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Compensation
개념
일한 대가로 회사가 주는 돈과 혜택을 전부 묶은 말이며, 현금과 주식과 제도를 한 설계로 다룹니다.
등장 배경
한동안 "얼마 받느냐" 는 질문의 답은 숫자 하나였습니다. 연봉 4천만 원이면 4천만 원이고, 입사할지 말지도 그 숫자 하나를 보고 정했습니다. 회사가 오래 버티고 매달 정해진 날에 월급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에는 그 하나로 충분했습니다.
이제 막 투자를 받은 회사가 사람을 뽑기 시작하면서 셈법이 어긋났습니다. 작은 회사는 큰 회사가 부르는 현금을 맞출 수 없습니다. 대신 지분 일부를 떼어 주고, 성과가 나면 얹어 주겠다고 약속하고, 장비와 교육비와 휴가 제도로 나머지를 채웁니다. 현금은 적은데 주는 것의 종류는 늘어난 상태입니다.
그러자 합류 조건을 제안하는 자리에서 말이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저희는 4천 4백 드립니다" 와 "저희는 3천 8백에 주식 5천 주를 얹어 드립니다" 는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없는 두 문장입니다. 지원자는 뒤엣것이 얼마인지 계산할 방법을 모르고, 회사도 자기가 한 사람에게 얼마를 주고 있는지 한 숫자로 말하지 못합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사람마다 협상 결과가 달라서 늦게 들어온 사람이 먼저 온 사람보다 더 받는 일이 생기고, 그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먼저 있던 사람이 나갑니다.
보상은 이 흩어진 것들을 한 덩어리로 묶어 부르려고 생긴 말입니다. 매달 나가는 월급만 가리키는 급여보다 넓고, 돈뿐 아니라 돈이 아닌 것까지 포함합니다. 묶어 놓고 나니 세 가지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원자에게 현금이 얼마고 주식이 얼마고 나머지가 얼마인지 나눠 보여 줄 수 있고, 회사 안에서 누구에게 얼마를 줄지 규칙으로 정할 수 있고, 내년에 인건비가 얼마나 나갈지 미리 계산할 수 있습니다.
조직·인사 축은 사람이 회사에 들어와 지내다 나가기까지를 아홉 갈래로 나눠 다루는데, 보상은 그중 여섯 번째 자리입니다. 바로 앞의 성과 관리가 누가 무엇을 얼마나 해냈는지를 정리하고, 보상이 그 결과를 금액으로 옮깁니다. 둘이 끊겨 있으면 평가 결과지는 분기 말에 아무도 열지 않는 문서가 되고, 반대로 규칙 없이 금액만 정하면 왜 저 사람이 더 받는지 설명할 근거가 남지 않습니다.
분야 구성
보상 아래에는 용어 열 개가 있습니다. 무엇을 주는지, 언제부터 그 사람 것이 되는지, 누구에게 얼마를 줄지를 각각 다루는 세 갈래로 나뉩니다.
구성은 보상을 이루는 항목입니다. 앞의 둘은 현금이고 뒤의 셋은 회사 지분입니다.
- 기본급 — 매달 같은 날 같은 금액으로 나가는 고정 급여입니다. 연봉 4천 4백만 원이면 세금과 보험료를 떼기 전으로 월 366만 원가량입니다. 보상 항목 중 성과와 무관하게 금액이 확정된 유일한 부분이라, 지원자가 가장 먼저 묻고 가장 늦게 양보합니다.
- 성과급 — 정해 둔 목표를 얼마나 이뤘는지에 따라 얹어 주는 돈입니다. 연말에 한 번 주는 연간 성과급, 분기마다 나눠 주는 인센티브, 세일즈가 계약 금액의 일정 비율로 받는 커미션이 모두 여기에 듭니다. 기본급의 10퍼센트를 기준으로 걸어 두고 평가 결과에 따라 0에서 20퍼센트 사이로 지급하는 식으로 설계합니다.
