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CI

RACI Matrix

방법

한 과제에 얽힌 사람들을 실행·책임·자문·통보 네 가지 관여 방식으로 나눠 적어 두는 표입니다.

등장 배경

여러 부서가 걸린 일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은 이건 누가 정하느냐입니다. 답이 없으면 회의가 끝나도 결정이 남지 않습니다.

페이지덱의 요금제 화면 개편이 그랬습니다. 회의를 세 번 돌았는데 시안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민서가 안을 올리면 수아가 영업하며 약속한 조건과 맞지 않는다고 하고, 태오가 구현 비용을 말하고, 지나가던 규원이 다른 방향을 언급했습니다. 네 사람 모두 할 말이 있었고 네 사람 중 누구도 최종 승인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회의마다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했습니다.

문제는 의견이 많았던 것이 아니라 의견의 무게가 적혀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수아의 말은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조건인지 참고 의견인지 알 수 없었고, 규원의 한마디는 지시인지 아이디어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RACI는 그 무게를 미리 적어 두는 표입니다. 누가 어떻게 결정할지 정해 두는 규칙인 의사결정 방식 아래에서 사람에게 이름표를 붙이는 역할 정의 갈래에 속합니다.

사용 절차

한 시간이면 한 과제를 채울 수 있고, 순서는 다섯 단계입니다.

  1. 활동을 줄로 쪼갭니다. 요금제 화면 개편이라는 한 줄로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습니다. 시안 확정, 문구 확정, 개발 착수 승인, 출시일 결정으로 나누면 줄마다 답이 달라집니다. 시안은 지현이 정하고 출시일은 규원이 정하는 식입니다.
  2. 네 이름표의 뜻을 합의합니다. 실행은 직접 손을 움직이는 사람, 책임은 결과를 지고 최종 승인하는 사람, 자문은 결정 전에 의견을 물어야 하는 사람, 통보는 결과만 알면 되는 사람입니다. 이 뜻을 한 줄씩 적어 두지 않으면 자문과 통보를 같은 것으로 다루는 사람이 나옵니다.
  3. 줄마다 채웁니다. 규칙은 하나입니다. 책임은 반드시 한 명입니다. 두 명을 적으면 둘이 서로를 바라보다 아무도 결정하지 않습니다. 실행은 여럿이어도 됩니다.
  4. 이름표가 붙은 사람에게 확인받습니다. 자기가 자문 칸에 있는 줄 모르는 사람은 의견을 내지 않고, 결정이 난 뒤에 뒤집습니다. 표를 만든 사람이 혼자 채워 넣고 공유만 하면 이 일이 반드시 일어납니다.
  5. 막힐 때 꺼냅니다. 이 표는 벽에 붙여 두는 장식이 아니라 결정이 멈췄을 때 여는 문서입니다. 회의가 같은 자리에서 두 번 멈추면 그 활동의 줄을 찾아 누가 책임인지 확인합니다.

칸을 다 채우려 하지 않는 것이 요령입니다. 활동 열두 줄에 사람 여섯이면 칸이 일흔두 개인데, 전부 채운 표는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칸은 비어 있어야 하고, 한 줄에 이름표가 셋 넘게 붙으면 그 활동을 더 쪼갤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적합한 상황과 한계

맞는 자리는 둘입니다. 부서가 셋 이상 걸친 과제, 그리고 장애 대응이나 출시 점검처럼 같은 절차가 반복되는 일입니다. 반복되는 일은 한 번 그려 두면 다음에 그대로 쓸 수 있어서 그린 값을 가장 크게 돌려받습니다.

한계도 분명합니다.

  1. 한 번 그려 두면 금방 낡습니다. 사람이 바뀌거나 팀이 갈라지면 표에 적힌 이름이 틀립니다. 틀린 표는 없는 표보다 나쁜데, 사람들이 그 표를 근거로 잘못된 사람에게 물어보기 때문입니다.
  2. 자문이 늘면 결정이 느려집니다. 한 줄에 자문이 다섯이면 결정 전에 다섯을 만나야 합니다. 결과에 영향을 받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이해관계자를 모두 자문으로 넣고 싶어지지만, 자기 일이 실제로 바뀌는 사람만 자문에 두고 나머지는 통보로 내립니다.
  3. 결정 한 건을 다루기에는 거칩니다. 이 표는 과제를 어떻게 굴릴지를 나누는 도구라, 예산 승인 한 건처럼 결정 자체가 대상인 자리에서는 칸이 잘 맞지 않습니다.
  4. 표가 신뢰를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책임을 한 명으로 적어 두어도 그 사람이 실제로 대표의 의견을 뒤집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면 그 칸은 종이 위의 글자입니다. 이견을 결정 전에 말하고 결정 뒤에는 함께 실행하는 반대하되 따른다 같은 원칙이 함께 있어야 표가 작동합니다.

실무 용례

"이 줄 책임이 두 명으로 적혀 있는데요. 한 명으로 줄여야 결정이 됩니다."

책임이 나뉘면 아무도 결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저는 자문인가요 통보인가요? 자문이면 시안 나올 때 불러 주세요."

자기 이름표를 확인해 관여 시점을 정하는 말입니다.

"그 사람은 통보로 내리죠. 이 결정으로 그쪽 일이 바뀌지는 않아요."

자문 인원을 줄이는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지현이 개편 과제마다 이 표를 한 장 만듭니다. 만든 뒤에 하는 일이 표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 적힌 네 사람에게 직접 확인받는 것입니다. 수아가 자문 칸에 들어간 것을 알고 나서는 시안이 나오기 전에 영업 조건을 먼저 보내 주기 시작했고, 세 번 돌던 회의가 한 번으로 줄었습니다.

표가 없던 시절과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회의 시간이 아니라 회의 뒤입니다. 결정이 난 뒤에 다시 열리는 일이 사라졌습니다.

흔한 오해

책임과 실행을 같은 사람으로 두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일을 하는 사람이 결과도 책임지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둘을 붙여 두면 실행하는 사람이 자기 일을 자기가 승인하는 모양이 되고, 그러면 검토가 사라집니다. 반대로 나눠 두면 승인하는 사람이 실행자와 다른 정보를 보게 됩니다. 민서가 시안을 만들고 지현이 승인하는 구조에서 지현은 이번 분기 우선순위와 다른 화면과의 일관성을 함께 봅니다. 한 사람이 둘을 다 하면 그 시야가 빠집니다.

표를 그리면 협업이 정리된다고 여기는 것도 흔합니다. 이름표를 붙이는 순간 혼란이 끝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표가 적는 것은 누가 결정하느냐뿐이고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는 적지 않습니다. 결정의 이유가 남지 않으면 석 달 뒤에 같은 안건이 올라올 때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표와 함께 결정 기록을 따로 남깁니다. 어려운 안건은 빨리 통과되고 사소한 안건에 시간이 몰리는 자전거 보관소 논쟁도 표만으로는 막지 못합니다. 그건 안건마다 무게를 정하는 다른 규칙이 맡습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나누는가RACI와의 차이
DACI결정 한 건을 누가 어떻게 내릴지결정권자가 명시적으로 한 칸을 차지하고, 예산이나 법무처럼 거부권을 가진 자리를 승인자로 따로 적습니다. RACI는 과제를 어떻게 굴릴지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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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