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업무
Firefighting
개념
급한 문제를 처리하느라 계획한 일에 손을 못 대는 상태로, 팀의 주기가 왜 매번 무너지는지 짚을 때 씁니다.
등장 배경
계획은 매주 세우는데 그 계획대로 끝나는 주가 한 달에 한 번도 없던 팀들이 있었습니다. 월요일에 정한 다섯 건 중 둘만 손을 댔고, 나머지 시간은 결제가 안 된다는 문의, 갑자기 느려진 화면, 고객사 요청을 급히 막는 데 들어갔습니다. 금요일에 남는 말은 늘 같았습니다. "이번 주는 좀 급한 일이 많았어요."
그 설명이 몇 달 이어지면 팀 안에서 원인을 사람에게서 찾기 시작합니다. 일정 관리를 못한다거나 집중을 못한다는 식입니다. 실제로는 개인의 습관이 아니라 팀이 놓인 상태가 매주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었는데, 그것을 가리킬 말이 없으니 가장 가까운 사람이 원인이 됐습니다.
소방 업무는 이 상태에 붙인 이름입니다. 불이 난 곳으로 달려가는 일 자체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달려가느라 불이 안 나게 하는 일을 못 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이름이 생기고 나서야 회고에서 "누가 잘못했나" 대신 "왜 계획에 없던 일이 이만큼 들어오나" 를 물을 수 있게 됐습니다.
작동 방식
소방 업무는 한 번 시작되면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고리로 돌아갑니다. 문제 하나를 급히 막은 방식이 다음 문제를 만들고, 그 문제를 막느라 예방할 시간이 또 없어지는 구조입니다.
고리는 네 마디입니다.
- 급하게 나간 결과물이 남습니다. 일정 압박 아래에서 먼저 잘려 나가는 것은 테스트와 코드 리뷰처럼 당장 티가 나지 않는 작업입니다. 그렇게 미뤄 둔 정리 작업의 누적이 기술 부채이고, 이자는 다음 달부터 붙습니다.
- 그것이 문제로 돌아옵니다. 서비스에 영향을 준 사고를 인시던트라고 부르는데, 급히 나간 코드에서는 이것이 잦습니다. 사고까지는 아니어도 문의와 예외 처리 요청이 늘어납니다.
- 급한 대응이 또 급하게 나갑니다. 문제가 된 부분만 고쳐 즉시 내보내는 배포를 핫픽스라고 합니다. 원인을 찾을 시간이 없으니 증상만 덮고, 덮은 자리가 다음 주의 재료가 됩니다.
- 계획한 일이 밀립니다. 이번 스프린트에 담은 작업이 다음 주기로 넘어가고, 넘어간 만큼 그다음 날짜가 다시 압박이 됩니다. 여기서 1번으로 돌아갑니다.
한 바퀴가 몇 번 돌면 계획 자체가 의미를 잃습니다. 주간 계획의 절반이 매번 지워지는 팀에서는 아무도 계획을 진지하게 세우지 않고, 대충 세운 계획은 다음 주기의 예측을 더 빗나가게 만듭니다. 예방에 쓸 시간이 사라지는 것보다 이쪽이 더 오래갑니다.
쓰이는 곳
이 말을 꺼내는 목적은 대개 하나입니다. 개인의 노력 문제로 흐르는 대화를 구조 문제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쓰이는 자리는 셋입니다.
첫째, 회고에서 원인을 이름 붙이는 자리입니다. 같은 사람이 매번 계획을 못 지킨다는 말과 이 팀이 소방 업무에 갇혀 있다는 말은 다음 조치가 다릅니다. 앞은 담당자를 바꾸는 쪽으로, 뒤는 들어오는 일의 양을 줄이는 쪽으로 갑니다.
둘째, 다음 주기 계획을 세우는 자리입니다. 소방 업무가 확인되면 계획을 가득 채우지 않고 일부를 비워 둡니다. 최근 세 주기에 계획 밖 일이 전체 시간의 40퍼센트를 먹었다면 이번 주기에는 60퍼센트만 담습니다. 이렇게 하면 계획이 처음으로 지켜지고, 지켜진 계획이 나와야 그다음 추정이 맞기 시작합니다.
셋째, 손댈 곳을 고르는 자리입니다. 계획 밖 일을 기록해 두면 어디서 불이 나는지가 보입니다. 지난 분기 긴급 대응 서른 건 중 열여덟 건이 결제 쪽이었다면, 사람을 더 붙이는 대신 결제 쪽 정리에 한 주기를 통째로 쓰는 결정이 나옵니다. 동시에 진행할 작업 수의 상한을 두는 WIP 제한도 자주 함께 나오는 처방입니다. 한 사람이 세 가지를 동시에 잡고 있으면 그중 무엇도 끝나지 않고, 끝나지 않은 일은 전부 다음 주의 급한 일이 됩니다.
실무 용례
"이번 분기는 계획한 게 거의 안 됐어요. 소방 업무만 했습니다."
시간을 안 쓴 게 아니라 계획 밖 일에 다 썼다는 보고입니다.
"지금 상태면 사람을 더 넣어도 소방 업무만 늘어요. 들어오는 걸 먼저 막아야 합니다."
투입을 늘리자는 제안에 대한 반대입니다.
"이번 주기는 소방 업무 몫으로 30퍼센트 비워 두겠습니다."
계획 밖 일이 반드시 들어온다고 전제하고 미리 자리를 빼 두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에서 태오가 이 말을 처음 꺼낸 건 세 주기 연속으로 계획의 절반만 끝난 뒤였습니다. 회고에서 처음 나온 이야기는 추정이 낙관적이라는 것이었고, 다음 주기에는 담는 양을 줄여 보기로 했습니다. 줄인 주기에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그래서 태오가 한 주기 동안 계획에 없던 일만 따로 적었습니다. 스물두 건이었고 합이 9일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열흘 일하는 주기에서 9일이면 절반에 가깝습니다. 스물두 건 중 열넷은 두 달 전 급히 내보낸 알림 기능에서 나왔습니다. 지현은 다음 주기의 새 기능을 전부 밀고 그 알림 기능을 다시 만드는 데 한 주기를 썼습니다. 그다음 주기의 계획 밖 일은 네 건, 1.5일이었습니다.
태오가 회고에서 남긴 말은 그 한 주기를 쓰지 않았으면 매 주기 4일씩 계속 냈을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계산이 없으면 정리 작업은 늘 다음으로 밀립니다. 새 기능은 그 주에 보이고 정리는 안 난 불이라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흔한 오해
소방 업무를 일을 많이 한 상태로 읽는 경우가 흔합니다. 실제로 그 주에 가장 바빴던 사람이 소방을 맡은 사람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나가는 결과물은 대부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일이라 제품은 그대로입니다. 바쁨과 진척을 같은 것으로 세기 시작하면 팀은 불을 잘 끄는 사람을 칭찬하고 불이 안 나게 만든 사람은 놓치게 되고, 그러면 아무도 예방 쪽을 맡지 않습니다.
운영하는 제품이 있으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보는 오해도 있습니다. 사용자가 있으면 문의와 장애는 당연히 생기니 절반쯤 맞는 말입니다. 다만 어느 정도인지를 세어 본 팀과 세어 보지 않은 팀은 다릅니다. 계획 밖 일이 시간의 10퍼센트면 운영이고 40퍼센트면 상태입니다. 세어 보지 않으면 40퍼센트짜리 상태를 원래 그런 것으로 받아들인 채 몇 년이 지나갑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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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