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CI
DACI
방법
결정 한 건을 두고 결정권자·승인자·기여자·통보 대상 네 자리를 미리 적어 두는 의사결정 틀입니다.
등장 배경
여덟 명이 한 시간을 이야기하고 나왔는데 정해진 것은 없는 회의가 있습니다. 의견은 다 나왔습니다. 그중 무엇이 결론이 되는지, 누가 결론을 내는지 아무도 몰랐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회의는 "그럼 다시 이야기하죠" 로 끝나고 2주 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원인은 회의 기술이 아니라 자리 배치입니다. 누가 결론을 내리고 누가 거부할 수 있고 누가 재료만 대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모든 발언이 같은 무게를 갖는데, 같은 무게의 발언 여덟 개는 결론이 되지 않습니다.
의사결정 방식에는 이 자리 배치를 미리 적어 두는 틀이 몇 가지 있고, DACI 는 그중 결정 한 건을 단위로 삼는 쪽입니다. 과제 전체의 역할을 나누는 RACI 나 과제를 사람 한 명에게 통째로 맡기는 싱글 스레디드 오너 와 달리, 회의 안건 하나마다 새로 그리는 표에 가깝습니다.
사용 절차
결정할 사안을 한 문장으로 적고, 네 자리에 사람 이름을 채운 뒤 기한과 결론을 같은 문서에 남깁니다. 이름은 네 자리의 영어 머리글자입니다 — Driver, Approver, Contributor, Informed.
- 결정권자 — 결론을 내는 한 사람입니다. 의견을 모으고, 갈리면 자기 판단으로 한쪽을 자르고, 결론을 문서에 적는 데까지가 몫입니다. 두 명이면 서로 상대가 정하겠거니 하는 사이에 기한이 지나갑니다.
- 승인자 — 그 결론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예산을 쓰거나 법적 책임이 걸린 사안에서만 생깁니다. 무료 플랜 용량을 줄이는 결정이면 약관을 고쳐야 하니 법무가 앉습니다. 없으면 비워 두고, 억지로 채우면 결정권자의 권한이 둘로 쪼개집니다.
- 기여자 — 재료를 대는 사람들입니다. 결정권은 없지만 의견을 낼 자리는 보장받습니다. 청구 로직 수정에 며칠이 드는지 아는 개발자, 그 조건으로 계약한 고객 수를 아는 세일즈가 들어갑니다.
- 통보 대상 — 결과만 알면 되는 사람들입니다. 의견을 묻지 않는 대신 결정이 난 날 알립니다. 비워 두면 나중에 "그런 게 정해진 줄 몰랐다" 는 말이 나오고, 그건 대개 결정을 다시 열자는 요구가 됩니다.
채우는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사안을 "무료 플랜 저장 용량을 2GB 에서 500MB 로 줄일지" 처럼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한 문장으로 좁힙니다. "요금제를 개선한다" 는 네 자리를 다 채워도 결론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다음 결정권자를 정하고, 결과에 영향을 받거나 줄 수 있는 이해관계자를 훑어 이 결정으로 자기 일이 바뀌는 사람을 기여자에, 알고만 있으면 되는 사람을 통보 대상에 넣습니다. 직급이 아니라 이 기준으로 가릅니다. 마지막은 기한이고, 없으면 의견이 끝없이 들어옵니다.
표는 회의의 결과물이 아니라 입장권입니다. 채운 문서를 먼저 돌린 뒤 회의를 열고, 끝나면 결론과 이유를 같은 문서에 적어 보냅니다.
적합한 상황과 한계
관계자가 여럿이고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 한 건에 잘 맞습니다. 되돌리기 쉬운 결정은 빨리 내리자는 판단 기준인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이 경계를 그어 줍니다. 버튼 문구는 다음 날 되돌리면 되니 표를 그리는 시간이 더 길고, 요금 체계를 갈아엎는 일은 되돌리는 데 몇 달이 들어 누가 무슨 근거로 정했는지가 나중에 문제가 됩니다.
부서를 넘나드는 결정에도 잘 맞습니다. 제품·개발·세일즈·법무가 동시에 걸린 사안에는 자연스러운 결정권자가 없어서, 사소한 안건에 시간이 몰리는 자전거 보관소 논쟁이 특히 잘 생깁니다. 누가 정하는지 적혀 있으면 한 시간짜리 이름 짓기 토론이 10분 만에 닫힙니다.
한계는 둘입니다.
실무 용례
"이건 DACI 부터 채우고 회의 잡죠. 지금은 누가 정하는지도 안 정해졌어요."
지금 모이면 의견만 쌓이고 결론은 안 난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번 건 기여자예요. 숫자는 드리는데 결정은 지현 님이 하십니다."
자기 의견이 채택되지 않아도 결론을 따르겠다는 선언입니다.
"법무가 승인자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약관 문구가 바뀌잖아요."
거부권을 가진 자리를 빠뜨렸다는 지적입니다.
페이지덱이 무료 플랜 용량을 줄일지 정할 때 이렇게 돌았습니다. 지현이 문서 맨 위에 "2GB 에서 500MB 로 줄인다" 를 적고 결정권자에 자기 이름을 넣었습니다. 약관이 바뀌므로 승인자는 규원, 기여자는 태오와 수아와 민서, 통보 대상은 전사였습니다.
의견은 갈렸습니다. 수아는 기존 고객이 이탈한다고 했고 태오는 2주면 고친다고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다시 이야기하죠" 가 나왔을 자리인데, 결정권자가 적혀 있으니 지현이 기한인 금요일에 "기존 가입자는 그대로 두고 신규 가입자부터 적용한다" 로 잘랐습니다. 수아는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지만 영업 자료를 그 기준으로 고쳤습니다.
흔한 오해
결정권자를 직급이 가장 높은 사람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결정이라는 말에 권한이 붙어 있으니 자연스러운 오해입니다. 이 자리가 요구하는 것은 권한이 아니라 사안에 대한 이해와 끌고 갈 시간입니다. 대표를 모든 표의 결정권자로 올려 두면 열다섯 건을 동시에 든 대표가 어느 것도 금요일까지 못 보고, 결정은 밀린 채 팀은 표가 소용없다고 판단합니다.
표를 다 채우면 합의가 됐다고 읽는 오해도 잦습니다. 이름이 적혀 있으면 동의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틀은 합의를 만들지 않고 이견이 남아도 결론이 나오게 만들며, 기여자 자리는 동의란이 아니라 발언권란입니다. 이 차이를 말해 두지 않으면 결론이 자기 의견과 다를 때 기여자가 "나는 동의한 적 없다" 며 결정을 다시 열고, 한 건에 3주가 갑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 용어 | 무엇을 나누는가 | DACI 와의 차이 |
|---|---|---|
| RACI | 과제 하나에 얽힌 사람들의 관여 방식 | 단위가 과제 전체입니다. 몇 달 가는 프로젝트에 한 번 그려 두고 계속 씁니다. DACI 는 결정 한 건마다 새로 그리고, 거부권을 가진 자리를 승인자로 따로 뽑아 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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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