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계약서
Master Service Agreement
산출물
두 회사가 앞으로 주고받을 모든 거래에 공통으로 적용할 규칙을 한 번에 정해 두는 계약으로, 개별 거래는 수량과 금액만 적어 붙입니다.
등장 배경
계약서가 한 장뿐이던 시절에는 거래 하나에 문서 하나를 썼습니다. 그 한 장에 이번에 파는 좌석 수와 금액이 들어가고, 손해가 났을 때 누가 얼마까지 물어 주는지와 분쟁이 나면 어느 법원으로 가는지도 같이 들어갔습니다.
같은 고객사와 두 번째 거래를 할 때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지난번에 여섯 주를 들여 합의한 조항이 그대로 적혀 있는데도 상대 회사 법무팀은 처음부터 다시 읽었습니다. 문서가 새로 올라왔으니 절차상 새 검토였습니다. 좌석 20개를 더 파는 데 또 한 달 반이 걸렸습니다.
"지난번에 다 합의한 내용인데요" 라고 하면 "그때 문서와 이번 문서는 다릅니다" 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양쪽 다 틀리지 않았습니다. 바뀌지 않는 조건과 거래마다 바뀌는 값이 한 장에 섞여 있으니 한쪽을 고치려면 전체를 다시 열어야 했을 뿐입니다.
기본 계약서는 그 한 장을 둘로 나눈 결과입니다. 거의 바뀌지 않는 규칙을 따로 떼어 한 번만 맺고, 거래마다 달라지는 수량과 금액은 별지에 적어 붙입니다. 첫 계약은 오히려 더 오래 걸리지만 두 번째 거래부터는 별지 한 장으로 끝납니다.
구성 항목
들어가는 것은 거래가 바뀌어도 그대로 적용될 규칙들입니다. 회사마다 순서는 다르지만 다음 여덟 가지는 대체로 빠지지 않습니다.
- 적용 범위 — 어떤 서비스와 어떤 거래에 적용되는지 밝힙니다. 이후 붙는 모든 별지가 이 문서를 근거로 삼는다는 문장이 여기 들어갑니다.
- 대금과 지급 — 청구 주기와 지급 기한, 연체 이자를 정합니다. 세금계산서 발행일로부터 30일 이내처럼 날짜 기준을 못 박습니다.
- 계약 기간 — 이 규칙이 유효한 기간입니다. 개별 거래의 이용 기간과는 별개이고, 보통 더 길게 잡습니다.
- 자동 갱신 조항 — 따로 끝내겠다고 알리지 않으면 같은 조건으로 이어진다는 문장입니다. 함께 적히는 통보 기한이 실제 내용입니다.
- 지식재산권 — 제품은 파는 쪽 것이고 고객이 올린 데이터는 고객 것이라는 구분을 적습니다. 이 줄이 없으면 그 데이터를 제품 개선에 써도 되는지를 두고 다툽니다.
- 비밀유지 — 앞서 맺은 비밀유지계약을 흡수해 이 문서로 옮겨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 책임 한도와 면책 조항 —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까지 물어 줄지, 누가 물어 줄지를 정합니다. 직전 12개월 지급액을 상한으로 두는 방식이 흔합니다.
- 해지와 분쟁 해결 — 어떤 사유로 언제 끝낼 수 있는지와 다툼이 생기면 어디로 가는지를 적습니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서비스라면 처리 위탁 계약이 별도 부속 문서로 붙습니다. 고객 대신 개인정보를 맡아 처리하는 범위와 책임을 정한 계약이고, 법으로 요구되는 항목이 있어 본문에 녹이지 않고 따로 답니다.
여기에 없는 것이 무엇인지도 중요합니다. 좌석 수, 금액, 이용 시작일, 납품 일정은 이 문서에 적지 않습니다. 그 값들은 작업 명세서나 발주서 같은 별지로 갑니다. 그래야 거래가 늘 때 별지만 한 장 더 붙입니다.
작성자와 독자
표준안을 만드는 쪽은 대개 파는 회사의 법무 담당자이고, 협상 자리에 들고 나가는 사람은 영업입니다. 상대가 대기업이면 순서가 뒤집혀 고객사 구매팀이 자사 양식을 내밀고 우리가 수정 의견을 답니다.
읽는 사람은 넷입니다.
- 고객사 법무 — 책임 한도와 해지 조항을 봅니다. 여기서 막히면 몇 주가 갑니다.
- 고객사 구매 — 지급 조건과 갱신 방식을 봅니다. 자기 회사 내부 규정과 어긋나는 줄이 있는지 찾습니다.
- 고객사 보안 담당 — 데이터를 어디에 두는지와 사고가 나면 몇 시간 안에 알리는지를 봅니다.
- 파는 쪽 영업과 대표 — 어디까지 양보할지 판단합니다. 책임 한도를 무제한으로 여는 조항처럼 회사가 감당 못 할 조건은 대표가 직접 봅니다.
오가는 방식은 수정 표시를 남긴 문서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고치고 싶은 문장에 표시를 해 보내면 받아들이거나 다른 문장을 제안해 돌려보냅니다. 서너 번 오가는 것이 보통이고 첫 계약은 4주에서 8주쯤 걸립니다. 줄이려면 표준안을 먼저 보내 두고 자주 나오는 질문의 답을 함께 붙입니다. 상대 법무가 물을 것이 뻔한 셋은 책임 한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국가, 해지 통보 기한입니다.
실무 용례
"기본 계약서는 작년에 맺어 놨으니까 이번 건은 별지만 쓰면 됩니다."
규칙은 이미 합의됐으니 수량과 금액만 적어 붙이면 된다는 뜻입니다.
"상대 법무에서 책임 한도 조항에 표시를 달아 보냈어요."
그 조항을 그대로는 못 받겠다는 뜻이고, 협상이 한 번 더 오간다는 신호입니다.
"기본 계약서만 맺고 주문서가 안 나와서 아직 매출은 없습니다."
규칙은 정해졌지만 실제로 사겠다는 문서가 없어 거래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수아가 100명 규모 고객사와 이 문서를 두고 다섯 주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쟁점은 하나였습니다. 고객사는 사고가 나면 전액을 물어 주기를 원했고, 규원은 직전 12개월 지급액을 상한으로 두는 표준안을 지키려 했습니다. 연 3,600만 원짜리 계약에 무제한 책임을 지면 한 건으로 회사가 흔들립니다.
합의는 한도를 두 배로 올리고 데이터 유출 사고만 상한 밖에 두는 선에서 났습니다. 이후 좌석을 늘린 두 번의 거래는 견적서 한 장과 주문서 한 장으로 끝났습니다. 첫 다섯 주가 그 뒤의 이틀을 만든 셈입니다.
흔한 오해
서명했으니 매출이 잡힌다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계약서라는 이름에 양쪽 도장까지 찍혔으니 자연스러운 오해입니다. 그런데 이 문서에는 금액이 없습니다. 얼마어치를 언제부터 쓰는지는 별지에 적히고, 별지가 나오지 않으면 거래는 시작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서명을 성사로 세어 예측에 올리면 분기 말에 숫자가 빕니다.
표준안대로 받아 오는 문서라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도 흔합니다. 회사가 만든 양식이니 그대로 통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구매 절차가 있는 회사일수록 자기 기준에 맞춰 문장을 고쳐 보냅니다. 표준안을 못 바꾸는 선으로 놓고 버티면 협상이 멈추고 고객사 담당자는 내부에서 이 거래를 밀 명분을 잃습니다. 어디까지 양보할지를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빠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같이 보면 좋은 페이지
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