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 조항

Termination Clause

개념

계약을 어떤 경우에 어떤 절차로 끝낼 수 있는지 정한 문장으로, 끝난 뒤 데이터를 어떻게 돌려줄지까지 함께 적습니다.

등장 배경

계약서는 시작하는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무엇을 주고 얼마를 받고 언제부터 쓰는지가 앞쪽에 적힙니다. 끝내는 이야기는 쓰는 자리에서 꺼내기 불편합니다. 이제 함께 일하기로 한 자리에서 어떻게 헤어질지를 먼저 정하자는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 부분이 한 줄로만 적혔습니다. "양 당사자 합의로 해지할 수 있다" 같은 문장입니다.

문제는 헤어질 때 합의가 안 된다는 데 있었습니다. 고객사가 반년 만에 쓰지 않겠다고 통보하면 파는 쪽은 남은 대금을 요구하고, 고객사는 서비스가 약속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답합니다. 양쪽 다 근거로 댈 문장이 없습니다. 더 급한 것은 데이터였습니다. 3년간 쌓은 문서 8만 건이 우리 서버에 있는데 언제까지 어떤 형식으로 돌려주는지가 적혀 있지 않으면, 그 데이터가 협상 카드가 되고 다툼이 길어집니다.

해지 조항은 그 불편한 대화를 시작하는 자리에서 미리 끝내 두는 장치입니다. 어떤 사유로 끝낼 수 있는지, 며칠 전에 알려야 하는지, 이미 낸 돈은 돌려받는지, 데이터는 며칠 안에 어떤 형식으로 받는지를 숫자로 적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이득입니다. 헤어질 방법이 적혀 있으면 들어올 때 덜 망설입니다.

작동 방식

해지 사유는 두 갈래로 나뉘어 적힙니다. 이 구분이 조항의 뼈대입니다.

  1. 사유 없는 해지 — 상대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미리 알리면 끝낼 수 있는 경우입니다. 통보 기한이 실제 내용입니다. 30일 전 통보로 끝낼 수 있는 계약과 90일 전 통보가 필요한 계약은 사는 쪽의 위험이 전혀 다릅니다. 연 단위 계약에서는 이 권리를 아예 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2. 사유 있는 해지 — 상대가 약속을 어겼을 때 끝낼 수 있는 경우입니다. 여기에는 시정 기간이 붙습니다. 어긴 사실을 알린 뒤 30일 안에 고치지 못하면 해지할 수 있다는 식입니다. 시정 기간이 없으면 사소한 지연 하나로 계약이 끝날 수 있어서, 파는 쪽이 이 기간을 반드시 확인합니다.

무엇을 위반으로 볼지는 보증 조항에서 나옵니다. 보증 조항은 서비스가 어떤 상태일지 약속하는 문장입니다. 가동률 99.9퍼센트를 약속했는데 두 달 연속 98퍼센트였다면 그것이 위반의 근거가 됩니다.

해지 뒤에 남는 일도 함께 적습니다. 항목은 셋입니다. 첫째, 이미 받은 돈을 어떻게 하는지입니다. 남은 기간을 일수로 계산해 돌려주는 방식과 돌려주지 않는 방식이 갈립니다. 둘째, 데이터입니다. 해지 뒤 30일 안에 표준 형식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하고 그 뒤 90일 안에 삭제한다는 식으로 날짜를 박습니다. 셋째, 끝난 뒤에도 남는 조항입니다. 비밀유지 의무와 책임 제한은 계약이 끝나도 몇 년 더 살아 있게 적는 것이 보통입니다. 책임 제한은 물어 줘야 하는 금액의 천장을 정한 조항입니다.

쓰이는 곳

협상에서 가장 자주 손대는 조항입니다. 사는 쪽은 사유 없는 해지 권리를 원하고 파는 쪽은 그것을 막으려 합니다. 계약 기간과 한 묶음으로 다뤄집니다. 3년으로 묶는 대가로 값을 깎아 주는 자리에서 사는 쪽이 30일 통보 해지를 함께 요구하면, 그건 1년 계약을 3년 값으로 달라는 요구가 됩니다.

자동 갱신 조항과도 붙어 움직입니다. 자동 갱신 조항은 따로 끝내겠다고 말하지 않으면 계약이 이어진다는 문장인데, 여기 적힌 통보 기한과 해지 조항의 통보 기한이 다르면 실무에서 사고가 납니다. 갱신을 막으려면 60일 전에 알려야 하고 해지는 30일 전 통보로 된다고 적혀 있으면, 만료 45일 전에 마음을 바꾼 고객은 갱신은 막지 못하고 해지로 끊어야 합니다.

개별 계약과 모두에게 같은 조건을 거는 약관도 다릅니다. 기본 계약서의 해지 조항은 협상 결과라 고객사마다 다르고, 이용약관의 해지 조항은 한 벌뿐입니다. 기본 계약서는 거래 전반에 적용할 공통 규칙을 미리 정해 두는 계약입니다. 두 문서를 다 쓰는 회사는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 적어 둬야 합니다.

실무 용례

"30일 통보로 해지 가능한 조건이면 3년 할인은 못 드립니다."

해지 권리와 기간 할인이 한 묶음이라는 말입니다.

"시정 기간 30일은 넣어 주셔야 합니다. 장애 한 번으로 끊기면 저희가 못 받습니다."

위반과 즉시 해지 사이에 완충을 넣자는 요구입니다.

"해지하면 데이터를 며칠 안에 어떤 형식으로 받을 수 있는지 계약서에 적어 주세요."

나중에 협상 카드가 되지 않게 미리 못 박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의 기업 계약 초안에는 사유 없는 해지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1년 계약은 만료까지 유지되고, 대신 사유 있는 해지에 30일 시정 기간을 붙였습니다. 규원이 이 초안을 정한 이유는 매출 예측 때문입니다. 30일 통보로 끊을 수 있는 계약이 절반이면 다음 분기 숫자를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고객사 법무가 사유 없는 해지를 요구하는 일은 흔합니다. 그때 수아가 쓰는 답은 둘입니다. 1년 계약을 6개월로 줄이거나, 사유 없는 해지를 넣되 남은 대금의 일부를 받는 조건을 붙이는 것입니다. 조항 하나만 따로 바꾸지 않고 기간과 금액을 함께 움직입니다.

흔한 오해

해지 조항이 사는 쪽에만 이득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끝낼 권리를 적는 문장이니 나가려는 쪽 편처럼 읽힙니다. 다만 파는 쪽도 이 조항으로 끝냅니다. 대금을 석 달째 내지 않는 고객, 약관을 어겨 다른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고객을 정리하려면 근거 문장이 필요합니다. 이 조항이 없거나 한 줄로만 적혀 있으면 파는 쪽도 손이 묶입니다. 서비스를 임의로 끊었다는 주장을 받으면 대응할 문장이 없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해지 조항과 제품의 해지 버튼이 같은 것이라고 보는 것도 흔합니다. 둘 다 그만두는 이야기라 섞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해지 흐름은 구독을 끊는 화면과 그 안의 만류 장치를 가리키는 제품 쪽 말이고, 해지 조항은 그 버튼을 눌렀을 때 법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정한 문장입니다. 화면에서 즉시 해지된다고 안내하면서 약관에는 30일 통보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으면 둘이 어긋나고, 이 어긋남은 대개 고객이 환불을 요구할 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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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