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조항

Warranty

개념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상태일지를 판 쪽이 계약서에 약속해 두고, 그 약속이 깨지면 정해진 순서로 책임을 지는 조항입니다.

등장 배경

파는 쪽과 사는 쪽의 기대는 오랫동안 말로만 오갔습니다. 잘 돌아간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고친다 같은 문장이 영업 자리에서 오가고 계약서에는 값과 기간만 적혔습니다. 두 문장 모두 좋은 뜻이지만 판정할 수 없는 말입니다.

그래서 장애가 한 번 나면 같은 모양의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여섯 시간 동안 서비스가 멈춘 뒤 고객은 계약 위반이라고 하고, 회사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양쪽 다 같은 계약서를 들고 있는데 그 문서에 기준이 없으니 각자의 기억을 근거로 말하는 셈입니다. 한 달에 여섯 시간이 괜찮은 수준인지 아닌지를 판정할 문장이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보증 조항은 그 판정 기준을 미리 숫자로 적어 두려고 생긴 자리입니다. 개인에게 카드로 파는 제품에서는 이용약관 한 벌이 이 역할을 대신합니다. 협상할 상대가 없으니 회사가 정한 문장을 모두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구조입니다. 그러다 기업 고객이 생기는 날 이 조항이 정면으로 등장합니다. 상대 법무는 우리 약관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기들 계약서를 보내오고, 그 앞쪽에 우리가 무엇을 약속하는지가 빈칸으로 놓여 있습니다.

작동 방식

이 조항은 무엇을 약속하는지, 얼마 동안 약속하는지, 그 약속이 깨지면 무엇을 해 주는지 세 부분으로 짜입니다.

  1. 약속의 내용을 적습니다. 서비스가 한 달에 몇 퍼센트의 시간 동안 살아 있을지, 심각한 장애에 몇 시간 안에 1차 응답을 줄지 같은 숫자가 들어갑니다. 여기에 기능이 설명서대로 동작한다는 약속,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코드가 들어 있지 않다는 약속, 악성코드가 없다는 약속이 함께 붙습니다.
  2. 기간을 정합니다. 계약 기간 내내 유효한 약속과 인수한 날부터 90일처럼 한시적인 약속이 갈립니다. 구독으로 파는 서비스는 대개 앞쪽입니다.
  3. 구제 수단의 순서를 정합니다. 이 순서가 조항의 핵심입니다. 먼저 고쳐 주고, 정해진 기간 안에 고치지 못하면 그 기간 요금을 크레딧으로 돌려주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고객이 계약을 끝내고 남은 기간 요금을 환불받는 식으로 단계가 놓입니다. 이 계단이 없으면 작은 장애에도 고객이 곧바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자리로 올라갑니다.
  4. 배제하는 범위를 적습니다. 명시한 것 외에는 어떤 보증도 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관행적으로 들어가고, 무료 플랜과 베타 기능은 대개 여기서 빠집니다. 값을 받지 않는 구간에 같은 약속을 걸면 지킬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5. 책임 제한과 연결합니다. 약속이 깨졌을 때 물어 줄 금액의 천장을 정한 조항이 따로 있고, 보증 조항은 그 천장 안에서 작동합니다. 두 조항을 따로 읽으면 위험의 크기를 잘못 계산합니다.

숫자의 무게는 미리 계산해 둡니다. 월 가동률 99.9퍼센트는 한 달에 멈춰도 되는 시간이 43분이라는 뜻이고, 99.5퍼센트면 3시간 40분입니다. 소수점 한 자리가 배포 방식과 당직 체계를 바꿉니다. 이 숫자를 따로 문서로 떼어 관리하는 방식이 SLA이고, 계약서에서는 보증 조항이 그 문서를 가리키는 형태가 흔합니다.

쓰이는 곳

이 조항이 펼쳐지는 자리는 셋입니다.

