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가치

Core Values

개념

판단이 갈릴 때 어느 쪽을 고를지 미리 정해 둔 회사의 신념으로, 채용과 평가의 기준으로도 씁니다.

등장 배경

구성원이 열 명일 때는 이런 문장이 필요 없습니다. 애매한 상황이 생기면 대표에게 물으면 되고, 대표가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모두가 옆에서 봤기 때문입니다.

50명이 되면 그게 끊깁니다. 대표가 모든 결정에 들어갈 수 없고, 같은 상황을 두고 사람마다 다른 답을 냅니다. 큰 계약을 눈앞에 둔 세일즈는 고객사가 요구한 예외를 들어주자고 하고, 개발은 그 예외를 만들면 다른 고객에게도 열어 줘야 한다며 거절합니다. 둘 다 회사를 위해 말하고 있는데 방향이 반대입니다. 회의는 두 시간을 쓰고 결론 없이 끝나고, 다음 주에 비슷한 건이 올라오면 처음부터 다시 다툽니다.

더 나쁜 건 같은 질문에 팀마다 답이 다른 상태입니다. 어떤 팀은 예외를 열어 주고 어떤 팀은 막으니 고객 입장에서는 담당자 운에 따라 대우가 달라집니다. 내부에서도 어느 쪽이 회사가 원하는 행동인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핵심 가치는 이 다툼을 매번 처음부터 하지 않으려고 미리 적어 둔 답입니다. 대표가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옆에서 보고 배우던 것을 문장으로 꺼내 놓은 셈입니다. 결정 하나하나를 정해 주지는 못하지만, 무엇을 더 무겁게 볼지를 정해 둡니다. 판단할 사람이 대표 한 명에서 50명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그 50명이 비슷한 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작동 방식

문장 서너 개를 정해 두고, 결정이 갈릴 때 그 문장에 비춰 어느 쪽을 고를지 판단합니다. 개수를 적게 두는 이유는 열 개가 넘으면 아무도 외우지 못하고, 외우지 못하는 문장은 회의 중에 꺼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드는 순서는 셋입니다.

  1. 이미 내린 결정을 되짚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어려웠던 결정 열 개를 꺼내 놓고 그때 무엇을 골랐는지 적습니다. 가치는 앞으로 되고 싶은 모습을 적는 게 아니라 이미 하고 있는 판단을 문장으로 꺼내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2. 각 문장이 무엇을 포기하게 하는지 적습니다. 문장 옆에 "이걸 지키면 우리는 무엇을 잃는가" 를 한 줄로 답해 봅니다. 답이 없으면 그 문장은 가치가 아니라 덕담입니다.
  3. 제도에 겁니다. 채용 면접 질문, 승진 기준, 분기 회고에서 이 문장이 실제로 불려 나오게 만듭니다. 문서에만 있고 어느 절차에도 걸리지 않은 문장은 반년 안에 아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쓸모 있는 가치와 벽 장식을 가르는 시험은 2번입니다. 반대 문장이 말이 되는지 보면 됩니다. "고객을 먼저 생각한다" 의 반대는 "고객을 나중에 생각한다" 라서 아무 회사도 반대편에 서지 않고, 그래서 어떤 결정도 바꾸지 못합니다. "매출이 걸린 요청이라도 고객 데이터를 넘기지 않는다" 는 반대편에 설 회사가 실제로 있고, 이 문장을 지키면 계약 하나를 잃습니다. 그렇게 한 번 잃어 본 회사에서만 이 문장이 다음 결정에 쓰입니다.

쓰이는 곳

가장 자주 쓰이는 자리는 채용입니다. 컬처 인터뷰는 일하는 방식과 가치가 맞는지 보려고 따로 두는 면접인데, 질문이 가치 문장에서 나옵니다. 데이터를 넘기지 않는다는 가치가 있으면 "고객이 규정 밖의 요청을 했을 때 어떻게 하셨나요" 를 묻고, 답에서 그 사람이 무엇을 포기해 봤는지를 봅니다.

성과 평가에서도 씁니다. 숫자만 보면 목표를 넘긴 사람이 늘 앞섭니다. 목표를 120퍼센트 채웠지만 그 과정에서 가치를 어긴 사람을 어떻게 볼지 정해 두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가치가 아니라 숫자만 보면 된다는 것을 한 분기 만에 배웁니다.

제품 결정에서도 불려 나옵니다. 무료 사용자에게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낼지 같은 문제는 실험으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광고를 붙이면 이번 분기 매출은 오르고 무료 사용자 일부는 떠나는데, 어느 쪽이 맞는지는 숫자가 정해 주지 않습니다. 이럴 때 회의를 여는 문장이 가치입니다.

미션·비전과 한 묶음으로 적히는 일도 많습니다. 미션은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 비전은 장기적으로 도달하려는 모습이고, 핵심 가치는 거기까지 가는 동안 무엇을 지킬지입니다. 앞의 둘이 방향이라면 이건 그 길에서 넘지 않을 선입니다.

실무 용례

"이건 우리 두 번째 가치랑 정면으로 부딪히는데요."

제안이 회사가 지키기로 한 선을 넘으니 다시 보자는 제동입니다.

"가치에 적어 두기만 하고 평가에는 안 들어가 있어요."

문장은 있는데 제도에 걸리지 않아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분기 가치 수상자는 태오 님입니다."

가치에 맞는 행동을 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골라 어떤 행동이 회사가 원하는 것인지 보여 주는 자리입니다.

페이지덱의 가치 하나는 "고객의 데이터는 매출보다 앞선다" 입니다. 수아가 따내려던 기업 고객이 문서 내용을 외부 분석 도구로 내보낼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이 문장이 회의에 올라왔습니다. 연 6천만 원짜리 계약이었고, 태오는 기술적으로는 이틀이면 된다고 했습니다.

규원은 그 자리에서 거절을 택했습니다. 이유는 그 기능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이 문장을 한 번 비켜 가면 다음 분기에 더 큰 계약이 왔을 때 기준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아는 계약을 잃었지만 그 뒤로 비슷한 요청이 올 때 회의를 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답할 수 있게 됐습니다.

흔한 오해

좋은 말을 모아 두면 핵심 가치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정직·성장·팀워크 같은 단어는 어느 회사에 붙여도 어색하지 않고 반대할 사람도 없으니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문장은 어떤 결정에서도 한쪽 편을 들어 주지 못합니다. 그렇게 만든 가치는 벽과 채용 페이지에만 남고, 정작 결정이 갈리는 회의에서는 아무도 꺼내지 않습니다. 한 해가 지나면 구성원 대부분이 회사 가치를 하나도 대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가치를 적어 두면 사람들이 알아서 따른다고 믿는 것도 흔한 오해입니다. 공지했고 온보딩 문서에도 넣었으니 충분해 보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적힌 문장이 아니라 실제로 보상받는 행동을 배웁니다. 가치를 어긴 사람이 실적으로 승진하는 장면을 한 번 보면 그 뒤로는 문장이 아니라 그 장면이 기준이 됩니다. 가치가 작동하려면 그걸 지킨 사람이 무엇을 얻었고 어긴 사람이 무엇을 잃었는지가 눈에 보여야 합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가리키는가핵심 가치와의 차이
조직 문화구성원이 실제로 공유하는 일하는 방식과 태도가치는 적어서 정해 둔 기준이고 문화는 실제로 벌어지는 모습입니다. 둘이 어긋날 수 있고, 어긋나면 사람들이 믿는 쪽은 언제나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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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