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형평성·포용
Diversity, Equity, Inclusion
개념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이 같은 기준으로 기회를 받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드는 회사의 노력입니다.
등장 배경
사람을 뽑을 때 가장 자주 쓰이는 판단 근거는 "우리랑 잘 맞을 것 같다" 입니다. 근거를 대라고 하면 대기 어렵지만 회의실에서는 잘 통합니다. 문제는 이 감각이 대체로 비슷함을 뜻한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학교, 같은 업계, 같은 말투인 사람이 편하게 느껴지고, 그 편안함이 몇 년 쌓이면 서른 명이 거의 같은 이력을 가진 팀이 됩니다.
그때부터 회의에서 아무도 이상한 점을 못 찾는 일이 생깁니다. 사용자의 6할이 여성인 제품의 가입 화면을 전원 남성인 팀이 검토하면서 아무도 걸리는 데를 말하지 못하거나, 스무 명 모두 최신 기기를 쓰는 팀이 3년 된 보급형 휴대폰에서 화면이 깨진다는 사실을 출시 뒤에 아는 식입니다. 실수라기보다 그 자리에 그걸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다른 쪽 문제는 이미 들어온 사람에게서 나타납니다. 같은 직무에 같은 등급인데 연봉이 20퍼센트 차이 나거나, 회의에서 같은 제안을 해도 어떤 사람의 말만 다시 언급되는 상황입니다. 회사가 의도한 적은 없지만 기준이 문서로 없으면 그때그때의 감으로 정해지고, 감은 대개 익숙한 쪽에 유리하게 기웁니다.
다양성·형평성·포용은 이 두 문제를 한 묶음으로 다루자고 붙인 이름입니다. 누가 들어오는지, 들어온 뒤 무엇을 같은 기준으로 받는지, 그리고 그 사람의 말이 실제로 결정에 닿는지까지를 함께 봅니다.
작동 방식
세 단어가 각각 다른 일을 맡고, 순서대로 이어집니다. 앞을 건너뛰면 뒤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 다양성 — 구성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를 봅니다. 성별, 연령, 경력 경로, 사는 지역처럼 눈에 보이는 비율이라 세기 쉽습니다. 개발팀 스무 명 중 여성이 한 명이라는 문장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형평성 — 기회와 보상이 같은 기준으로 주어지는지를 봅니다. 모두에게 똑같은 것을 주자는 말과는 다릅니다. 육아 때문에 오후 6시 회의에 못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에게 같은 회의 시간을 주는 것은 형평이 아니라 배제입니다. 결정이 나는 회의를 낮으로 옮기는 것이 형평에 가깝습니다.
- 포용 — 들어온 사람이 실제로 의견을 낼 자리를 갖는지를 봅니다. 회의에 앉아 있는 것과 그 사람의 제안이 검토되는 것은 다릅니다. 제안이 회의록에 남는지, 반대 의견을 낸 뒤에도 다음 회의에 계속 불리는지로 확인합니다.
셋 중 하나만 하면 나머지가 헛돕니다. 다양성만 챙기면 뽑기는 했는데 몇 달 뒤 그 사람들만 먼저 나갑니다. 형평성만 챙기면 기준은 공정한데 그 기준을 적용받을 사람이 애초에 한 종류입니다. 포용만 챙기면 말하기 편한 분위기는 생기지만 새로운 관점이 들어오지 않아 같은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쓰이는 곳
문화 구호가 아니라 제도의 문장으로 내려올 때 이 말이 실제로 쓰입니다. 손대는 자리는 보통 넷입니다.
- 채용 — 지원자마다 다른 질문을 던지는 면접은 비교가 불가능해서 인상만 남습니다. 직무별로 같은 질문 묶음과 같은 채점표를 쓰면 판단 근거가 문서로 남습니다.
- 보상 — 같은 직무 같은 등급에 같은 연봉 범위를 두고, 범위를 벗어나는 제안은 이유를 적게 합니다. 입사 협상 실력이 연봉 차이의 절반을 만드는 상태를 막는 장치입니다.
- 성과 평가 — 평가 문장을 모아 놓고 표현을 점검합니다. 같은 행동에 누구는 주도적이라 적히고 누구는 나선다고 적히는 일이 잦습니다.
- 회의 — 결정이 나는 자리에서 누가 말했는지를 봅니다. 발언 순서를 돌리거나 의견을 미리 문서로 받는 방식이 쓰입니다. 목소리 큰 세 명이 30분을 채우는 회의는 나머지 일곱 명의 판단을 쓰지 않고 끝난 회의입니다.
지금 상태를 확인할 때는 구성 비율만 보지 않습니다. 이직률을 집단별로 쪼개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전체 이직률이 12퍼센트인데 입사 2년 차 이하 여성 구성원만 31퍼센트라면, 뽑는 데가 아니라 들어온 뒤가 문제라는 뜻입니다.
실무 용례
"이번 분기 채용에서 면접 질문부터 직무별로 통일합시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게 절차를 바꾸자는 제안입니다.
"구성 비율은 나아졌는데 2년 차 이탈이 그대로예요."
뽑는 단계는 손봤지만 들어온 뒤의 문제는 그대로라는 진단입니다.
"이건 기준을 낮추자는 게 아니라 같은 기준을 문서로 두자는 겁니다."
공정성을 놓고 자주 생기는 오해를 바로잡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작년에 규원이 연봉 데이터를 직무와 등급으로 묶어 한 번 훑었습니다. 같은 등급 안에서 최대 20퍼센트가 벌어져 있었고, 대부분 입사할 때의 협상 결과였습니다. 그 뒤로 등급마다 연봉 범위를 정하고 범위 밖 제안에는 사유를 적게 했습니다. 범위보다 낮았던 기존 연봉은 한 번에 올리지 않고 두 분기에 걸쳐 맞췄습니다.
지현은 다른 쪽을 봤습니다. 제품 결정 회의에서 발언이 늘 같은 세 명에게 몰린다는 점을 짚고, 안건을 하루 전에 문서로 돌려 각자 의견을 먼저 적게 했습니다. 태오는 이 방식이 회의 시간을 줄여 주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읽고 들어오니 설명에 쓰던 20분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흔한 오해
기준을 낮추는 일이라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특정 집단의 비율을 채우려면 덜 적합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셈법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일의 대부분은 기준을 낮추는 쪽이 아니라 기준을 문서로 꺼내는 쪽입니다. 면접 질문을 통일하고 채점표를 만들면 "느낌이 좋다" 로 통과하던 경로가 막히므로 기준은 오히려 빡빡해집니다. 낮춘다고 오해한 채로 진행하면 제도를 만드는 쪽과 받는 쪽이 서로 다른 것을 하고 있다고 여기게 되고, 제도가 형식만 남습니다.
사람을 뽑는 것으로 끝난다고 보는 것도 흔합니다. 숫자로 확인되는 부분이 구성 비율뿐이라 거기서 멈추기 쉽습니다. 그런데 들어온 사람이 의견을 낼 자리를 못 얻으면 대개 1~2년 안에 나갑니다. 그러면 비율은 이듬해에 제자리로 돌아오고, 채용에 쓴 돈과 시간만 남습니다. 한 사람을 뽑아 일을 맡기기까지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이 되돌이는 꽤 비쌉니다. 비율이 나아졌는데 집단별 이직률이 그대로라면 지금 손댈 곳은 채용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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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