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변호사
In-house Counsel
역할
회사에 직접 고용돼 계약과 제품과 규제에 걸린 법률 문제를 안에서 검토하고 자문하는 변호사입니다.
등장 배경
법률 문제를 밖에 맡기는 방식은 오래된 기본값입니다. 계약서가 오면 로펌에 보내고, 검토 의견을 받아 고치고, 시간당 비용을 정산합니다. 법률 문제가 드물게 생기는 회사라면 이 방식이 가장 저렴합니다.
소프트웨어를 파는 회사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계약이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기업 고객 한 곳과 계약하는 데 상대 회사의 표준 계약서, 비밀유지계약, 보안 부속 문서가 따라오고, 그 회사가 열 곳이면 문서는 서른 건입니다. 여기에 이용약관처럼 제품이 바뀔 때마다 같이 고쳐야 하는 우리 쪽 문서가 더 있습니다.
막히는 지점은 비용보다 속도였습니다. 수아가 오늘 답해야 하는 조항 하나를 로펌에 보내면 사흘이 걸리고, 그사이 고객사 담당자는 답을 기다립니다. 조항 하나에 사흘씩 걸리는 왕복이 서너 번 돌면 계약 한 건이 두 주 밀립니다. 그렇다고 검토 없이 서명하면 서비스가 멈췄을 때 물어 줄 금액에 상한이 없는 계약서에 그대로 동의하게 됩니다.
사내 변호사는 이 왕복을 없애려고 두는 자리입니다. 밖에 있던 검토를 안으로 들여 판단을 당일에 받고,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이미 아는 사람이 그 판단을 하게 만듭니다.
하루 업무
시간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일은 계약서를 읽고 고치는 것입니다. 상대가 보낸 문서에서 우리가 지기 어려운 약속을 찾아내고, 받아들일 수 있는 문장으로 바꿔 되보내는 작업입니다. 어떤 조항을 보는지는 계약 실무에 정리돼 있습니다. 서비스가 멈췄을 때 물어 줄 금액의 상한, 계약을 끝낼 수 있는 조건과 통지 기간, 분쟁이 생기면 어느 나라 법으로 다툴지가 단골 항목입니다.
나머지 일은 대체로 다섯 갈래입니다.
- 우리 쪽 문서 관리 — 이용약관과 개인정보 처리방침은 제품이 바뀌면 같이 바뀌어야 합니다. 새 기능이 수집하는 정보가 늘었는데 문서가 그대로면 실제와 다른 내용을 공지해 둔 상태가 됩니다.
- 출시 전 검토 — 만들기로 한 기능이 사업 규제에 걸리는지 미리 봅니다. 무료 체험이 자동 결제로 넘어가는 구조는 언제 얼마가 빠져나가는지 미리 알리지 않으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됩니다.
- 개인정보 관련 판단 — 어떤 정보를 어디까지 모아도 되는지는 개인정보 보호 규칙을 따라 판단합니다. 수집한 목적이 끝났는데 계속 갖고 있는 데이터가 있으면 보관 기한을 정하게 합니다.
- 권리 확인 — 제품 이름과 로고, 가져다 쓴 공개 코드의 조건 같은 지식재산권 문제를 미리 확인합니다. 이름을 다 만든 다음에 같은 상표가 먼저 등록돼 있다는 것을 알면 바꾸는 비용이 미리 확인하는 비용의 백 배가 됩니다.
- 분쟁 대응 — 고객이나 거래처와 다툼이 생기면 회사를 대리합니다. 대부분 소송까지 가기 전에 합의로 끝나서, 실제 일은 서면을 주고받으며 조건을 맞추는 쪽에 가깝습니다.
혼자 다 하지는 않습니다. 전문성이 깊게 필요한 건은 외부 로펌에 맡기고, 무엇을 맡길지 정하고 받아 온 의견을 회사 사정에 맞게 옮기는 쪽을 맡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
세일즈와 가장 자주 붙습니다. 수아가 상대 회사의 계약서를 들고 오면 어느 조항을 양보해도 되는지 그 자리에서 답해야 계약이 흐릅니다. 대기업을 상대하는 엔터프라이즈 영업에서는 계약 검토가 영업 일정표의 한 단계로 잡혀 있습니다.