- 주식 보상 — 현금 대신 회사 지분으로 주는 몫입니다. 상장 전 회사의 지분은 당장 내다 팔 수 없으므로 지금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 회사가 커졌을 때 받을 몫에 가깝습니다. 주는 방식은 아래 둘로 갈립니다.
- 스톡옵션 —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입니다. 주당 5천 원에 5천 주를 살 권리를 받았다면, 나중에 주가가 2만 원이 됐을 때 2천 5백만 원을 내고 사서 1억 원어치를 쥐게 됩니다. 주가가 5천 원 아래로 내려가면 사지 않으면 그만이라 손해는 없지만, 그 경우 이 항목의 값은 0입니다.
- RSU — 조건을 채우면 주식 자체를 받는 방식입니다. 살 필요가 없으니 주가가 떨어져도 값이 0이 되지는 않습니다. 대신 회사는 그만큼 지분을 실제로 내주게 되므로, 상장했거나 주당 가격이 어느 정도 확정된 회사에서 주로 씁니다.
조건은 약속한 주식이 언제부터 그 사람 것이 되는지를 정하는 갈래입니다. 주식 보상에만 붙습니다.
- 베스팅 — 주기로 한 주식을 한 번에 넘기지 않고 재직 기간에 따라 나눠 확정하는 방식입니다. 4천 주를 4년 베스팅으로 걸면 매달 83주쯤이 그 사람 몫으로 넘어가고, 2년을 다니다 나가면 절반인 2천 주를 가져갑니다. 이 구조가 없으면 합류 첫 달에 전량을 받고 다음 달에 나가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 클리프 — 베스팅이 처음 작동하기까지 채워야 하는 기간입니다. 1년 클리프가 걸린 4년 베스팅이라면 11개월 만에 나간 사람은 한 주도 가져가지 못하고, 12개월을 채운 사람은 그 순간 1년치인 1천 주가 한꺼번에 확정된 뒤로 매달 조금씩 쌓입니다. 짧게 있다 나가는 사람을 걸러내려고 둔 장치입니다.
체계는 금액을 누가 어떤 근거로 정하는지를 다루는 갈래입니다.
- 급여 밴드 — 직무와 레벨마다 하한과 상한을 미리 정해 둔 급여 범위입니다. 개발 직군 3레벨은 5천 2백에서 6천 8백까지 같은 식으로 적어 둡니다. 협상을 잘하는 사람이 더 받는 구조를 막고, 내년에 몇 명을 뽑으면 인건비가 얼마나 늘지 미리 계산할 근거가 됩니다.
- 총 보상 — 기본급과 성과급과 주식과 복리후생을 전부 합쳐 한 숫자로 본 값입니다. 오퍼를 비교할 때 쓰는 단위입니다. 다만 주식은 지금 값이 아니라 가정한 값이라, 주당 가격을 얼마로 잡느냐에 따라 같은 오퍼의 합계가 5천만 원에서 7천만 원 사이를 오갑니다.
- 복리후생 — 급여 외에 제공하는 혜택입니다. 법으로 정해진 보험과 퇴직급여가 한쪽에 있고, 식대나 장비 지원, 교육비, 건강검진, 재택 근무 비용처럼 회사가 알아서 정하는 것이 다른 쪽에 있습니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작아 보이는데도 매일 겪는 것이라 남는 인상이 큽니다.
세 갈래는 순서대로 맞물립니다. 체계가 이 자리에 얼마를 줄지 범위를 정하고, 구성이 그 금액을 현금과 주식으로 나누고, 조건이 나눠 준 주식을 언제 손에 쥐게 할지를 정합니다. 한 갈래만 손보면 나머지가 어긋납니다. 밴드를 손대지 않고 한 사람의 금액만 올리면 같은 레벨의 다른 사람들과 어긋나고, 주식을 넉넉히 주면서 베스팅을 걸지 않으면 그 주식은 오래 일할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실무 용례
"이번 오퍼는 총 보상 기준 5천 2백입니다. 현금이 4천 4백이고 나머지는 주식이 4년에 걸쳐 들어갑니다."
