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씽킹
Design Thinking
방법
사용자가 무엇 때문에 곤란한지 먼저 확인한 다음 만들어 보며 해법을 좁혀 가는 문제 해결 접근입니다.
등장 배경
무엇을 만들지 정할 때 오래 쓰인 출발점은 둘이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것, 다른 하나는 결정권을 쥔 사람이 원하는 것입니다. 둘 다 회사 안에서 답이 나오니 사무실 밖으로 나갈 일이 없었습니다.
어긋난 자리는 다 만든 뒤에야 드러났습니다. 석 달을 들인 기능을 켰는데 첫 달 사용률이 2퍼센트에 그치는 식입니다. 고장이 난 것도 아니고 화면이 못생긴 것도 아닌데 아무도 쓰지 않습니다. 회의록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시작점에 "사용자들이 이걸 불편해할 거예요" 라는 문장이 한 줄 있고, 그 말을 한 사람도 고개를 끄덕인 사람도 그런 사용자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회의는 늘 같은 모양으로 끝났습니다. 양쪽 근거가 다 짐작이면 논쟁은 목소리로 결판이 나고, 대개 직급이 높은 쪽 짐작이 채택됩니다. 반대하던 사람도 내밀 자료가 없으니 물러섭니다. 만들고 나서 안 쓰이면 그때는 홍보가 부족했다거나 사용자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설명합니다. 무엇이 틀렸는지 확인할 방법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틀린 짐작과 맞은 짐작이 구분되지 않으니 다음 분기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디자인 씽킹은 이 출발점을 바꾸자는 제안입니다. 만들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지 말고 누가 어떤 상황에서 곤란한지에서 시작하자는 것, 그리고 다 만든 뒤가 아니라 종이 위에서 미리 틀려 보자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들이 실제로 일하는 모습을 관찰해 순서로 정리한 것이라 이름에 디자인이 붙었을 뿐, 화면을 그리는 사람만 쓰는 방법은 아닙니다. 고객 응대 절차를 고칠 때도, 사내 휴가 신청 제도를 다시 짤 때도 같은 다섯 단계를 씁니다.
디자인 프로세스 아래에는 일하는 순서를 어떤 모양으로 짤지 다루는 방법론이 셋 있습니다. 그중 디자인 씽킹이 맡는 쪽은 태도입니다. 어느 칸에 서 있는지를 그림으로 확인하는 일이나 닷새 안에 결론을 내는 일은 다른 둘이 맡고, 이쪽은 사용자에게서 출발한다는 원칙과 그 원칙을 실행으로 옮기는 다섯 단계를 내놓습니다.
분야 구성
디자인 씽킹 아래 묶인 용어는 한 갈래입니다. 이 접근이 제안하는 다섯 단계이고, 적힌 순서대로 밟습니다.
크게 보면 앞의 둘은 문제를 붙잡는 구간이고 뒤의 셋은 해법을 시험하는 구간입니다. 다른 방법론과 견줬을 때 이 접근의 성격은 앞 구간에 시간을 많이 쓴다는 데 있습니다. 2주짜리 과제라면 첫 주를 통째로 앞의 두 단계에 쓰고, 화면 그리는 일은 둘째 주에 시작합니다.
- 공감 — 사용자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는 단계입니다. 자리에 앉아 상상하는 대신 찾아가서 묻고 지켜봅니다. 다섯에서 여덟 명을 45분씩 만나고, 가능하면 쓰는 자리에 앉아 어깨 너머로 봅니다. 질문의 모양이 중요합니다. "왜 안 쓰세요" 라고 물으면 그럴듯한 이유가 지어져 나오지만, "마지막으로 쓰신 게 언제고 그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라고 물으면 실제 장면이 나옵니다. 하는 말과 하는 행동이 다를 때는 행동 쪽을 적습니다. 평범한 사용자만 만나지 않고 양 끝에 있는 사람을 일부러 섞는 것도 이 단계의 요령입니다. 하루에 문서를 백 개 여는 사람과 한 달에 두 번 여는 사람을 같이 만나면, 가운데만 봤을 때는 보이지 않던 막히는 자리가 드러납니다.
