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개념
우리가 만든 제품에 다른 회사의 이름을 달아 공급해, 고객에게는 그 회사 제품으로 팔리게 하는 협력 방식입니다.
등장 배경
만드는 회사가 곧 파는 회사라는 전제가 깨지면서 생긴 말입니다. 물건을 잘 만들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가 한쪽에 있고, 이름은 널리 알려졌지만 그것을 직접 만들 여력이 없는 회사가 다른 쪽에 있습니다. 둘이 손을 잡으면 양쪽 다 이득인데, 그 관계를 뭐라고 부를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계약서가 애매하게 쓰였습니다. 납품인지 위탁 생산인지 판매 대행인지 구분되지 않은 채 만들어 준다는 문장 하나만 들어갔고, 정작 제품에 누구 이름이 붙는지와 고장 났을 때 고객이 어디로 전화하는지는 빠져 있었습니다. 몇 달 뒤 불만이 만든 쪽으로 밀려오면 우리는 만들기만 했다는 말과 만든 쪽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부딪혔습니다.
OEM 은 그 구분을 이름으로 못 박은 말입니다. 만드는 주체와 이름을 붙이는 주체를 나누고, 제품은 이름을 붙인 쪽 것으로 시장에 나간다는 사실까지 한 단어에 담았습니다. 제조업에서 먼저 굳은 말이지만 소프트웨어에서도 구조가 그대로 쓰입니다.
작동 방식
양쪽이 내놓는 것이 다릅니다. 공급하는 쪽은 제품과 품질 책임을 대고, 이름을 붙이는 쪽은 브랜드와 판매 경로와 고객 접점을 댑니다. 고객은 이름이 붙은 회사의 제품을 산다고 알고 있고, 그 뒤에 다른 회사가 있다는 사실은 대개 모릅니다.
계약에서 정하는 것은 다섯 가지입니다.
- 공급 범위와 사양 — 무엇을 어디까지 만들어 주는지 적습니다. 상대가 원하는 기능이 우리 제품에 없으면 그 개발 비용을 누가 낼지도 여기서 갈립니다.
- 물량과 단가 — 한 번에 얼마나 가져가고 얼마에 넘길지입니다. 좌석당 정가 12만 원인 제품을 연 5,000석 조건으로 좌석당 4만 원에 공급하는 식으로, 직접 팔 때보다 단가가 크게 내려갑니다.
- 브랜드 표기 — 화면과 문서 어디에도 만든 쪽 이름을 내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구석에 한 줄이라도 남길 수 있는지가 협상에서 자주 걸립니다.
- 장애 책임과 대응 시간 — 고객은 이름이 붙은 쪽에 연락하고 그쪽이 다시 공급사로 넘깁니다. 몇 시간 안에 답하고 며칠 안에 고칠지를 미리 못 박습니다.
- 기간과 독점 —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에는 공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자주 붙습니다. 독점을 내주는 대신 단가를 올려 받습니다.
돈과 고객은 한쪽으로만 흐릅니다. 고객이 낸 돈은 이름을 붙인 쪽에 들어가고 그중 정해진 단가만 공급사에 옵니다. 고객 명단과 사용 기록도 이름을 붙인 쪽에 남아, 공급사는 자기 제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상대가 넘겨주는 만큼만 봅니다.
쓰이는 곳
소프트웨어에서는 화이트라벨, 곧 고객사 브랜드를 달아 제공하는 방식이라는 말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설치 없이 구독해 쓰는 SaaS 제품이라면 화면 색과 로고만 상대 회사 것으로 바꿔 내보내면 되기 때문에, 공장을 따로 돌려야 하는 제조업보다 오히려 맺기가 쉽습니다.
