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포트폴리오
Product Portfolio
개념
회사가 운영하는 여러 제품을 한 판에 놓고 각자에게 다른 역할을 맡긴 조합으로, 어디에 사람과 돈을 더 넣을지 정할 때 봅니다.
등장 배경
제품이 하나일 때는 이 말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쓸 수 있는 사람이 열 명이면 열 명 전부가 그 제품에 붙고, 잘되고 있는지는 숫자 하나로 확인됐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가 생기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각 제품을 맡은 팀은 자기 쪽이 가장 급하다고 말했고, 그 말은 대개 맞았습니다. 신규 제품은 지금 사람을 넣어야 궤도에 오르고, 오래된 제품은 매출의 절반을 내고 있어서 손을 놓으면 그 절반이 흔들립니다. 문제는 세 주장이 다 맞을 때 무엇을 기준으로 고를지가 없었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분기 계획 회의는 목소리 크기로 갈렸습니다. 세 팀장이 각자 개발자 두 명씩 더 달라고 하고, 근거로 내놓는 것은 자기 제품의 성장률 하나뿐입니다. 성장률 40퍼센트인 작은 제품과 8퍼센트인 큰 제품 가운데 어디에 사람을 넣어야 하는지는 그 숫자만으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회사 전체를 한 판에 놓고 보는 눈이 없으면 결정은 매번 회의실 분위기에 맡겨집니다.
작동 방식
제품 포트폴리오는 제품마다 다른 역할을 지정하고, 역할마다 다른 잣대와 다른 자원 비중을 붙이는 방식으로 굴러갑니다. 순서는 셋입니다.
- 제품을 전부 적고 각자에게 역할을 하나씩 붙입니다. 역할은 보통 넷으로 갈립니다. 매출의 큰 몫을 대는 현금 제품, 지금 빠르게 키우는 성장 제품, 아직 될지 모르는 실험 제품, 그리고 고객이 떠나지 않게 붙잡아 두는 방어 제품입니다. 역할을 붙이는 틀로 3 호라이즌을 쓰기도 합니다. 지금 버는 것, 2~3년 뒤에 벌 것, 그보다 먼 것으로 셋을 나눠 놓는 사고 도구입니다.
- 역할마다 판정 기준을 따로 정합니다. 현금 제품은 매출과 수익률로 보고 성장률이 낮아도 문제가 아닙니다. 성장 제품은 사용자 증가로 보고 적자여도 넘어갑니다. 실험 제품은 매출이 아니라 가설이 맞았는지로 봅니다. 같은 잣대를 네 제품에 들이대면 실험 제품이 늘 최하위로 나오고, 그러면 새것을 시작할 이유가 매 분기 사라집니다.
- 자원 비중을 숫자로 적고 분기마다 다시 봅니다. 사람 시간의 70퍼센트는 현금과 성장 제품에, 20퍼센트는 방어에, 10퍼센트는 실험에 넣는 식입니다. 비중을 적어 두지 않으면 급한 일이 생길 때마다 실험 쪽 사람이 먼저 빠져나가고, 반년 뒤에는 실험 제품이 이름만 남습니다.
한 판에 놓고 보면 개별 제품만 볼 때 안 보이던 것이 보입니다. 네 제품이 전부 같은 고객을 놓고 같은 기능으로 붙어 있다면 그것은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같은 제품 넷입니다. 반대로 서로 아무 관계가 없으면 함께 팔 이유도, 한 회사에 둘 이유도 약해집니다. 제품끼리 고객을 주고받는 관계가 있는지, 시간이 갈수록 경쟁자가 넘기 힘들어지는 구조인 해자를 함께 깊게 파는지를 봅니다.
쓰이는 곳
가장 많이 쓰이는 자리는 분기나 연간 자원 배분 회의입니다. 쓰이는 방식은 넷으로 갈립니다.
- 사람과 돈을 나눌 때 — 성장률 하나로 견주는 대신 역할과 비중으로 견줍니다. 성장률 8퍼센트인 현금 제품에서 개발자 한 명을 빼 성장 제품으로 옮기는 판단이 여기서 나옵니다.
- 접을지 정할 때 — 어떤 제품의 역할이 비어 있으면 접는 후보가 됩니다. 매출도 작고 다른 제품을 돕지도 않으며 실험도 끝난 제품이 그렇습니다. 이 판이 없으면 적자라는 이유만으로 실험 제품을 먼저 접게 됩니다.
- 빈 자리를 채울 때 — 판을 그려 보면 비어 있는 역할이 드러납니다. 그 자리를 직접 만들지, 회사를 사올지, 다른 회사와 제휴할지 고르는 빌드-바이-파트너 판단이 이어집니다.
- 밖에 설명할 때 — 투자자와 이사회가 보는 자료의 첫 장이 대개 이 판입니다. 제품 목록이 아니라 역할과 비중을 보여 주면 회사가 어디로 가는지가 한 장에 담깁니다. 각 제품이 고객 머릿속에서 어느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정한 제품 포지셔닝이 함께 붙습니다.
판을 그리는 일 자체가 결정은 아닙니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안 할지 고르는 제품 전략이 먼저 있고, 포트폴리오는 그 선택을 제품 단위로 나눠 적은 결과입니다.
실무 용례
"이 제품 역할이 뭐죠. 현금이면 성장률로 보지 말고, 성장이면 적자를 문제 삼지 마세요."
한 제품에 엉뚱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험 몫 10퍼센트는 손대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도 빼면 내년에 낼 게 없어요."
급한 일이 생겨도 실험 쪽 사람을 빼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포트폴리오에 방어 자리가 비어 있어요. 이건 사오는 쪽이 빠릅니다."
판에서 빈 역할을 찾았고 직접 만드는 대신 인수를 검토하자는 제안입니다.
페이지덱은 아직 제품이 하나여서 제품 단위로 그릴 판이 없습니다. 그래서 규원은 이 판을 무료 플랜, 팀 단위 유료 플랜, 기업 계약이라는 세 갈래로 그립니다. 기업 계약이 현금 몫이고 팀 유료 전환이 성장 몫이며, 무료 플랜은 사람을 데려오는 방어 몫입니다. 지현이 분기 계획을 짤 때 세 갈래에 붙일 사람 시간을 먼저 나누고 그다음에 만들 항목을 고릅니다.
흔한 오해
제품이 많을수록 포트폴리오가 튼튼하다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하나가 흔들려도 다른 게 받쳐 준다는 그림이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제품 하나마다 사람과 유지 비용이 따로 들고, 같은 45명으로 다섯 제품을 굴리면 다섯 개 모두 어중간해집니다. 역할이 겹치는 제품을 늘린 경우는 더 나쁩니다. 같은 고객에게 비슷한 것을 둘 팔면 서로의 매출을 나눠 먹고 영업 쪽은 무엇을 권할지 매번 헷갈립니다. 판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은 개수가 아니라 역할이 겹치지 않는 배치입니다.
모든 제품이 성장해야 한다고 읽는 것도 흔합니다. 성장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금 제품의 몫은 안정적으로 벌어 성장 제품의 적자를 메우는 데 있어서, 여기에 성장 목표를 붙이면 요금을 올리거나 기능을 급히 늘려 기존 고객을 흔들게 됩니다. 반년 뒤에 성장률은 3퍼센트 올랐는데 이탈이 두 배가 된 상태가 나옵니다. 역할이 다르면 목표도 달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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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