는 모양이 같아서 자연스럽게 겹쳐 보입니다. 하지만 짝은 업무를 지시하지도, 기술을 가르치지도, 진로를 상담하지도 않습니다. 맡는 것은 회사에서 지내는 데 필요한 안내이고 기간도 한 달로 끝납니다. 이 선을 그어 두지 않으면 짝은 자기 일을 미뤄 가며 코드 리뷰와 업무 지도까지 떠안게 되고, 두 달쯤 뒤에는 아무도 이 역할을 맡고 싶어 하지 않게 됩니다.
사람만 정해 주면 알아서 굴러간다고 보는 것도 흔합니다. 이름을 적는 순간 제도가 완성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짝에게 주는 안내, 달력에 미리 잡힌 자리, 짝의 업무 시간에서 빼 주는 주 1시간까지 갖춰져야 굴러갑니다. 그중 하나라도 빠지면 배정은 100퍼센트인데 실제로 만난 횟수는 평균 두 번인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설문에는 짝이 있었다고 집계되어, 제도가 작동하는데도 적응이 더디다는 엉뚱한 결론이 나옵니다.
같이 보면 좋은 페이지
- 입사 온보딩
짝이 어느 과정의 한 부분인지, 나머지 자리에는 무엇이 있는지 봅니다
- 30-60-90 플랜
짝과 함께 굴리는 문서라 둘을 붙여서 읽는 편이 낫습니다
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