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유지계약

Non-disclosure Agreement

산출물

거래를 검토하려고 주고받는 내부 정보를 정해진 목적 밖에 쓰거나 밖에 알리지 않기로 문서에 못 박아 두는 계약입니다.

등장 배경

거래를 검토하려면 서로 아직 밖에 내놓지 않은 것을 보여 줘야 합니다. 파는 쪽은 아직 출시하지 않은 기능이나 실제 계약 단가를, 사는 쪽은 내부 절차나 잡아 둔 예산을 꺼내야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굴러갑니다. 그런데 한 번 꺼낸 말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상대가 그 내용을 경쟁사에 옮기거나 다른 협상에 카드로 써도, 아무 약속이 없었으면 따질 근거가 없습니다.

근거가 없으면 대화는 겉돕니다. 수아가 "비슷한 규모의 고객사가 이렇게 쓰고 계십니다" 까지만 말하고 어느 회사인지는 말하지 못하고, 상대는 "예산은 대략 잡혀 있습니다" 라고만 답합니다. 양쪽 다 한 겹씩 덜 말한 채로 두세 번 만나고 나면 서로 무엇을 확인하려던 자리였는지 흐려집니다.

비밀유지계약은 그 자리에 먼저 깔아 두는 약속입니다. 주고받은 정보를 정해진 목적 밖에 쓰지 않고 밖에도 알리지 않겠다고 문서로 정해 두면, 다음 대화에서 실제 숫자를 꺼낼 수 있습니다. 법이 보호하는 영업비밀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회사가 스스로 비밀로 관리해 온 정보에 붙는 보호라, 상대에게 건넨 자료를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는 계약으로 다시 정해야 합니다.

구성 항목

가장 먼저 정하는 것은 의무가 누구에게 걸리는지입니다. 한쪽만 정보를 주는 자리면 받는 쪽에만 의무를 거는 일방 계약을 쓰고, 서로 자료를 여는 자리면 같은 의무를 양쪽에 거는 쌍방 계약을 씁니다. 제품을 파는 자리는 대개 쌍방입니다.

나머지 항목은 다섯입니다.

  1. 비밀정보의 범위 — 무엇을 비밀로 볼지 정합니다. 건넨 자료마다 대외비 표시를 하기로 적거나, 회의에서 말로 꺼낸 내용은 며칠 안에 문서로 확인하기로 적습니다. 범위를 모든 정보라고 넓게 적으면 편해 보이지만, 나중에 다툼이 생기면 어디까지가 비밀이었는지 아무도 가리지 못합니다.
  2. 예외 — 이미 세상에 공개된 정보, 상대에게 듣기 전부터 알고 있던 정보, 우리가 따로 만들어 낸 정보는 의무에서 뺍니다.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요구하는 경우도 여기 들어갑니다.
  3. 사용 목적 제한 — 받은 정보를 이번 거래를 검토하는 데에만 쓴다고 적습니다. 실무에서 더 자주 걸리는 쪽이 유출이 아니라 이 조항입니다. 받아 본 가격표를 들고 다른 업체와 값을 깎는 데 쓰는 경우가 여기 해당합니다.
  4. 볼 수 있는 사람 — 회사 안에서 누구까지 열람할 수 있는지 적습니다. 업무상 알아야 하는 임직원까지로 한정하고, 자문을 맡은 변호사나 회계사를 포함할지도 이 자리에서 정합니다.
  5. 기간과 뒷정리 — 계약이 유효한 기간과 비밀을 지킬 기간은 다릅니다. 계약은 2년이어도 받은 정보에 대한 의무는 3년이나 5년까지 이어지게 적는 식입니다. 끝난 뒤 자료를 돌려주거나 지우는 절차도 같은 자리에 붙습니다.

어겼을 때 어떻게 할지도 한 줄 들어갑니다. 손해를 배상한다고만 적는 경우가 많은데, 유출로 얼마를 잃었는지 숫자로 증명하기가 어려워 미리 금액을 정해 두는 조항을 넣기도 합니다.