- 정의 — 풀어야 할 문제를 좁혀 말하는 단계입니다. 인터뷰에서 나온 조각을 벽에 한 장씩 붙이고 비슷한 것끼리 모아 덩어리를 만든 뒤, 가장 두꺼운 덩어리 하나를 문장으로 굳힙니다. 문장에는 네 토막이 들어갑니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한데, 지금은 왜 안 되는지입니다. "협업이 불편하다" 는 이 단계의 산출물이 아닙니다. "새로 합류한 사람이 첫 주에 지난 결정을 따라잡아야 하는데, 결정이 회의록 열 개에 흩어져 있어 어느 것이 최신인지 알 수 없다" 정도까지 좁혀야 다음 단계에서 후보를 걸러 낼 수 있습니다.
- 아이디에이션 — 해법 후보를 넓게 펼치는 단계입니다. 규칙은 셋입니다.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기, 개수를 먼저 채우기, 남이 낸 안에 얹어 변형 만들기입니다. 실현 가능성 판단을 여기서 꺼내면 후보가 열 개도 나오기 전에 멈춥니다. 방에 모여 말로 시작하면 먼저 말한 사람 쪽으로 쏠리니, 8분 동안 각자 종이에 그린 뒤 한 장씩 펼치는 순서를 씁니다. 마흔 개쯤 모아 놓고 서로 다른 방향 셋을 골라 다음 단계로 넘깁니다.
- 프로토타이핑 — 고른 안을 빠르게 만들어 보는 단계입니다. 여기서 만드는 것은 완성품이 아니라 프로토타입, 그러니까 반응을 보려고 임시로 구현한 물건입니다. 종이에 손으로 그린 화면 여덟 장도 여기 들어갑니다. 기준은 반나절에서 이틀입니다. 그보다 오래 걸린다면 검증하려는 질문이 너무 크게 잡힌 것이라 질문을 쪼갭니다. 공들여 만들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버릴 각오가 서야 사용자가 싫다고 할 때 그 말을 그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 테스트 — 사용자에게 확인받는 단계입니다. 보여 주고 의견을 묻는 자리가 아니라 과업을 시키고 막히는 데를 보는 자리입니다. 이 방식을 따로 부르는 이름이 사용성 테스트입니다. "이 화면 어떠세요" 대신 "지난주 회의에서 정해진 것을 찾아보세요" 라고 시키고, 손이 어디서 멈추는지와 무엇을 잘못 누르는지를 적습니다. 다섯 명쯤이면 눈에 띄는 문제는 대체로 드러납니다.
다섯 단계는 한 줄로 흐르지 않습니다. 테스트에서 사람들이 화면을 못 쓰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 일을 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이 나오면 4번이 아니라 2번으로 돌아갑니다. 문제 정의가 틀렸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돌아갈 자리는 무엇이 틀렸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사람들이 버튼을 못 찾으면 4번으로 돌아가 화면만 고치면 되고, 버튼은 찾았는데 누를 이유가 없다고 하면 3번으로 돌아가 다른 방향의 후보를 꺼냅니다. 그 일 자체를 할 생각이 없다고 하면 2번입니다.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이 판단을 하게 되고, 판단의 정확도가 이 접근을 쓰는 실력에 가깝습니다.
맞지 않는 자리도 분명합니다. 무엇을 만들지가 계약서나 법으로 이미 정해져 있고 방법만 남은 일에는 쓸 데가 없습니다. 사용자를 만날 수 없는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단계가 통째로 비면 나머지 넷은 짐작 위에 세워집니다. 보안 정책이나 회계 규정처럼 답이 밖에서 정해져 내려오는 일도 여기 들어갑니다. 사용자가 불편하다고 말해도 바꿀 수 있는 폭이 없으면 앞의 두 단계에 쓴 시간이 그대로 사라집니다. 반대로 시간이 사흘밖에 없는 급한 일에도 무리인데, 그럴 때는 닷새를 통으로 비워 같은 흐름을 몰아 끝내는 다른 방법론 쪽이 맞습니다.