제품 쪽과는 만들기 전에 만납니다. 지현이 설계 단계에서 물어야 뺄지 고칠지 정할 수 있고, 다 만든 다음에 물으면 답은 같아도 고치는 비용만 커집니다.
같은 분야 안에서는 역할이 나뉩니다. 개인정보를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총괄하고 유출 시 신고를 책임지는 개인정보 보호책임자, 시스템과 사람의 보안 체계를 총괄하는 최고 정보보호 책임자가 각각 따로 있습니다. 구성원이 마흔다섯 명인 회사에서는 사내 변호사가 개인정보 보호책임자를 겸하는 일이 흔합니다.
경영진과는 결정의 성격이 다릅니다. 사내 변호사가 내놓는 것은 되는지 안 되는지가 아니라 이 선택에 어떤 위험이 얼마나 따르는지입니다. 그것을 감수할지 정하는 사람은 규원입니다.
실무 용례
"이 조항은 법무 검토 받고 답 드릴게요. 내일 오전까지 드리겠습니다."
계약 조건을 즉답하지 않고 검토를 거치겠다는 표시입니다.
"법무에서 이 문구는 빼자고 했어요. 근거 없이 쓰면 광고 규제에 걸린다고요."
제품이나 마케팅 문구가 규제에 걸릴 수 있다는 검토 결과입니다.
"리스크는 있는데 감당 가능한 수준이에요. 대표님이 정하실 일입니다."
위험을 없애는 대신 크기를 재서 결정권자에게 넘기는 방식입니다.
페이지덱이 처음 사내 변호사를 뽑은 건 기업 고객 계약이 밀리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규원이 직접 읽고 애매한 것만 로펌에 보냈는데, 계약이 달에 다섯 건을 넘어가면서 대표의 한 주가 계약서 읽기로 채워졌습니다.
들어온 변호사가 첫 달에 한 일은 새 계약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맺은 계약을 전부 꺼내 보는 것이었습니다. 배상 상한이 적히지 않은 계약이 세 건 있었고, 그중 한 건은 한 해 계약 금액이 1,200만 원인데 장애가 나면 고객의 손해 전액을 물어 주게 돼 있었습니다. 갱신 시점에 조항을 고치기로 하고, 우리 쪽 표준 계약서를 만들어 두는 작업이 뒤따랐습니다.
흔한 오해
법무를 안 된다고 말하는 부서로 아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검토 의견이 대개 지금 하려는 일을 막는 모양으로 돌아오니 그렇게 굳어집니다. 그런데 검토의 결과물은 허가나 금지가 아니라 위험의 크기와 대안입니다. 이 문구를 그대로 쓰면 과태료가 얼마이고, 표현을 이렇게 바꾸면 문제가 없다는 식입니다. 안 된다는 답만 듣고 돌아서면 쓸 수 있었던 두 번째 선택지가 같이 사라집니다.
사내 변호사를 두면 외부 로펌이 필요 없다고 보는 것도 오해입니다. 안에 사람이 있으니 밖에 낼 돈이 사라진다고 읽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다루는 일의 종류가 갈려서, 소송이나 해외 규제처럼 한 해에 한두 번 있고 틀리면 타격이 큰 건은 그 분야를 전업으로 하는 쪽이 낫습니다. 사내 변호사가 있어서 달라지는 것은 로펌을 쓰는 횟수가 아니라, 안에서 끝낼 일과 밖에 맡길 일을 가릴 사람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 역할 | 무엇을 하는가 | 사내 변호사와의 차이 |
|---|---|---|
| 컴플라이언스 담당자 | 정해진 규칙이 현장에서 지켜지는지 점검 | 이미 정해진 기준을 놓고 따르고 있는지 확인하는 쪽입니다. 사내 변호사는 그 기준을 해석하고 새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지 정하는 쪽이라, 변호사 자격이 필요한 자리는 뒤쪽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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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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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회사에서 자주 겸하게 되는 옆자리입니다
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