작성자와 독자

쓰는 사람은 법무이고 꺼내는 사람은 영업입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변호사가 만든 표준 양식을 하나 두고 거래마다 회사 이름과 날짜만 바꿔 씁니다. 페이지덱에서는 수아가 그 양식을 그대로 보내고, 상대가 손대지 않으면 규원이 그날 서명합니다. 상대가 자기네 양식을 보내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규원이 직접 보거나 자문 변호사에게 넘기고, 여기서만 며칠이 걸립니다.

상대 양식에서 주로 보는 자리는 셋입니다.

  1. 일방인지 쌍방인지 — 의무가 우리에게만 걸려 있으면 같은 의무를 상대에게도 거는 쪽으로 고쳐 달라고 요청합니다.
  2. 기간 — 십 년으로 적혀 있으면 지킬 수 없는 약속입니다. 그때까지 그 자료가 어디에 남아 있는지 아는 사람이 회사에 없습니다.
  3. 끼어든 조항 — 비밀유지와 무관한 문장이 섞여 오는 일이 있습니다. 우리 직원을 뽑지 말라거나 같은 분야의 다른 고객과 거래하지 말라는 문장이 대표적입니다.

정작 읽어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서명은 대표가 하지만 상대 자료를 실제로 열어 보는 사람은 담당자들입니다. 무엇이 비밀이고 누구까지 볼 수 있는지 모른 채 받은 파일을 사내 메신저에 그대로 올리면 열람 범위 조항을 어긴 것이 됩니다. 서명한 다음 한 줄로 공유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무 용례

"그 숫자는 NDA 쓰고 나서 보여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못 보여 준다는 거절이 아니라, 문서 한 장만 끝내면 바로 열겠다는 제안입니다.

"저희 표준 양식 보내 드렸는데 수정 의견 있으실까요?"

상대 법무 검토에 며칠이 걸릴지 가늠하려는 질문입니다.

"그건 NDA 범위 밖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른 고객에게 받은 정보라 이 자리에서 꺼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문서는 대개 디스커버리 콜 직후에 오갑니다. 고객의 상황과 문제를 듣는 첫 상담이 끝나고 실제 데이터를 얹어 보기로 하면, 수아가 그 자리에서 표준 양식을 보냅니다. 서명이 하루 만에 끝나는 곳도 있고 법무 검토로 2주가 걸리는 곳도 있습니다. 이 시간은 상대 회사의 결재 속도를 미리 보여 주는 신호라, 여기서 2주가 걸린 고객사는 견적서 이후 절차에서도 비슷하게 걸립니다.

흔한 오해

서명을 받으면 정보가 안전해진다고 여기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계약서라는 말이 붙어 있으니 그 뒤로는 마음 놓고 자료를 열어도 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문서는 새는 것을 막는 장치가 아니라 샌 뒤에 책임을 묻는 장치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손해를 숫자로 증명하기 어려워 물을 수 있는 책임도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서명 여부와 별개로 이번 자리에 무엇까지 보여 줄지는 여전히 골라야 합니다.

아이디어를 지켜 준다고 읽는 것도 흔한 오해입니다. 계약은 이 자리에서 건넨 정보에만 걸리고, 상대가 전부터 알고 있었거나 스스로 떠올린 것에는 걸리지 않습니다. 예외 조항이 그렇게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기능 구상만 들고 여러 회사를 돌며 서명을 받아 두는 경우, 실제로 지켜지는 몫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가리키는가비밀유지계약과의 차이
영업비밀공개하지 않아 가치를 갖는 회사 내부 정보정보 자체를 부르는 말입니다. 비밀유지계약은 그 정보를 건넬 때 맺는 약속이고, 영업비밀은 계약이 없어도 관리 상태에 따라 법이 보호합니다
기본 계약서두 회사의 거래 전반에 적용할 기본 조건을 담은 계약거래를 하기로 정한 뒤에 맺습니다. 비밀유지계약은 거래할지 정하기도 전에 맺고, 기본 계약서에 비밀유지 조항이 들어가면 그쪽이 대신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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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