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Mission

산출물

회사가 왜 존재하는지를 한 문장으로 적어 둔 것으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지 가를 때 기준이 됩니다.

등장 배경

사람이 열 명일 때는 회사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굳이 적어 둘 일이 없습니다. 같은 방에 앉아 있으니 누가 무엇을 왜 하는지가 대화로 전해집니다. 마흔 명이 되면 그게 끊깁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은 자기 팀이 맡은 일만 보게 되고, 회사가 어디로 가는지는 각자 짐작으로 채웁니다.

그러면 같은 질문에 다른 답이 나옵니다. 면접에서 지원자가 "여기는 뭘 하는 회사예요" 하고 물었을 때 어떤 사람은 문서 도구를 만든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팀 협업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노션 같은 걸 만든다고 답합니다. 셋 다 틀린 말은 아닌데 지원자가 들은 회사는 세 개입니다.

기능을 정할 때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이거 우리가 할 일이 맞나요" 라는 물음에 댈 근거가 없으면, 남는 기준은 목소리 크기와 고객사가 가장 최근에 요청한 것뿐입니다. 회사가 커질수록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데 고를 잣대는 그대로라서, 방향은 요청이 오는 쪽으로 조금씩 끌려갑니다. 미션은 그 잣대를 문장 하나로 고정해 두려고 씁니다.

구성 항목

쓸 만한 미션 문장에는 세 조각이 들어갑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들에게 무엇을 바꿔 주는지, 그리고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입니다.

  1. 대상. 세상 전체가 아니라 구체적인 누구여야 합니다. "모든 사람" 으로 적으면 어떤 요청도 대상에서 벗어나지 않아 거르는 기능을 잃습니다. 페이지덱은 "함께 문서를 쓰는 팀" 을 대상으로 잡고 있습니다.
  2. 변화. 그 대상의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동사로 적습니다. 제품 이름이나 기술이 아니라 대상 쪽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적는 게 요령입니다. "협업 문서 도구를 만든다" 는 우리가 하는 일이지 그들에게 생기는 변화가 아닙니다.
  3. 범위. 어디까지가 우리 일이고 어디부터는 아닌지가 문장에서 읽혀야 합니다. 이 조각이 없으면 회의에서 아무것도 걸러내지 못합니다.

세 조각을 합치면 페이지덱의 미션은 "흩어진 문서를 팀의 공용 기억으로 만든다" 가 됩니다. 대상은 팀이고, 변화는 흩어진 상태가 공용 기억이 되는 것이며, 범위는 문서입니다. 그래서 일정 관리 기능을 넣자는 제안이 올라오면 이 문장에 비춰 볼 수 있습니다.

형식에도 조건이 몇 가지 붙습니다. 한 문장이어야 하고, 현재형이어야 하며, 회사 이름을 지워도 우리 회사만 해당되는 문장이어야 합니다.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한다" 는 회사 이름을 아무거나 넣어도 말이 되니 미션으로 쓸 수 없습니다. 측정 가능한 목표를 넣지 않는 것도 조건입니다. 숫자와 기한이 들어가면 그 날짜가 지났을 때 문장을 다시 써야 하는데, 미션은 오늘도 내년에도 참인 문장 자리입니다.

작성자와 독자

쓰는 사람은 창업자 또는 대표입니다. 워크숍을 열어 구성원 의견을 모으더라도 마지막에 문장을 정하는 것은 회사의 방향을 책임지는 사람이고, 설문으로 다수결을 내는 대상이 아닙니다. 판단이 갈릴 때 기준이 되는 신념인 핵심 가치와 함께 초기에 한 번 정해 두고, 사업 자체가 달라지지 않는 한 손대지 않습니다. 1년에 한 번씩 바뀌는 미션은 잣대 구실을 못합니다.

읽는 사람은 넷이고 읽는 이유가 서로 다릅니다.

