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터

One-sheeter

산출물

제품이 푸는 문제와 값을 한 장으로 압축해, 미팅에 없던 사람이 혼자 읽어도 이해되게 만든 소개 자료입니다.

등장 배경

미팅은 잘 끝났는데 그다음이 막히던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담당자는 설득됐고, 이제 팀장과 그 위 임원에게 올려야 합니다. 담당자가 손에 쥔 것은 미팅에서 본 발표 자료 스무 장뿐입니다. 그걸 그대로 전달하면 받는 쪽은 첫 장을 열고 세 장쯤 넘기다 닫습니다.

문제는 발표 자료가 설명하는 사람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데 있습니다. 화면에 도표 하나만 띄워 두고 영업이 5분을 말로 채우는 구조라, 그 말이 빠지면 도표만 남습니다.

그래서 이런 대화가 반복됐습니다. 2주 뒤에 영업이 연락하면 담당자가 "팀장님이 아직 못 보셨대요" 라고 답합니다. 실제로는 열어 보긴 했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파악이 안 돼 덮어 둔 것입니다. 거래는 멈췄지만 멈춘 이유는 아무도 모릅니다.

원시터는 이 구멍을 메우려고 만든 한 장입니다. 설명해 줄 사람이 옆에 없다고 보고, 읽는 사람이 혼자 30초 안에 무슨 제품인지 알아채도록 씁니다. 한 장이라는 제약도 여기서 나옵니다. 두 장이 되는 순간 읽는 쪽은 지금 볼지 나중에 볼지를 한 번 더 판단하게 됩니다.

구성 항목

들어가는 것은 대체로 여섯 덩어리로 정해져 있고, 위에서부터 읽는 사람이 궁금해하는 순서대로 놓입니다.

  1. 한 문장 소개 — 누구를 위한 무슨 제품인지 한 줄로 적습니다. "흩어진 팀 문서를 한곳에서 찾고 같이 고치는 협업 문서 도구" 처럼 대상과 하는 일이 같이 들어가야 합니다.
  2. 고객이 겪는 문제 셋 — 읽는 사람이 자기 상황으로 알아볼 수 있게 씁니다. "문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가 아니라 "어제 쓴 회의록을 오늘 다시 찾는 데 15분이 걸립니다" 쪽입니다.
  3. 그 문제에 닿는 기능 셋 — 2번의 세 줄과 하나씩 짝을 맞춥니다. 기능만 따로 나열하면 읽는 쪽이 짝을 스스로 지어야 해서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
  4. 숫자로 된 근거 하나 — 도입한 회사의 이름과 달라진 수치를 한 줄로 적습니다. "구성원 200명 회사에서 문서 검색 시간이 주당 2시간에서 20분으로" 같은 형태입니다.
  5. 가격 범위 — 정확한 견적이 아니라 자리를 잡아 주는 범위입니다. 인원당 월 1만 원부터, 100명 기준 연 1,200만 원선 정도면 됩니다. 이 줄이 없으면 결정권자는 검토 자체를 미룹니다.
  6. 연락처와 다음 단계 —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다음에 무엇을 하면 되는지를 한 줄로 적습니다. 30분 시연 요청이나 2주 무료 체험 링크가 흔합니다.

여섯 덩어리를 다 넣고도 한 장이 되려면 넣지 않을 것을 정해야 합니다. 회사 연혁, 조직도, 기술 구조도, 경쟁사 비교표가 대표적입니다. 경쟁사 비교는 배틀카드라는 다른 자료가 맡고, 도입 효과를 금액으로 계산해 보이는 일은 ROI 계산기가 맡습니다. 다 넣으려 들면 여섯 덩어리가 전부 줄어 어느 것도 읽히지 않습니다.

작성자와 독자

쓰는 쪽은 제품을 아는 마케터고, 문장을 다듬는 쪽은 실제로 파는 담당자입니다. 마케터가 초안을 잡으면 영업이 실제 미팅에서 반응이 온 표현으로 바꿉니다. 고객이 세 번 연속 "그거 검색도 되나요" 라고 물었다면 그 말이 다음 판에서 2번 자리로 올라갑니다.

