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보딩
Onboarding
관행
가입한 사람이 제품의 쓸모를 스스로 느끼는 지점까지 닿도록 첫 화면과 안내를 팀이 미리 깔아 두는 활동입니다.
등장 배경
소프트웨어를 한 번 팔고 끝내던 시절에는 처음 쓰는 법을 사람이 가르쳤습니다. 계약서에 도입 교육이 항목으로 들어 있었고, 계약이 끝나면 담당자가 고객사에 가서 이틀에 걸쳐 화면을 하나씩 짚어 줬습니다. 비용이 아깝지 않았던 이유는 계약 한 건이 수천만 원이었고 이미 돈을 받은 뒤였기 때문입니다.
가입 문턱이 이메일 한 줄로 낮아지면서 이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계약서 없이 혼자 가입하고, 돈은 아직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월 2만 원을 낼지 말지 아직 정하지 않은 사람 3,000명에게 이틀씩 교육을 붙일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그 3,000명이 언제 들어올지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계약일에 맞춰 교육 일정을 잡던 방식은 새벽 두 시에 가입하는 사람 앞에서 그대로 멈춥니다. 그래서 가입 버튼을 누른 사람은 아무도 없는 빈 화면 앞에 혼자 앉게 됐습니다.
빈 화면은 생각보다 가혹합니다. 제품을 만든 사람에게는 무엇을 먼저 눌러야 하는지가 너무 당연해서 그게 설명이 필요한 일이라는 감각이 없습니다. 반대로 처음 들어온 사람에게는 화면에 놓인 버튼 열한 개가 전부 같은 크기로 보입니다. 무엇을 하러 들어왔는지는 알지만 이 화면에서 그 일을 어떻게 시작하는지는 모르는 상태이고, 이 상태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대개 3분 안에 창을 닫습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간격은 숫자 두 개의 차이로 드러났습니다. 한 달 신규 가입이 3,000명인데 첫 주에 문서를 한 개라도 만든 사람은 900명이었습니다. 지현이 나머지 2,100명의 화면 녹화를 몇 개 열어 보니 모두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가입 직후 뜨는 화면에 문서 목록이 있는데 목록이 비어 있고, 그 아래 "아직 문서가 없습니다" 라는 회색 글자 한 줄이 있었습니다. 마우스가 화면 위를 한 바퀴 돌다가 탭이 닫혔습니다. 기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첫 한 걸음을 아무도 가리키지 않아서 생긴 이탈이었습니다.
온보딩은 그 첫 한 걸음을 제품이 대신 가리키게 만드는 일입니다. 상위 갈래인 활성화 아래에는 사용자에게 일어나는 일이 이름을 달고 놓여 있습니다. 제품이 자기에게 쓸모 있다는 것을 깨닫는 어하 모먼트가 있고, 거기까지 걸린 시간을 재는 타임 투 밸류가 있습니다. 온보딩만 성격이 다릅니다. 나머지가 사용자 쪽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면 온보딩은 그 사건이 일어나도록 팀이 미리 깔아 두는 준비물입니다. 그래서 활성화율이 나쁘다는 진단이 나왔을 때 실제로 손대는 것은 대개 온보딩입니다.
분야 구성
온보딩 아래에 묶인 용어는 두 갈래입니다. 사람이 붙느냐 붙지 않느냐로 갈리는 방식, 그리고 제품 화면 안에서 첫 걸음을 미는 데 쓰는 수단입니다. 방식은 누가 얼마를 내는 고객이냐를 보고 먼저 정하고, 수단은 그 방식 안에서 어떤 장치를 쓸지 고르는 문제라 순서가 뒤집히지 않습니다. 월 2만 원짜리 고객에게 담당자를 붙이기로 정해 놓고 화면 장치를 고민하면 계산이 처음부터 맞지 않습니다.
방식은 둘로 갈립니다.
- 셀프 서브 온보딩 — 사람이 붙지 않고 제품 화면과 자동 메일만으로 첫 설정을 마치게 하는 방식입니다. 한 명이 내는 돈이 적을 때 쓰는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월 2만 원을 내는 사용자에게 담당자가 한 시간만 붙어도 그 계정에서 나올 1년 치 매출의 상당 부분이 인건비로 나갑니다. 대신 화면을 한 번 잘 만들어 두면 3,000명이든 30,000명이든 같은 비용으로 받습니다.
