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서
Proposal
단계
무엇을 어디까지 얼마에 언제까지 제공할지 한 문서에 정리해 보내는 단계로, 미팅에 오지 않은 사람이 읽고 판단하게 만듭니다.
등장 배경
문서 없이 말로만 조건을 맞추던 시절에는 합의한 내용이 사람마다 다르게 남았습니다. 미팅에서 "초기 설정은 도와드립니다" 한마디가 나왔다고 해 보겠습니다. 파는 쪽은 계정 만들기와 권한 설정까지를 생각하고 말했고, 사는 쪽은 예전 자료를 전부 옮겨 주는 것까지로 들었습니다. 둘 다 그 자리에서는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믿었습니다.
값을 치르는 시점은 계약 뒤였습니다. 도입 첫 주에 "자료 이관은 언제 해 주시나요" 하는 연락이 오고, 파는 쪽은 그것이 별도 유상 작업이라고 답합니다. 그때부터는 무엇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녹취록도 없고 메일에도 그 문장이 없습니다. 도입 첫 달이 신뢰를 쌓는 대신 깎는 데 쓰입니다.
제안서는 그 문장들을 문서 한 장에 붙잡아 두려고 파이프라인에 들어온 단계입니다. 말로 오간 것을 글로 옮기면 서로 다르게 기억할 여지가 줄고, 어긋난 부분이 계약 전에 드러납니다. 제안서를 보낸 뒤에 상대가 "이건 포함 아닌가요" 하고 되묻는 것은 사고가 아니라 이 단계가 제 일을 한 것입니다.
구간의 특징
이 단계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문서 하나입니다. 앞의 데모까지가 자리와 대화로 진행됐다면, 여기서는 보낸 문서가 우리 대신 미팅 밖에서 읽힙니다.
안에 적히는 것은 대개 넷입니다.
- 제공 범위 — 무엇을 어디까지 하는지 씁니다. 포함되는 것만 적지 않고 포함되지 않는 것도 함께 적습니다. 자료 이관과 사내 교육을 별도로 뺄 것이라면 그 문장이 문서에 있어야 합니다.
- 금액 — 인원당 단가, 인원, 한 해 총액을 함께 적습니다. 할인을 넣었다면 원래 값과 적용 값을 나란히 두고 왜 내려간 것인지도 한 줄 답니다. 근거 없이 내려간 값은 갱신 자리에서 기준선이 됩니다.
- 기간 — 계약 시작일과 종료일, 그리고 자동 갱신 여부입니다. 도입 작업이 두 주 걸린다면 요금이 언제부터 붙는지도 같이 씁니다.
- 대금 조건 — 연 단위 선불인지 분기 청구인지, 청구서 받고 며칠 안에 내는지입니다. 고객사 재무팀이 이 줄만 보고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일도 잦습니다.
문체가 앞 단계와 다릅니다. 데모에서는 옆에서 설명을 덧붙일 수 있었지만 제안서는 혼자 버텨야 합니다. 읽는 사람이 미팅에 오지 않은 결정권자와 재무 담당자와 법무 검토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줄임말과 내부 용어를 쓰지 않고, 한 문장이 두 가지로 읽히면 그 문장을 나눕니다.
분량은 길수록 좋은 것이 아닙니다. 서른 장짜리 제안서는 읽히지 않고, 읽히지 않은 문서에 적힌 조건은 합의된 적이 없습니다. 페이지덱의 팀 단위 계약은 네 장이면 충분하고, 기업 계약에서 늘어나는 것은 설명이 아니라 보안과 법무 항목입니다.
다음 구간의 조건
제안서를 보낸 것으로는 넘어가지 않습니다. 다음 단계인 협상이 열린 상태는 아래 셋이 확인된 상태입니다.
- 상대가 문서를 실제로 읽고 항목별로 반응했습니다. "확인했습니다" 는 읽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범위나 기간 가운데 하나를 짚어 되물었다면 읽은 것입니다.
- 고칠 곳이 목록으로 나왔습니다. 결제 조건을 분기로 바꿔 달라거나 교육을 포함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면 그때부터 조건을 맞추는 대화입니다.
- 결재 경로와 목표 날짜가 잡혔습니다. 누가 서명하고 그 전에 어느 부서를 지나는지, 언제까지 끝내고 싶은지입니다.
보내 놓고 기다리는 것이 이 단계에서 가장 자주 하는 실수입니다. 문서를 넘겼으니 공도 넘어갔다고 여기기 쉽지만, 읽지 않은 문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보낸 뒤 이틀 안에 함께 읽는 자리를 잡는 편이 답장을 기다리는 쪽보다 훨씬 빠릅니다.
기업 계약에서는 이 단계에서 문서가 하나 더 붙습니다. 무엇을 어디까지 제공할지 법적 효력이 있는 형태로 적은 작업 명세서입니다. 제안서의 범위 항목이 흐릿하면 그 문서를 쓰는 데만 몇 주가 걸립니다.
실무 용례
"제안서 보내기 전에 안 되는 것 목록 한 번 더 봐 주세요. 나중에 이 줄로 싸웁니다."
포함되지 않는 항목을 적는 일이 포함 항목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제안서는 화요일에 보내고 목요일에 같이 보는 자리 잡았습니다."
문서를 던져 놓고 기다리지 않겠다는 계획입니다.
"이건 제안서 단계가 아니라 아직 데모 단계예요. 기술 질문이 안 끝났어요."
거래를 실제보다 앞선 칸에 올려 둔 것을 되돌리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수아가 제안서 틀 하나를 쓰고 거래마다 세 군데만 바꿉니다. 범위, 인원과 금액, 기간입니다. 틀을 고정해 두는 이유는 작성 시간을 줄이려는 것보다 빠뜨리는 항목을 막으려는 쪽입니다. 매번 새로 쓰면 대금 조건 같은 줄이 조용히 사라집니다.
금액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규원이 문서를 한 번 봅니다. 규원이 보는 것은 설명이 아니라 범위와 기간과 해지 조건입니다. 지난 분기에는 자동 갱신 조항 하나가 빠진 채 나갈 뻔했습니다. 그 한 줄이 없으면 한 해 뒤에 계약이 그냥 끊기고, 고객 쪽에서도 다시 결재를 올려야 합니다.
흔한 오해
제안서를 길고 정성스럽게 쓸수록 설득력이 생긴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들인 문서가 성의로 읽힐 것 같고, 실제로 제안 경쟁에서 두꺼운 문서를 낸 쪽이 이긴 기억도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서를 읽는 사람은 승인 여부를 판단하려고 열어 봅니다. 회사 소개와 업계 동향이 앞에 열 장 붙어 있으면 찾던 숫자가 어디 있는지 몰라 스크롤을 내리다 덮습니다. 그러면 금액도 범위도 합의되지 않은 채 거래가 한 주씩 멈춥니다.
제안서를 설득하는 문서로 오해하는 것도 자주 봅니다. 앞 단계에서 하던 일이 설득이었으니 이어서 설득할 문서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이 문서가 하는 일은 확정입니다. 설득은 데모까지 끝나 있어야 하고, 아직 설득이 안 된 상태에서 제안서를 보내면 상대는 답할 말이 없어 조용해집니다. 그 침묵을 검토 중이라고 읽으면 두 주를 그냥 보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 용어 | 무엇이 담기는가 | 제안서와의 차이 |
|---|---|---|
| 견적서 | 가격과 구성, 유효 기간 | 값만 다룹니다. 제안서는 범위와 기간과 대금 조건까지 담아 그 값이 무엇에 대한 값인지를 함께 정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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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