실무 용례
"이거 우리 짐작이잖아요. 공감 단계부터 다시 합시다. 이번 주에 쓰는 사람 다섯만 만나 보죠."
근거가 관찰이 아니라 추측이라는 지적이고, 일정을 미루자는 말이 아니라 첫 단계로 돌아가자는 제안입니다.
"지금은 고르는 자리가 아니라 펼치는 자리예요. 될지 안 될지는 이따 따집시다."
발산 구간에서 실현 가능성을 먼저 꺼내면 후보가 일찍 죽는다는 뜻입니다.
"프로토타입을 너무 잘 만들었어요. 다 완성된 줄 알고 아무 말도 안 하시는데요."
완성도가 높으면 사용자가 지적을 삼킨다는 관찰이고, 다음번에는 덜 다듬어 가져가자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에서 알림 설정 화면을 다시 만들던 분기의 일입니다. 시작은 "알림이 너무 많다" 는 문의 스무 건이었고, 첫 회의에서 나온 안은 알림을 끄는 스위치를 화면에 더 붙이자는 것이었습니다. 민서가 그 안을 만들기 전에 사용자 여섯 명을 만나 보자고 했습니다. 만나 보니 정작 알림을 다 끈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끄면 중요한 것까지 놓칠까 봐 못 끄고, 대신 알림함을 매일 아침 위에서 아래로 훑으며 지우고 있었습니다.
민서가 다시 적은 문제 문장은 스위치가 부족하다가 아니라, 알림 하나를 보고 이게 나한테 중요한지를 3초 안에 가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방향이 바뀌니 후보도 바뀌었습니다. 팀은 종이로 세 가지 안을 그려 사용자 다섯 명에게 시켜 봤고, 내가 언급된 것만 위로 모아 주는 안에서 손이 가장 빨리 멈췄습니다. 태오가 이 안을 2주 만에 붙였고 문의는 다음 달에 스무 건에서 세 건으로 줄었습니다. 처음 안대로 스위치를 붙였다면 화면만 복잡해지고 아침마다 알림함을 훑는 일은 그대로 남았을 겁니다.
흔한 오해
가장 흔한 오해는 다섯 단계를 한 번만 순서대로 통과하면 끝나는 절차로 읽는 것입니다. 어느 자료에나 화살표 다섯 개가 일직선으로 그려져 있으니 그렇게 보일 만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쓸 때 이 순서는 되돌아가라고 만든 것에 가깝습니다. 뒤 단계에서 나온 사실이 앞 단계의 판단을 뒤집는 일이 정상이고, 그때 돌아가지 않으면 앞의 넉 달이 낭비됩니다. 일직선으로만 밟는 팀은 마지막 테스트에서 나온 결과를 반영할 자리를 일정에 남겨 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나와도 기록으로만 남기고 예정대로 출시한 뒤, 다음 분기에 같은 화면을 처음부터 다시 만듭니다.
두 번째는 아이디어를 펼치는 자리만 떼어다 쓰면 디자인 씽킹을 한 것이라는 오해입니다. 다섯 중 가장 눈에 띄고 재미있는 단계인 데다 반나절이면 끝나니 여기만 골라 쓰기 쉽습니다. 문제는 앞의 두 단계 없이 펼친 마흔 개가 사용자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 방에 앉은 사람들의 짐작이라는 데 있습니다. 재료가 짐작이면 아무리 많이 펼쳐도 짐작의 변형이 나옵니다. 이렇게 하면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은 벽 사진 한 장이 남고, 두 달 뒤에 같은 사람들이 모여 같은 논쟁을 처음부터 다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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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