실제로 자주 나오는 자리는 셋입니다. 대기업이 자사 사무용 도구 안에 문서 편집 기능을 자기 이름으로 넣는 경우, 은행이나 통신사가 부가 서비스를 자기 앱 안에 끼워 넣는 경우, 그리고 해외 회사가 한국 시장에 들어오면서 현지 회사 이름으로 먼저 파는 경우입니다. 세 경우 모두 이름을 빌려주는 쪽이 이미 많은 고객을 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를 만한 상황은 분명합니다. 제품은 다 됐는데 이름을 알릴 시간과 돈이 없고, 상대는 고객은 있는데 만들 시간이 없을 때입니다. 영업 인원 없이 한 번에 수천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그 매출로 다음 제품을 만들 시간을 삽니다.
반대로 피해야 할 자리도 있습니다. 제품 자체가 이름으로 팔리는 경우, 고객이 어떻게 쓰는지가 다음 개선의 재료인 경우, 그리고 한 회사가 매출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마지막 것이 가장 자주 발목을 잡습니다. 상대가 재계약을 안 하겠다고 하면 다음 분기에 매출이 반으로 꺾이는데, 그동안 우리 이름은 시장에 한 줄도 쌓이지 않은 상태입니다. 투자를 받으러 갔을 때도 매출의 절반이 한 계약에 묶여 있다는 점이 먼저 걸립니다.
실무 용례
"이번 건은 우리 로고를 빼고 그쪽 이름으로 나갑니다. OEM 조건이에요."
제품은 우리가 만들지만 시장에는 상대 회사 제품으로 보인다는 뜻입니다.
"OEM 단가가 정가의 3분의 1인데, 그래도 직접 영업하는 것보다 남아요."
건당 이익은 줄지만 영업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아끼니 총합은 낫다는 계산입니다.
"OEM 매출이 전체의 40퍼센트인데 그 계약이 내년 6월에 끝납니다."
한 회사에 회사 전체가 걸려 있으니 지금부터 대비하자는 경고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한 대기업이 자사 협업 도구에 문서 편집 기능을 붙이고 싶다며 먼저 연락해 온 적이 있습니다. 조건은 페이지덱 이름을 어디에도 노출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수아가 3년에 걸친 물량과 금액을 들고 왔고, 규원은 그 금액이 지금 직접 파는 매출의 절반을 넘는다는 점을 먼저 짚었습니다.
논의는 이름을 내주느냐가 아니라 그다음에 무엇이 남느냐로 옮겨 갔습니다. 지현은 그쪽 고객이 어떤 기능을 얼마나 쓰는지를 우리가 볼 수 있느냐를 물었고, 그 답이 아니오라면 3년 동안 제품을 고칠 근거가 끊긴다고 정리했습니다.
흔한 오해
하청과 같은 말로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이름을 못 쓰고 단가까지 깎이니 아래에 놓인 관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협상력은 이름이 아니라 대체 가능성에서 나옵니다. 그 기능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몇 곳 없다면 조건을 정하는 쪽은 공급사이고, 반대로 비슷한 제품이 널려 있다면 이름을 쓰더라도 끌려다닙니다. 하청이라고 단정하고 들어가면 독점 조항이나 데이터 열람 같은, 실제로 따낼 수 있었던 조건을 처음부터 포기하게 됩니다.
이름만 바꿔 다는 일이라 손이 적게 든다는 오해도 흔합니다. 화면 위쪽 로고를 갈아 끼우는 그림이 먼저 떠오르니 그렇게 보입니다. 실제로는 상대 회사의 계정 체계에 맞추고, 상대가 쓰는 결제와 권한 구조에 맞추고, 장애가 나면 몇 시간 안에 답하겠다는 약속까지 지켜야 합니다. 이 비용을 낮게 잡고 단가를 정하면 계약 기간 내내 팔수록 손해 보는 상태가 됩니다. 계약 전에 상대가 요구한 항목을 한 줄씩 적어 개발에 며칠이 드는지부터 세어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 용어 | 제품에 누구 이름이 붙는가 | OEM 과의 차이 |
|---|---|---|
| 리셀러 | 만든 회사 이름 그대로 | 파는 일만 맡깁니다. 고객은 만든 회사를 알고 있고, 파트너는 마진을 가져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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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