  1. 기업 고객과 계약을 검토할 때입니다. 상대 법무 검토자가 가장 먼저 보는 곳이 여기입니다. 이때 회사 안에서 확인할 것은 문장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지난 6개월 실제 가동률이 99.7퍼센트였다면 계약서에 99.9퍼센트를 적는 것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미리 어기는 일입니다.
  2. 우리가 사는 쪽일 때입니다. 결제 대행이나 클라우드처럼 밖에서 사 쓰는 서비스에서는 우리가 고객입니다. 그쪽 보증이 얕으면 우리가 한 약속을 받쳐 줄 것이 없으니 두 계약의 숫자를 나란히 놓고 봅니다.
  3. 사고가 난 다음입니다. 장애가 끝나면 이 조항을 펴서 구제 순서를 따라갑니다. 크레딧을 얼마나 줄지 그 자리에서 정하지 않고 조항대로 계산하는 편이 다툼을 줄입니다. 해지 조항과 이어지는 지점도 여기로, 같은 위반이 반복되면 고객이 계약을 끝낼 사유가 됩니다.

실무 용례

"보증 조항에 99.9로 적혀 있는데 지난 분기 실제 가동률이 99.6이었어요."

약속과 실제가 어긋나 있으니 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보고입니다.

"그건 보증 위반이 아니라 면책 조항 쪽 사안입니다."

우리와 고객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과 제3자 사이의 문제라는 구분입니다.

"베타 기능은 보증 범위에서 빼는 문장을 넣어 주세요."

값을 받지 않는 구간에 같은 약속을 걸지 않겠다는 요청입니다.

페이지덱이 첫 기업 고객 계약을 검토할 때 가장 오래 걸린 줄이 이 조항이었습니다. 상대가 보내온 초안에는 월 가동률 99.95퍼센트가 적혀 있었는데, 그 값은 한 달에 22분만 멈출 수 있다는 뜻입니다. 태오가 지난 6개월 기록을 뽑아 보니 실제 값은 99.7퍼센트였습니다.

규원은 숫자를 99.5퍼센트로 낮추는 대신 심각한 장애에 두 시간 안에 1차 응답을 준다는 약속을 넣는 쪽으로 협상했습니다. 고객이 실제로 불안해하던 것은 멈추는 시간의 길이보다 멈췄을 때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흔한 오해

숫자를 높게 적으면 신뢰를 얻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계약서에 99.99퍼센트가 적혀 있으면 좋은 회사처럼 보이니 그렇게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홍보 문구가 아니라 지키지 못하면 돈이 나가는 약속입니다. 한 달에 5분만 멈출 수 있다는 뜻이고, 그 선을 못 지키면 매달 크레딧을 돌려주게 됩니다. 반년이면 고객은 크레딧을 기대하게 되고 회사는 같은 사과를 반복합니다. 지킬 수 있는 값을 적고 그 값을 지키는 쪽이 신뢰를 만듭니다.

보증을 어기면 곧바로 무한한 배상이 따라온다고 여기는 것도 흔한 오해입니다. 약속을 깼다는 말이 무겁게 들리니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계약은 구제 수단을 계단으로 정해 두고 그 위에 책임 제한을 얹습니다. 먼저 고치고, 못 고치면 크레딧, 그래도 안 되면 해지라는 순서가 있고 물어 줄 금액에는 천장이 있습니다. 위험의 크기를 정하는 것은 보증 문장의 강도가 아니라 그 옆에 붙은 구제 순서와 천장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다루는가보증 조항과의 차이
면책 조항고객이 제3자에게 배상을 물게 된 경우고객과 바깥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다룹니다. 보증 조항은 우리와 고객 사이의 약속이라 다투는 상대가 다릅니다
SLA서비스 수준의 구체적인 숫자가동률과 응답 시간을 모아 둔 문서입니다. 보증 조항이 그 숫자를 계약의 약속으로 삼아 위반 시 무엇을 할지까지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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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