  1. 구성원. 매일의 결정에서 잣대로 씁니다. 이번 기간에 집중할 과제를 고르는 전략 우선순위 회의에서 후보를 떨어뜨릴 때 가장 자주 인용됩니다.
  2. 지원자. 채용 공고와 면접에서 회사를 판단하는 재료로 씁니다. 같은 연봉이면 어느 문장에 동의하는지가 선택을 가릅니다.
  3. 투자자. 이 회사가 한 기능짜리 사업인지 더 긴 이야기가 있는 사업인지를 여기서 봅니다.
  4. 고객. 대개 미션 문장을 직접 읽지는 않지만, 제품이 무엇을 거절하는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읽습니다.

같은 문장이 네 방향으로 쓰이다 보니 한쪽에만 맞춘 미션은 금방 티가 납니다. 투자자용으로 크게 부풀린 문장은 구성원이 회의에서 쓸 수 없고, 구성원용으로 쪼갠 문장은 밖에서 읽었을 때 그냥 기능 설명으로 보입니다.

실무 용례

"그 기능은 우리 미션 밖인 것 같은데요."

취향이 아니라 미리 합의해 둔 범위를 근거로 반대한다는 신호입니다.

"미션은 그대로 두고 비전이랑 올해 우선순위를 다시 씁시다."

방향이 틀린 게 아니라 도달 목표와 이번 기간의 과제가 낡았다는 진단입니다.

"미션이 너무 넓어서 무엇을 안 할지가 안 나와요."

문장이 모든 제안을 통과시키고 있으니 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페이지덱에서 일정 관리 기능을 넣자는 제안이 올라왔을 때 이 문장이 실제로 쓰였습니다. 영업에서 들어오는 요청 중 가장 많았고, 수아는 이것 때문에 놓친 계약이 두 건이라고 했습니다. 지현은 만들 수는 있지만 문서를 공용 기억으로 만드는 일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규원은 미션 문장을 띄워 놓고 두 가지를 갈라 물었습니다. 회의록에 적힌 할 일을 추적하는 기능인지, 팀의 일정 자체를 관리하는 기능인지입니다. 앞은 문서에서 출발하니 범위 안이고 뒤는 다른 제품이라는 결론이 나왔고, 회의록에서 할 일을 뽑아내는 기능만 만들기로 정해졌습니다. 미션이 답을 준 게 아니라 하나의 제안을 두 개로 쪼개 물을 수 있게 해 준 셈입니다.

흔한 오해

미션을 대외용 문구로 여기는 것이 가장 흔한 오해입니다. 채용 페이지 맨 위와 회사 소개 자료 첫 장에 놓이니 홍보 문안처럼 보이고, 실제로 그렇게 쓰이는 회사도 많습니다. 그런데 문장의 쓸모는 밖에서 읽힐 때가 아니라 안에서 무언가를 거절할 때 생깁니다. 장식으로만 걸어 두면 회의에서 아무도 인용하지 않는 문장이 되고, 그러면 고객이 이 제품을 골라야 할 이유를 압축한 가치 제안과 구별되지 않는 광고 문구가 하나 더 생길 뿐입니다.

크고 넓을수록 좋다고 믿는 것도 흔합니다. "세상을 더 낫게 만든다" 같은 문장은 멋있게 읽히고 반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문제는 잣대로 쓸 때 드러납니다. 넓은 문장은 올라오는 제안을 전부 통과시키기 때문에 있으나 마나입니다. 미션이 제 몫을 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최근 반년 동안 이 문장을 근거로 거절한 제안이 하나라도 있는지 세어 보면 됩니다. 하나도 없다면 그 문장은 너무 넓거나 아무도 읽지 않고 있습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적는가미션과의 차이
비전시간이 지난 뒤 도달해 있고 싶은 모습시제가 다릅니다. 미션은 오늘도 참이라 거의 바뀌지 않고, 비전은 아직 참이 아니라 도달하면 새로 써야 합니다. "흩어진 문서를 팀의 공용 기억으로 만든다" 가 미션이라면 "3년 안에 국내 소프트웨어 팀 절반이 여기서 회의록을 쓴다" 가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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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