한 숫자만 부르지 않고 현금과 주식을 갈라 말한 것입니다. 5천 2백 중 실제로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4천 4백이고, 나머지 8백은 4년을 다녀야 다 채워집니다.
"그 금액은 밴드 상단을 넘습니다. 올리려면 레벨을 다시 봐야 해요."
지원자가 요구한 금액이 그 직무 레벨에 정해 둔 범위의 위쪽 끝을 넘었다는 뜻입니다. 금액만 예외로 올리면 이미 같은 레벨에 있는 사람들과 어긋나므로, 올리려면 레벨 자체를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1년 클리프 전에 나가면 한 주도 못 가져갑니다."
주식에 걸린 조건을 확인해 주는 말입니다. 12개월을 채우기 전에 퇴사하면 그동안 쌓였다고 여겼던 몫이 전부 사라집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말은 두 자리에서 나옵니다. 하나는 합류 조건을 제안할 때이고, 다른 하나는 한 해에 한 번 금액을 다시 정할 때입니다. 45명 규모가 되면서 규원은 직군과 레벨마다 범위를 적은 표를 만들었고, 그 뒤로는 협상 자리에서 부르는 금액이 표 안에서 나옵니다.
지난 분기에 태오와 같은 레벨의 개발자를 뽑으려는데 후보가 부른 금액이 표의 상단보다 4백만 원 높았습니다. 규원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둘이었습니다. 현금은 상단에 맞추고 주식을 더 얹는 안, 그리고 그 후보를 한 단계 위 레벨로 보는 안입니다. 뒤엣것을 고르면 같은 레벨에 있는 네 명의 금액도 함께 손봐야 해서 올해 인건비가 1천 6백만 원 더 나가는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결국 주식을 얹는 쪽으로 정하면서 지현이 그 자리에서 물은 것은 금액이 아니라 조건이었습니다. 4년 베스팅에 1년 클리프가 걸린 주식이라면 후보가 당장 체감하는 값은 0에 가깝고, 그것을 설명하지 않은 채 총 보상 숫자만 부르면 합류 첫해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흔한 오해
보상을 연봉과 같은 말로 쓰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매달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그것 하나이고 구인 공고에 적히는 숫자도 그것이라, 나머지는 덤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총 보상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회사마다 크게 다릅니다. 투자를 막 받은 회사에서는 6할에서 7할 정도이고 나머지를 주식과 성과급이 채우는 경우가 흔합니다. 둘을 같은 말로 쓰면 오퍼를 잘못 고릅니다. 연봉 4천 4백짜리와 4천짜리를 놓고 앞을 고르는데, 뒤에 걸린 주식 4년치까지 더하면 뒤가 더 큰 경우가 생깁니다. 반대 방향도 같은 크기로 위험합니다. 주식은 회사가 잘돼야 값이 생기는 몫이라, 그 숫자를 그대로 믿고 현금을 크게 깎으면 회사가 그저 그런 속도로 가는 4년 동안 생활이 먼저 흔들립니다.
주식을 받을 때 주 수가 크면 큰 몫이라고 읽는 것도 흔한 오해입니다. 5천 주라는 말은 그 자체로 큰 숫자처럼 들리고, 회사도 비율 대신 주 수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주 수 하나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총 발행 주식이 100만 주인 회사에서 5천 주는 0.5퍼센트지만, 1천만 주인 회사에서는 0.05퍼센트입니다. 열 배 차이가 같은 문장 안에 숨어 있습니다. 여기에 얼마에 살 수 있는지, 몇 년에 걸쳐 확정되는지, 회사 지분을 실제로 팔 자리가 언제 생기는지가 더 붙습니다. 확인하지 않고 현금을 깎으면 몇 년 뒤 손에 남는 것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물어야 할 것은 주 수가 아니라 네 가지입니다. 총 발행 주식 대비 비율, 살 수 있는 가격, 가장 최근 투자에서 매겨진 주당 가격, 그리고 베스팅과 클리프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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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