읽는 쪽은 미팅에 없던 사람입니다. 이 자료가 다른 영업 자료와 갈라지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미팅에서 설득된 담당자가 파일을 그대로 팀장에게 보내고, 팀장이 그것을 임원에게 넘깁니다. 한 건의 구매에는 대개 쓸 사람, 돈을 승인할 사람, 위험을 따질 사람이 함께 관여하는데 이 묶음을 구매 의사결정 조직이라고 부릅니다. 원시터는 이 가운데 미팅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에게 닿는 유일한 자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담당자마다 조금씩 고친 판을 들고 다니면 같은 회사에서 서로 다른 가격이 적힌 종이가 나갑니다. 한 벌을 한곳에 두고 고칠 수 있는 사람을 정해 두는 것까지가 관리에 들어갑니다. 분기마다 숫자와 사례를 갈아 끼우지 않으면 작년 사례가 붙은 채로 계속 나갑니다.

실무 용례

"미팅 끝나고 원시터 한 장 남기고 왔어요."

그 자리에 없던 사람에게 전달될 자료를 손에 쥐여 주고 왔다는 뜻입니다.

"이거 원시터로 한 장 만들어 주세요. 팀장님한테 올려야 한대요."

발표 자료를 줄여 달라는 말이 아니라, 설명 없이 읽히는 자료를 새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입니다.

"원시터에 가격 범위는 넣어 주세요. 그게 없으면 다시 물어봐야 하잖아요."

값을 모르면 결정권자가 검토를 미룬다는 경험에서 나온 요구입니다.

페이지덱에서 수아가 구성원 200명짜리 회사에 들어갑니다. 미팅에 나온 사람은 실무 담당자 두 명이고, 한 시간 동안 발표 자료를 띄워 놓고 이야기한 뒤 원시터 한 장을 남기고 나옵니다. 사흘 뒤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팀장이 그 한 장을 보고 인원당 얼마인지와 지금 쓰는 도구에서 옮기는 기간을 물었다는 내용입니다.

가격 질문에는 이미 적혀 있는 범위로 답하고, 옮기는 기간은 그 회사 상황에 맞춰 따로 답합니다. 그다음에 필요한 자료를 붙입니다. 금액 근거를 더 보고 싶어 하면 ROI 계산기를, 정말 되는지 미덥지 않아 하면 비슷한 규모 고객과의 레퍼런스 콜을, 정보보안 쪽에서 검토가 들어오면 보안 점검표를 꺼냅니다. 원시터는 그다음 자료가 필요해지는 지점까지 거래를 끌고 갑니다.

흔한 오해

발표 자료를 요약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스무 장을 한 장으로 줄인 것처럼 보이니 자연스러운 오해입니다. 그런데 줄이는 방식으로 만들면 각 장의 제목만 남아서, 정작 말로 채우던 내용은 통째로 사라집니다. 읽는 사람이 다르다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발표 자료는 미팅에 들어온 실무자가 설명을 들으며 보는 것이고, 원시터는 제품을 처음 보는 사람이 혼자 읽는 것입니다. 요약본을 내보내면 받은 쪽이 무슨 제품인지 모른 채 덮고, 그 사실이 영업 쪽에 전달되지 않아 거래가 조용히 멈춥니다.

한 장이니 금방 만든다고 보는 것도 흔합니다. 분량이 적으니 품이 덜 들 것 같지만 반대입니다. 무엇을 뺄지 정하려면 고객이 실제로 무엇 때문에 사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걸 모르면 글자 크기를 8포인트로 줄여 열 가지를 밀어 넣게 됩니다. 그렇게 나온 한 장은 분량만 한 장이고 읽히지는 않습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어떤 자리에서 쓰는가원시터와의 차이
피치덱미팅에서 화면에 띄우고 말로 설명하는 발표 자료설명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전제로 만듭니다. 열 장에서 열다섯 장 분량이고, 말이 빠지면 뜻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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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미팅에서 쓰이지만 읽는 사람이 다른 자료입니다

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