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Growth Stage
단계
수요가 빠르게 늘어 새 사용자가 달마다 눈에 띄게 불어나는 구간으로, 제품 수명주기의 두 번째 칸입니다.
등장 배경
잘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다음에 무엇을 할지가 나오지 않습니다. 같은 매출 증가라도 이제 막 알려지는 중일 때와 수요가 터지는 중일 때와 살 사람이 거의 다 산 뒤일 때 할 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페이지덱 경영 회의에서 그 차이가 드러난 적이 있습니다. 규원이 지난 분기 매출이 40퍼센트 늘었다는 숫자를 띄우자 세 사람이 다른 답을 내놨습니다. 수아는 영업 인력을 세 명 더 뽑자고 했고, 지현은 가입 직후 화면부터 고치자고 했고, 현우는 광고 예산을 두 배로 올리자고 했습니다. 셋 다 같은 숫자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무엇이 옳은지는 그 40퍼센트가 어느 구간에서 나온 숫자인지에 달려 있었는데, 그 질문을 할 이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품이 시장에 나와 사라지기까지의 시간을 네 구간으로 끊고 각 구간에 이름을 붙이게 됐습니다. 성장기는 그중 두 번째이고, 앞의 도입기에서 이 제품을 원하는 사람이 정말 있는지를 확인한 뒤에 옵니다. 구간 이름이 하는 일은 지금 팀이 붙잡아야 할 질문을 하나로 좁히는 것입니다. 성장기의 질문은 원하는 사람을 얼마나 빨리 데려올 수 있느냐입니다.
구간의 특징
알린 만큼 사용자가 늘고, 이번 달 신규 가입이 지난달보다 많은 상태가 여러 분기 이어집니다. 페이지덱의 분기별 신규 가입 팀 수가 800곳, 1,400곳, 2,300곳으로 이어진 시기가 여기입니다. 같은 광고비를 써도 지난 분기보다 더 많은 사람이 들어오는데, 쓸 만한 사람이 아직 시장에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 한 명을 얻는 데 드는 비용을 고객 획득 비용이라고 부르는데, 이 값이 네 구간 중 가장 낮게 유지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 구간에 들어오려면 앞에서 넘어야 할 문턱이 있습니다. 만든 제품이 특정 시장의 수요와 실제로 맞물린 상태를 제품 시장 적합성이라고 하는데, 이걸 확인하지 못한 채 광고를 늘리면 들어온 사람이 그대로 나가 성장기가 오지 않습니다. 기존 방식과 많이 다른 제품일수록 새것을 먼저 써 보는 소수와 검증된 것만 사는 주류 사이에 수요가 끊기는 골이 생기는데, 이 골을 캐즘이라고 부릅니다.
함정은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 나가는 사람이 가려진다는 점입니다. 매달 1,000명이 들어오고 300명이 나가면 총 사용자 수는 계속 오릅니다. 30퍼센트가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표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유입이 멎는 순간 그 300명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그때는 이미 나간 사람이 몇 만 명이라 되돌릴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이 구간에서도 쓰던 사용자가 계속 돌아오는 정도인 리텐션을 총 사용자 수와 나란히 놓고 봅니다.
경쟁 제품이 같은 시장에 따라 들어오는 것도 이 구간입니다. 도입기에는 시장이 있다는 증거가 없어 아무도 따라 들어오지 않습니다. 성장기의 숫자가 그 증거가 되면서 비슷한 제품이 서넛 생기고, 그때부터 기능 비교표와 가격 경쟁이 시작됩니다.
다음 구간의 조건
다음 칸인 성숙기로 넘어갔는지는 달력이 아니라 세 숫자의 방향으로 판정합니다. 출시 3년째라서 성숙기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 분기 성장률이 계속 낮아집니다. 40퍼센트, 31퍼센트, 24퍼센트처럼 세 분기 연속 내려가면 구조가 바뀌는 중입니다. 한 분기만 꺾인 것은 명절이나 계절 탓일 수 있습니다.
- 고객 획득 비용이 같이 오릅니다. 쓸 사람이 대부분 쓰고 있으면 남은 사람을 데려오기가 비싸집니다. 성장률이 내려갔는데 획득 비용도 함께 내려갔다면 광고 채널 하나가 바뀐 것이지 구간이 바뀐 것이 아닙니다.
- 경쟁 제품의 수가 더 늘지 않습니다. 들어올 회사가 다 들어와, 새 고객을 찾는 대신 서로의 고객을 가져오는 싸움이 됩니다.
셋이 한꺼번에 오지는 않으니 판정이 갈리면 한 분기를 더 보고 정합니다. 구간을 앞당겨 잡으면 아직 데려올 사람이 남았는데 기존 고객에게서 더 받는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고, 늦게 잡으면 이미 비싸진 획득에 예산을 계속 붓게 됩니다.
실무 용례
"지금은 성장기니까 이탈은 다음 분기에 봅시다."
유입 속도가 이탈보다 빨라 총 사용자 수가 오르고 있으니 순서를 미루자는 뜻입니다.
"성장기 끝물 같은데요. 세 분기째 성장률이 내려가고 획득 비용은 올라요."
구간이 바뀌는 중이니 예산 쓰는 방향을 다시 잡자는 말입니다.
"우린 아직 도입기예요. 영업 인력부터 늘리면 안 됩니다."
아직 제품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중이라 파는 사람을 늘릴 때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앞의 회의로 돌아가면 페이지덱의 답은 이랬습니다. 지현이 분기별 숫자를 펼쳐 보니 신규 가입은 세 분기째 늘고 있었고 고객 획득 비용은 팀당 12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오히려 내려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셋 중 둘을 골랐습니다. 광고 예산을 올리고 가입 직후 화면을 고치되, 영업 인력 충원은 다음 분기로 미뤘습니다. 이 구간에서 사람을 데려오는 일은 대부분 제품과 광고가 하고, 영업이 필요해지는 것은 획득 비용이 오르기 시작한 뒤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규원이 조건을 걸었습니다. 매달 총 사용자 수와 함께 이탈률을 보고하기로 한 것입니다.
흔한 오해
매출이 오르는 중이면 성장기라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성장이라는 말이 매출 상승과 붙어 있으니 그렇습니다. 그런데 구간을 가르는 것은 매출의 크기가 아니라 성장률의 방향입니다.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구간은 오히려 성숙기입니다.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30퍼센트 늘었어도 그 증가율이 재작년 대비 60퍼센트에서 내려온 값이라면 성장기가 저물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숫자가 커지는 것만 보고 성장기로 판정하면 기존 고객에게서 더 받는 준비를 한 해 늦게 시작하게 됩니다.
성장기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문제가 저절로 풀린다고 보는 것도 흔합니다. 실제로 이 구간에서는 웬만한 실수가 유입에 덮여 보이지 않습니다. 가입 절차가 엉망이어도 총 사용자 수는 오르고, 가격이 잘못 매겨져 있어도 매출은 늡니다. 그래서 고치는 일이 계속 밀립니다. 이 구간은 문제를 없애는 게 아니라 뒤로 미뤄 둡니다. 유입이 꺾이는 시점에 미뤄 둔 것들이 한꺼번에 돌아오고, 그때는 쓸 수 있는 예산도 줄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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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