- 지원형 온보딩 — 담당자가 붙어 고객과 함께 설정을 끝내 주는 방식입니다. 연 5,000만 원짜리 계약에서 계정 100개를 한 번에 만들고, 쓰던 도구에 있던 자료를 옮기고, 부서별 권한을 설계하는 일은 화면 안내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보통 시작 회의, 설정 작업, 사용 교육, 한 달 뒤 점검의 네 단계로 잡고 3주에서 6주를 씁니다. 여기서 진짜 병목은 제품 사용법이 아니라 고객사 안의 준비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쓰던 도구에서 자료를 꺼내 줄 사람, 부서 구조를 아는 사람, 보안 검토를 통과시켜 줄 사람이 각각 달라서, 3주로 잡은 일정이 6주가 되는 이유는 대개 그 사람들의 일정이 서로 안 맞아서입니다.
수단은 화면 안에서 쓰는 장치이고 셋으로 갈립니다.
- 프로덕트 투어 — 화면 위에 말풍선을 띄워 눌러야 할 곳을 순서대로 짚어 주는 안내입니다. 단계 수가 성패를 가릅니다. 6단계짜리 투어는 두 번째 말풍선에서 닫기 버튼이 눌리고, 3단계짜리는 끝까지 따라오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습니다. 그래서 투어에 무엇을 넣을지보다 무엇을 뺄지가 실제 작업에 가깝습니다. 첫 행동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그 행동을 끝낸 다음에 하나씩 꺼내는 쪽이 완주율과 실제 사용 양쪽에서 낫습니다.
- 온보딩 체크리스트 — 첫 설정 항목을 목록으로 펼쳐 두고 완료한 개수를 보여 주는 장치입니다. 다섯 칸 중 세 칸이 채워진 상태가 눈에 보이면 남은 두 칸을 마저 채우고 싶어지는 성질을 씁니다. 그래서 가입하자마자 첫 칸 하나를 미리 체크해 둔 채로 보여 주기도 합니다. 다만 어떤 항목을 칸으로 올리느냐가 이 장치의 값을 가릅니다. 프로필 사진 등록처럼 제품의 쓸모와 상관없는 칸을 채워 넣으면 완료율 숫자는 올라가는데 그 숫자가 활성화와 따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 빈 상태 유도 — 보여 줄 데이터가 아직 없는 화면을 안내로 바꾸는 방법입니다. "아직 문서가 없습니다" 라는 회색 글자 한 줄 대신, 첫 문서를 만드는 버튼을 큼직하게 놓고 그 아래 회의록과 기획서 같은 견본 세 개를 깔아 두는 식입니다. 이 자리는 사용자가 반드시 지나가기 때문에 손댔을 때 효과가 가장 빨리 보입니다.
어떤 방식을 고르든 짜는 순서는 대체로 같습니다.
- 어하 모먼트를 하나로 정합니다. 페이지덱이라면 "동료를 초대해 같은 문서를 함께 고쳐 본 순간" 처럼 행동 하나로 적습니다.
- 가입에서 그 행동까지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만 남기고 나머지를 뺍니다. 프로필 사진 등록과 알림 설정은 이 단계에서 대개 빠집니다.
- 남은 단계마다 수단을 하나씩 붙입니다. 첫 화면에는 빈 상태 유도를, 여러 단계가 걸쳐 있으면 체크리스트를, 화면 안에서 위치를 못 찾는 기능에는 투어를 붙입니다.
- 단계별로 몇 명이 빠져나가는지 재서 가장 많이 빠지는 칸부터 고칩니다.
온보딩이 제품 화면 안에서만 벌어지지는 않습니다. 가입 다음 날 보내는 메일, 사흘째 아무것도 안 한 사람에게만 가는 안내, 첫 문서를 만든 사람에게 다음 기능을 알려 주는 메시지가 모두 같은 활동의 일부입니다. 화면은 지금 들어와 있는 사람만 붙잡을 수 있고, 창을 닫고 나간 사람을 다시 부르는 일은 화면 밖에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무 용례
"가입 첫날 이탈이 60퍼센트예요. 기능 추가는 다음 분기로 미루고 온보딩부터 다시 짭니다."
