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다수
Early Majority
개념
자기와 비슷한 회사가 이미 쓰고 있다는 증거를 확인한 뒤에 움직이는,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실용적인 다수입니다.
등장 배경
팔리지 않는 이유를 "아직 몰라서" 로 설명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좋은 제품인데 알려지지 않았으니 더 알리면 된다는 계산입니다. 그래서 막히면 광고를 늘리고 행사에 나가고 기사를 냈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 풀리지 않는 정체가 있었습니다.
페이지덱이 그랬습니다. 현우가 인지도를 올리려고 두 분기 동안 예산을 두 배로 썼고 방문자는 실제로 세 배가 됐지만, 계약 건수는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그 사이 수아가 만난 대기업 담당자들은 페이지덱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기능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뒤에 물은 것은 값이나 성능이 아니라 "우리 업종에서 지금 쓰는 회사가 어디냐" 였습니다.
몰라서 안 사는 것과 알고도 안 사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뒤쪽은 알리는 양을 늘려서 풀리지 않습니다. 새것을 먼저 쓰는 데서 이득을 찾는 사람들과 달리, 이 층은 새것을 쓰는 일 자체를 위험으로 셉니다. 지금 쓰는 도구로 일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바꿔서 얻을 것보다 바꾸다 잘못될 것을 먼저 계산합니다.
전기 다수라는 이름은 이 다른 기준에 붙은 것입니다. 시장을 새것을 받아들이는 순서로 다섯 덩어리로 끊었을 때 세 번째 자리이고, 얼리어답터 바로 뒤에 옵니다. 앞의 두 층을 합쳐도 16퍼센트 남짓이라 매출이 실제로 커지는 구간은 여기부터 시작합니다.
작동 방식
이 층은 제품이 좋은지가 아니라 바꾸는 일이 안전한지를 먼저 묻습니다. 그 질문이 네 가지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 비슷한 처지의 사례를 요구합니다. 아무 회사나가 아니라 같은 업종, 비슷한 규모, 비슷한 규정을 받는 곳이어야 증거로 칩니다. 직원 30명짜리 스타트업 열 곳이 쓴다는 말은 직원 2000명 제조사 담당자에게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케이스 스터디 한 건이 기능 목록 열 줄보다 크게 작동합니다.
- 제품 밖까지 갖춰져 있기를 요구합니다. 기존 데이터를 옮기는 절차,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할 곳, 회사 규정에 맞는 보안 문서, 응답 시간이나 가동률을 숫자로 약속하는 SLA 같은 것들입니다. 얼리어답터가 없으면 직접 메우던 자리를 이 층은 메울 생각도 이유도 없습니다.
- 결정이 여러 사람을 거칩니다. 실제로 쓸 팀, 예산을 쥔 사람, 보안을 보는 사람이 차례로 봅니다. 한 사람만 설득해도 되던 앞 구간과 달리 세 명 중 한 명만 반대해도 멈추고, 그래서 결정까지 몇 달이 걸립니다.
- 바꾸는 비용을 계산에 넣습니다. 새 도구가 좋은지가 아니라 옮기는 동안 일이 멈추지 않는지, 익히는 데 팀 전체가 며칠을 쓰는지를 셉니다. 기능이 두 배 좋아도 이관이 2주 걸리면 그냥 쓰던 것을 씁니다.
규모는 시장의 34퍼센트쯤으로 봅니다. 앞의 두 층과 합치면 절반이고, 사업으로서의 성패는 이 층에 닿느냐로 갈립니다.
쓰이는 곳
이 말이 실무에서 나오는 자리는 네 군데입니다.
영업 자료를 만들 때가 첫째입니다. 앞 구간에서 쓰던 "아직 아무도 안 쓰는 방식" 이라는 문장을 빼고, 이미 쓰고 있는 회사의 이름과 성과를 앞에 둡니다. 같은 제품인데 파는 말이 정반대가 되는 지점입니다.
제품 우선순위를 정할 때가 둘째입니다. 새 기능보다 옮겨 오는 도구, 권한 관리, 새 사용자가 자리 잡게 돕는 온보딩이 앞으로 옵니다. 얼리어답터 쪽에서는 한 번도 요청이 오지 않던 항목들이라 요청 목록만 보고 있으면 계속 뒤로 밀립니다.
계약과 문서를 준비할 때가 셋째입니다. 보안 점검표, 자료 보관 기준, 장애 시 보상 조항이 여기서 처음 필요해집니다. 앞 구간에서는 이런 것을 안 갖춰도 팔렸기 때문에 대개 이 시점에 부랴부랴 만듭니다.
시장을 어떻게 넓힐지 정할 때가 넷째입니다. 이 층 전체를 한 번에 노리는 대신 한 업종을 골라 그 업종이 요구하는 것을 끝까지 채우는 방식을 볼링 앨리라고 합니다. 이 층이 원하는 것이 결국 같은 처지의 회사가 먼저 성공한 사례이므로, 좁은 영역 하나를 통째로 채워 그 사례를 만드는 것이 방법이 됩니다.
실무 용례
"전기 다수로 넘어가려면 케이스 스터디부터 있어야 해요."
이 층은 기능 설명이 아니라 같은 처지의 사례를 보고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이 고객은 전기 다수라 보안 검토만 두 달 걸릴 겁니다."
결정이 여러 사람을 거치니 일정을 그만큼 길게 잡자는 말입니다.
"얼리어답터한테 먹히던 메시지가 여기선 안 먹혀요."
앞 구간에서 통하던 말이 뒤 구간에서는 오히려 안 사야 할 이유가 된다는 뜻입니다.
페이지덱이 대기업 쪽으로 넘어가던 분기의 장면이 이 층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수아가 계약 직전까지 간 고객사가 셋 있었는데, 모두 같은 자리에서 멈췄습니다. 기존 문서를 옮기는 방법이 없다는 점, 장애가 났을 때 몇 시간 안에 복구되는지 적힌 문서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지현이 그 분기 로드맵에서 새 편집 기능 두 개를 빼고 이관 도구와 관리자 화면을 넣었습니다. 얼리어답터 스무 곳의 요청 목록에는 한 줄도 없던 것들이었습니다. 규원은 이 결정을 기능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파는 대상을 바꾼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흔한 오해
이 층이 보수적이라 설득하기 어렵다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결정이 느리고 요구가 많으니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느린 것은 성향이 아니라 걸려 있는 것의 크기 때문입니다. 2000명이 쓰던 도구를 바꾸다 잘못되면 담당자 한 사람의 자리가 걸립니다. 성향 문제로 보면 설득의 강도를 높이는 쪽으로 움직이게 되고, 정작 필요한 증거와 절차는 계속 준비되지 않습니다.
값을 낮추면 넘어온다고 보는 것도 흔합니다. 안 산다고 하니 가격이 걸림돌이라고 짐작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층이 재는 것은 값이 아니라 바꾸는 데 드는 총비용입니다. 30퍼센트를 깎아 주어도 이관에 2주가 걸리고 그동안 일이 멈춘다면 계산이 맞지 않습니다. 할인으로 들어온 고객은 갖춰지지 않은 부분에 먼저 부딪히고, 남는 것은 낮아진 단가와 늘어난 지원 요청뿐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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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