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전형

Take-home Assignment

관행

후보자가 집에서 며칠 안에 풀어 제출한 결과물로 실제 일하는 방식을 확인하는 전형입니다.

등장 배경

면접장에서 실력을 재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 셋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40분 안에 답을 내라는 조건은 실제 업무와 닮은 점이 거의 없습니다. 일할 때는 자료를 찾고, 한 번 만든 것을 고치고, 왜 그렇게 했는지 적어 두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과정을 다 걷어 낸 자리에서 보이는 것은 그 조건에 익숙한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평소에 하루를 들여 좋은 결과를 만드는 사람이 떨어지고, 면접용 문제 풀이를 많이 연습한 사람이 붙습니다. 두 사람의 실제 업무 성과가 반대인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로도 이 문제가 풀리지 않습니다. 결과물은 좋아 보이는데 어디까지가 본인 몫이었는지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팀 작업물을 개인 작업물처럼 올려 둔 경우와 혼자 끝낸 경우가 문서상 같아 보입니다.

과제 전형은 실제 업무에 가까운 조건을 만들어 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며칠의 시간과 자료를 찾을 자유를 주고 결과물을 받아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봅니다. 대신 후보자의 시간을 며칠 가져가는 전형이라, 분량을 정해 두지 않으면 지원 자체를 접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진행 순서

과제를 설계하고, 기준과 함께 전달하고, 제출을 받고, 여럿이 채점하고, 후속 대화에서 판단을 확인하는 순서입니다. 후보자 쪽 소요는 네 시간 안쪽으로 잡고 기한은 닷새에서 이레를 줍니다.

  1. 과제를 설계합니다. 실제 업무에서 떼어 왔지만 지금 진행 중인 일은 아닌 문제를 고릅니다. 진행 중인 실제 과제를 내면 그것은 채용이 아니라 무급 노동이 됩니다. 실제 고객 데이터도 쓰지 않습니다.
  2. 기준을 함께 전달합니다. 무엇을 보는지, 어떤 형식으로 제출하는지, 몇 시간 분량으로 설계됐는지를 한 문서에 적어 보냅니다. 기준을 숨기면 후보자는 필요 없는 부분에 시간을 쓰고, 채점하는 쪽은 그 시간을 감점 근거로 쓰게 됩니다.
  3. 결과물과 함께 짧은 설명을 받습니다. 왜 이 방식을 골랐는지, 무엇을 일부러 빼기로 했는지, 시간이 더 있으면 무엇을 하겠는지 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이 세 줄이 결과물보다 많은 것을 알려 주기도 합니다.
  4. 두 명 이상이 독립으로 채점합니다. 같은 기준표를 쓰되 서로 점수를 보지 않고 매긴 뒤 맞춰 봅니다. 한 사람이 채점하면 그 사람이 익숙한 방식으로 짠 결과물이 높게 나옵니다.
  5. 후속 대화를 30분에서 45분 잡습니다. 제출물을 함께 열어 두고 여기를 왜 이렇게 했는지, 조건이 바뀌면 무엇을 고칠지 묻습니다. 대신 짜 준 사람이 있었는지도 이 대화에서 드러납니다.

두 가지를 정해 둡니다. 하나는 분량 상한입니다. 후보자가 실제로 몇 시간을 썼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므로, 많이 쓴 사람이 유리해지는 것을 막는 수단은 과제 자체를 작게 만드는 것뿐입니다. 다른 하나는 탈락자에게도 결과를 알리는 것입니다. 며칠을 쓴 사람에게 회신이 없는 전형은 그 회사에 다시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됩니다.

참여자와 시점

설계와 채점은 그 직무를 실제로 하는 사람 두 명이 맡고, 합격 여부는 채용 담당 관리자가 정합니다. 과제를 보내고 기한을 관리하고 결과를 회신하는 일은 진행을 맡은 쪽이 처리합니다.

시점은 서류 전형 다음이고, 기술 면접 뒤에 두는 편이 낫습니다. 면접보다 앞에 두면 후보자가 많아 채점할 양이 몇 배가 되고, 아직 회사와 대화해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며칠짜리 과제를 요구하는 셈이 되어 포기율이 올라갑니다. 뒤에 두면 소수만 남지만 채용 소요 기간이 한 주쯤 늘어납니다.

생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개된 작업물이 충분한 경우, 그리고 경력이 길어 함께 일해 본 사람에게 묻는 쪽이 정확한 경우입니다. 뒤엣것은 평판 조회로 대신합니다.

과제 수행에 비용을 지급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네 시간 분량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인데, 시간을 가져간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쪽이라 지원 포기율이 낮아집니다. 확인하는 것이 겹치지 않게 역할도 나눠 둡니다. 결과물과 판단은 이 전형이, 의견이 갈릴 때의 행동은 컬처 인터뷰가 봅니다.

실무 용례

"과제는 네 시간 분량으로 설계했고 기한은 닷새입니다."

시간을 많이 쓴 사람이 유리해지지 않게 분량을 못 박아 둔 경우입니다.

"결과물보다 왜 그렇게 했는지 적은 세 줄이 더 도움이 됐어요."

판단 과정을 보는 전형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말입니다.

"지금 진행 중인 화면을 과제로 내면 안 됩니다."

실제 업무를 과제로 쓰면 무급 노동이 된다는 지적입니다.

페이지덱은 디자이너 한 자리에서 과제를 두 번 고쳤습니다. 처음 낸 과제는 제품 전체의 화면 흐름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었고, 보낸 여섯 명 중 셋이 기한 안에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민서가 확인한 것은 실력 차이가 아니라 분량이었습니다. 본인이 직접 풀어 보니 여덟 시간이 걸렸습니다.

두 번째 과제는 이미 있는 화면 하나에서 문제를 찾아 대안 하나를 제시하는 것으로 줄였습니다. 판단을 적는 칸을 세 줄 넣고 채점 기준을 같이 보냈습니다. 여섯 명 전원이 제출했고, 민서와 태오가 따로 채점한 뒤 점수가 크게 갈린 한 명을 놓고 지현까지 함께 다시 봤습니다.

흔한 오해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이 합격이라고 보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제출물이라 그렇게 읽힙니다. 하지만 누가 네 시간을 썼고 누가 열두 시간을 썼는지는 확인할 수 없고, 도와준 사람이 있었는지도 제출물만으로는 모릅니다. 봐야 할 것은 무엇을 빼기로 했고 왜 그렇게 정했는지입니다. 그대로 두면 시간을 많이 쓸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해지고, 정작 실제 업무 속도는 확인하지 못한 채 합격을 내게 됩니다.

과제를 크게 내면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흔합니다. 볼 것이 많아지니 그럴 듯합니다. 하지만 과제가 커질수록 제출 자체가 줄어듭니다. 이직을 알아보는 사람은 대개 재직 중이라 주말 여덟 시간을 내기 어렵고, 여러 회사를 같이 보고 있으면 큰 과제를 요구한 쪽을 먼저 접습니다. 그대로 두면 선택지가 많은 후보자가 먼저 빠져나가고, 남은 사람들 중에서 고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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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