새 기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첫 화면에서 길을 잃어서 생긴 이탈이니 그쪽을 먼저 고치겠다는 결정입니다.
"투어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줄였더니 끝까지 보는 비율이 22퍼센트에서 61퍼센트로 올랐어요."
안내를 더 많이 붙이는 대신 덜어 내서 효과를 본 사례를 공유하는 말입니다.
"이건 온보딩으로 못 고칩니다. 설정 화면 자체를 없애야 해요."
안내를 잘 붙여도 넘기 어려운 단계라면 안내가 아니라 그 단계를 제품에서 빼는 것이 답이라는 지적입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일은 한 사람 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현이 단계별로 빠져나가는 비율을 뽑아 오면 가장 큰 구멍이 어디인지가 먼저 정해집니다. 빈 문서 목록 화면에서 절반이 나간다는 것이 확인되면, 민서가 그 화면을 다시 그립니다. 회색 안내 문구를 지우고 버튼 하나와 견본 세 개를 놓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태오가 한 가지를 더 붙였습니다. 새 계정에 회의록 견본 문서 한 개를 자동으로 만들어 두는 처리입니다. 목록이 완전히 비어 있는 화면과 문서가 하나 놓여 있는 화면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세 사람이 각각 다른 일을 했지만 고친 것은 하나입니다. 가입 직후 30초 안에 무엇을 할지 알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 세 번의 손질을 거친 뒤 첫 주 안에 문서를 한 개라도 만든 사람은 900명에서 1,500명대로 올라갔습니다. 새로 만든 기능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같은 제품을 같은 사람들이 쓰는데 숫자가 달라진 것이라, 그다음 분기 계획에서 온보딩은 기능 목록 뒤에 붙는 항목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작업 줄이 됐습니다.
흔한 오해
온보딩을 가입 직후 뜨는 팝업 안내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실제로 그 팝업이 온보딩이라는 이름을 달고 만들어지는 화면이라 그렇게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온보딩은 가입부터 첫 가치를 느끼는 순간까지의 구간 전체를 가리키고, 그 구간에는 팝업 말고도 다음 날 가는 메일, 처음 보는 빈 화면, 미리 깔아 둔 견본이 전부 들어갑니다. 팝업만 손보면 대개 성과가 안 나옵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지점은 보통 팝업이 아니라 팝업을 닫은 다음 화면이기 때문입니다.
기능을 빠짐없이 알려 줘야 한다는 생각도 흔합니다. 열심히 만든 기능이 많으니 처음에 다 보여 주고 싶고, 나중에 "그런 기능이 있는 줄 몰랐다" 는 말을 듣기 싫은 마음도 작용합니다. 그런데 처음 들어온 사람은 기능 목록을 외우러 온 것이 아니라 자기 문제 하나를 해결하러 온 것입니다. 열두 개를 순서대로 소개하면 셋째쯤에서 닫기를 누르고, 결과적으로 하나도 전달되지 않습니다. 첫 구간에서 할 일은 그 사람이 들어온 이유 하나를 끝내게 해 주는 것이고, 나머지 열한 개는 그 사람이 다시 들어온 뒤에 한 번에 하나씩 꺼냅니다. 기능을 몇 개 소개했는지는 세기 쉽고 그 사람이 자기 일을 끝냈는지는 세기 어렵다는 점도 이 오해를 오래가게 만듭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 용어 | 다루는 구간 | 온보딩과의 차이 |
|---|---|---|
| 고객 온보딩 | 계약한 기업 고객이 실제로 쓰기 시작할 때까지 | 대상이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고 담당자가 붙어 몇 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온보딩은 그보다 넓어서 혼자 가입해 혼자 지나가는 경우까지 포함합니다 |
| 가입 흐름 | 계정을 만들기까지 거치는 화면 순서 | 온보딩이 시작되기 전에 끝나는 구간입니다. 여기서 묻는 항목이 많으면 온보딩에 닿는 사람 수 자체가 줄어듭니다 |
| 활성화 | 가입한 사용자가 가치를 처음 체감하는 지점까지 | 활성화는 사용자에게 일어나는 일이고 온보딩은 그 일이 일어나게 만드는 팀의 작업입니다. 활성화율이 목표라면 온보딩이 수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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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