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PMF
Post-PMF
단계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로 같은 제품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싸게 전하는 일이 우선이 되는 구간입니다.
등장 배경
회사의 단계를 구성원 수와 투자 라운드로만 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시리즈 A 를 받은 45명 회사라는 말은 규모만 알려 주고 이번 분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같은 45명 회사 둘이 정반대의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그래서 대화가 자주 어긋났습니다. 대표는 투자받은 돈으로 영업을 다섯 명 뽑자고 하고, 제품 쪽은 아직 남는 사용자가 없다고 말합니다. 양쪽 다 근거를 들고 있지만 기준이 다릅니다. 여섯 달 뒤에 남은 것이 늘어난 인건비뿐인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팔 것이 흔들리는 동안 판매 조직을 키우면 제품이 바뀔 때 그 조직이 익힌 말까지 버려집니다.
포스트 PMF 는 그 기준을 한 단어로 못 박으려고 쓰는 말입니다. 회사가 지금 어느 쪽 질문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지를 가리킵니다. 아직 수요를 못 찾아 탐색이 우선인 구간이 프리 PMF 고, 수요를 확인해 확장과 효율이 우선이 된 구간이 이쪽입니다. 둘은 이어진 순서가 아니라 하는 일이 거의 반대인 두 세계입니다.
구간의 특징
질문이 바뀌는 것이 이 구간의 가장 뚜렷한 표시입니다. 무엇을 만들지가 아니라 이미 만든 것을 어떻게 더 빨리, 더 싸게,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할지가 회의의 주제가 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네 가지입니다.
- 재는 숫자가 달라집니다. 프리 구간에서는 남는 사람이 있는지를 봤지만 이제는 채널마다 비용을 답니다. 고객 획득 비용은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데 든 돈이고, 고객 생애 가치는 그 고객이 떠나기까지 남길 돈의 추정치입니다. 3만 원을 써서 18만 원을 받는 채널과 12만 원을 써서 18만 원을 받는 채널은 다르게 다뤄집니다.
- 사람이 늘고 역할이 쪼개집니다. 한 사람이 마케팅과 세일즈와 고객 응대를 함께 하던 상태에서 채널 담당과 계약 담당과 도입 담당이 따로 생깁니다. 45명이 70명이 되는 일이 흔합니다.
- 회의 주제가 기능에서 운영으로 옮겨 갑니다. 새 기능을 언제 내느냐보다 지난주 장애가 몇 건이었고 문의 응답이 몇 시간 걸렸는지가 먼저 올라옵니다. 쓰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멈췄을 때 잃는 것도 커집니다.
- 고객의 크기가 바뀌며 요구도 바뀝니다. 스무 명짜리 팀은 묻지 않던 권한 관리와 접속 기록과 보안 검토가 300명짜리 회사에서는 계약 전에 먼저 나옵니다.
이 구간에 들어왔다는 근거는 느낌이 아니라 리텐션 곡선에서 옵니다. 같은 시기에 가입한 사람들이 주가 지날수록 얼마나 남는지를 그린 그래프인데, 그 선이 어느 높이에서 더 내려가지 않고 눕는 것이 신호입니다. 100명 중 4주 차에 26명이 남고 그 뒤로 그 선이 유지되면, 앞으로 데려올 사람에게도 같은 비율이 걸린다는 계산이 섭니다.
다음 구간의 조건
다음 구간인 본격적인 확장으로 넘어가려면, 돈을 부으면 그만큼 결과가 나오는 관계가 숫자로 확인돼야 합니다. 확인할 것은 셋입니다.
- 한 고객에서 남는 손익이 맞아야 합니다. 유닛 이코노믹스는 고객 한 명 단위로 따진 손익인데, 3만 원을 들여 데려온 고객이 평균 아홉 달을 머물며 18만 원을 낸다면 이 관계는 성립합니다. 반대로 데려오는 데 18만 원이 들면 사람을 더 넣을수록 손해가 커집니다.
- 한 채널이 두 번 이상 같은 결과를 내야 합니다. 한 달만 잘 나온 것은 그달의 사정일 수 있습니다. 예산을 두 배로 올려도 비용이 크게 뛰지 않는 채널이라야 돈을 붓는 근거가 됩니다.
- 사람을 늘리면 산출도 늘어야 합니다. 세일즈 두 명이 만들던 계약을 네 명이 두 배 가까이 만들 수 있다면 조직을 키우는 판단이 섭니다. 여기서 비례가 깨지면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팔리는 방식 쪽입니다.
이 문턱은 한 번 넘으면 끝나는 선이 아닙니다. 대개 몇 분기에 걸친 구간이고, 팔던 시장을 더 큰 기업으로 옮기면 요구되는 것이 달라져 탐색 구간으로 되돌아갑니다. 앞서 쌓은 잔존율과 무관하게 거래가 멈추는 이 자리를 캐즘이라고 부릅니다.
실무 용례
"이제 포스트 PMF 니까 이번 분기는 기능보다 채널 쪽에 붙죠."
수요 확인은 끝났으니 팀의 시간을 확장으로 옮기자는 제안입니다.
"포스트 PMF 라고 하기엔 곡선이 아직 안 누웠어요."
남는 사용자의 비율이 아직 어느 선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반박입니다.
"포스트 PMF 로 넘어왔으니 이번 주 회의는 장애 건수부터 보겠습니다."
이제 회의의 첫 항목이 새 기능이 아니라 운영 상태라는 선언입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판단이 실제로 붙은 자리는 유료 전환이 두 분기 연속 같은 모양으로 나온 뒤였습니다. 지현이 4주 차 잔존이 26퍼센트에서 평평해진 그래프를 들고 왔고, 현우가 무료 가입자를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이 채널마다 3만 원에서 11만 원까지 벌어져 있다는 표를 붙였습니다.
규원은 그 자리에서 다음 분기 예산을 3만 원짜리 채널에 몰고, 새 기능 요청은 한 분기 미루는 대신 응답 속도와 권한 관리를 먼저 손대기로 정했습니다. 이 결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곡선이 누웠다는 근거가 먼저 있었다는 데 있습니다.
흔한 오해
한 번 넘으면 계속 유지되는 상태로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문턱을 넘었다는 표현을 쓰니 되돌아갈 일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제품에 붙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시장의 짝에 붙습니다. 소규모 팀에 팔던 제품을 300명 규모의 기업에 팔기로 하면 짝이 바뀌므로 확인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이걸 놓치면 앞 시장에서 통했던 방식대로 영업 인원을 늘렸다가, 계약 전 보안 검토에서 전부 멈추는 상황을 만납니다.
제품 개발이 끝나고 이제 마케팅만 남았다고 읽는 것도 흔합니다. 회의 주제가 기능에서 채널로 옮겨 가는 것이 사실이라 그렇게 보입니다.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만드는 양이 아니라 만드는 대상입니다. 사용자가 열 배로 늘어도 버티는 구조, 관리자가 권한을 나눠 주는 화면, 감사에 쓸 접속 기록처럼 프리 구간에서는 아무도 요청하지 않던 것들이 이때부터 개발 목록의 위쪽에 올라옵니다. 이 대상 교체를 놓치고 사람만 데려오면, 늘어난 사용자가 그대로 빠져나가면서 곡선이 눕던 높이 자체가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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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