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
Naming
관행
제품이나 회사가 불릴 이름을 짓는 일로, 부르기 쉬운지부터 등록해 쓸 수 있는지까지 함께 따져 정합니다.
등장 배경
이름 짓는 일은 오랫동안 취향 문제로 다뤄졌습니다. 회의 끝에 후보 몇 개를 칠판에 적고 손을 들어 고르거나, 대표가 주말에 정해 와서 월요일에 통보하는 식이었습니다. 좋은 이름과 나쁜 이름을 가를 기준이 없으니 목소리 큰 사람의 취향이 이겼습니다.
문제는 몇 달 뒤에 드러났습니다. 로고를 만들고 홈페이지를 열고 명함까지 판 다음에 상표 출원이 거절되거나, 검색창에 이름을 넣으면 전혀 다른 회사가 먼저 나오거나, 영업이 전화로 이름을 불러 줄 때마다 상대가 철자를 되물었습니다. 하나같이 이름을 고르기 전에 확인할 수 있었던 것들인데, 확인하는 단계가 절차에 없었습니다.
되돌리는 비용도 계산 밖이었습니다. 이름 하나를 바꾸면 로고, 홈페이지, 계약서 양식, 앱스토어 등록 정보, 이미 나간 보도자료가 전부 따라 움직입니다. 쌓아 둔 인지도도 얼마간 버려야 합니다. 그래서 이름 짓기를 취향이 아니라 순서와 기준이 있는 작업으로 떼어 부르기 시작했고, 그 작업에 붙은 이름이 네이밍입니다.
진행 순서
기준을 먼저 적고, 후보를 많이 만들고, 기계적으로 걸러 내고, 사람에게 확인받는 순서로 돕니다. 다섯 단계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 기준을 적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성격이고 무엇을 약속하는지 회사가 스스로 규정해 둔 것에서 가져옵니다. 누구에게 팔 것인지, 진지한 쪽인지 친근한 쪽인지, 해외에서도 쓸 것인지를 문장으로 적어 둡니다. 이 문장이 없으면 마지막에 무엇을 고를지 판단할 근거가 없습니다.
- 후보를 늘립니다. 50개에서 100개를 목표로 잡습니다. 뜻이 그대로 보이는 말, 두 단어를 붙인 합성어, 뜻이 없는 지어낸 말, 사람 이름처럼 유형을 나눠 만들면 한쪽으로 쏠리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거르지 않고 적기만 합니다.
- 기계적으로 걸러 냅니다. 같은 이름이 이미 상표로 등록돼 있는지, 도메인을 살 수 있는지, 앱스토어에 같은 이름의 앱이 있는지, 검색했을 때 무엇이 먼저 나오는지를 후보마다 확인합니다. 후보 100개가 여기서 10개 안팎으로 줄어듭니다.
- 소리 내어 확인합니다. 전화로 상대에게 불러 줬을 때 한 번에 알아듣는지, 듣고 받아 적었을 때 철자가 맞는지를 봅니다. 눈으로만 보면 멀쩡한데 입으로 옮기면 무너지는 후보가 이 단계에서 걸립니다.
- 고객에게 확인하고 정합니다. 목표 고객 열 명쯤에게 후보 서너 개를 보여 주고 무엇을 하는 회사로 보이는지 묻습니다. 정한 뒤에는 미루지 말고 상표권 출원을 넣습니다. 같은 이름을 먼저 출원한 쪽이 권리를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3번과 5번의 순서를 바꾸면 안 됩니다. 고객에게 물어 표를 모은 뒤에 상표 검색을 하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 후보가 쓸 수 없는 이름으로 드러나는 일이 생깁니다. 이미 마음이 그쪽으로 기운 상태라 차선을 고르는 회의가 길어집니다.
참여자와 시점
브랜드를 맡은 마케터가 진행을 맡고, 최종 결정은 대표가 합니다. 이름은 되돌리기 어려워서 합의로 정하기보다 한 사람이 책임지고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3번 단계의 상표 검색은 법무 쪽이나 변리사가 함께 봅니다. 비슷한 이름이 있을 때 등록이 될지 안 될지는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 검색 결과만으로 가르기 어렵습니다.
디자이너는 후보가 10개로 줄어든 뒤에 들어옵니다. 글자 수가 너무 길거나 받침이 많아 로고로 옮겼을 때 모양이 안 나오는 후보를 이때 걸러 냅니다. 세일즈는 4번 단계에서 실제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이름을 불러 보는 역할을 맡습니다.
시점은 제품 방향이 정해진 뒤, 처음 공개하기 두세 달 전이 적당합니다. 더 이르면 제품이 바뀌면서 이름이 어긋납니다. 회의 도구를 만들다가 문서 도구로 방향을 틀었는데 이름에 회의가 들어가 있으면 시작부터 설명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공개 직전에 시작하면 상표 출원과 도메인 확보에 걸리는 시간을 못 맞춰 임시 이름으로 나가게 됩니다.
실무 용례
"후보 셋 다 상표 검색에서 걸렸어요. 2단계로 돌아가야 합니다."
남은 후보가 없으니 후보를 다시 만드는 단계부터 시작하자는 뜻입니다.
"이름은 좋은데 도메인이 없어요. 뒤에 뭘 붙이면 검색에서 밀립니다."
주소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름 자체의 장점이 깎인다는 지적입니다.
"전화로 불러 주면 다들 다시 물어봐요. 세일즈 쪽에서 계속 걸립니다."
귀로 들었을 때 전달되지 않는 이름이라 영업 현장에서 비용이 생긴다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이라는 이름도 같은 순서로 나왔습니다. 현우가 후보 80개를 만들어 왔고, 상표와 도메인을 확인하고 나니 아홉 개가 남았습니다. 규원이 그중 셋을 골라 고객 열두 명에게 보여 줬는데, 페이지덱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문서를 모아 두는 도구로 읽었습니다.
전화 확인에서도 한 번에 받아 적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한 사람이 "페이지택" 으로 적은 것이 유일한 실수였고, 팀은 이 정도면 받아들일 만하다고 보고 다음 날 상표 출원을 넣었습니다. 로고 작업은 그 뒤에 시작했습니다.
흔한 오해
좋은 이름이 마케팅을 대신한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알려진 회사들의 이름이 하나같이 좋아 보이니 이름이 성공을 만든 것처럼 읽힙니다. 하지만 그 이름들이 좋게 들리는 이유는 그 회사가 잘돼서 이름에 좋은 기억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대부분 뜻이 없거나 이상한 말이었습니다. 이 오해를 가진 팀은 이름 회의에 두 달을 쓰고 제품에 쓸 시간을 잃습니다. 이름은 브랜드 인지도를 쌓을 그릇을 만드는 일이지 인지도 자체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뜻이 명확해야 좋은 이름이라고 보는 것도 흔합니다. 이름만 듣고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알 수 있으면 설명이 줄어드니 그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뜻이 또렷한 이름은 대개 이미 누군가 쓰고 있어 상표로 등록하기 어렵고, 사업이 넓어질 때 발목을 잡습니다. 문서 도구로 시작한 회사가 이름에 문서를 박아 두면 나중에 회의나 일정 기능을 붙일 때마다 이름이 어긋납니다. 설명은 이름이 아니라 태그라인이 맡습니다. 이름 뒤에 따라붙는 짧은 한 줄이 그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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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