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바이저
Advisor
역할
회사 밖에서 특정 영역의 경험을 빌려주는 사람으로, 결정 권한 없이 경영진의 판단을 점검해 주는 자리입니다.
등장 배경
작은 회사가 겪는 문제는 대부분 그 회사에 처음 일어나는 일입니다. 처음 기업 고객과 계약서를 쓰는 날, 처음 요금 구조를 바꾸는 날, 처음 사람을 내보내는 날에 답을 아는 사람이 사내에 없습니다.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겪어 본 사람을 뽑으면 됩니다. 문제는 값과 시간입니다. 기업 영업을 만들어 본 사람을 찾아 면접하고 합류시키는 데 서너 달이 걸리고, 잘못 뽑으면 그 몇 배를 다시 씁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필요한 양이 사람 하나치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규원이 지금 알아야 하는 것은 첫 계약서에서 무엇을 양보하면 안 되는지 정도이고, 그 길을 지나 본 사람과 한 시간만 이야기하면 나오는 답입니다.
페이지덱이 시리즈 A를 받은 직후에 규원이 마주한 상황이 그랬습니다. 기업 고객용 요금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내 누구도 그걸 해 본 적이 없었고, 수아가 들고 온 첫 계약서 초안에는 무엇이 위험한 조항인지 판단할 기준조차 없었습니다.
어드바이저는 이 빈틈을 메우려고 생긴 관계입니다. 밖에 있는 경험을 통째로 사는 대신 얇게, 대신 자주 빌려 옵니다. 상근이 아니고 결정 권한도 없어서 회사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붙였다 뗄 수 있습니다.
하루 업무
하루 단위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잡히는 한 시간짜리 대화가 이 관계의 기본 단위이고, 그 사이에 급한 질문이 메시지로 오갑니다. 상근 임원처럼 매일 나와 일을 맡는 자리가 아니라, 한 회차에 무엇을 다룰지 미리 좁혀 두지 않으면 근황 대화로 한 시간이 지나갑니다.
한 회차는 대체로 이렇게 굴러갑니다.
- 며칠 전에 회사 쪽에서 안건과 자료를 보냅니다. 요금표 초안이든 조직도든 계약서든 읽을 것을 먼저 넘깁니다.
- 한 시간 동안 안건을 두세 개로 좁혀 이야기합니다. 어드바이저가 주로 하는 말은 답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이 숫자는 어디서 나왔는지, 그 가정이 깨지면 무엇이 무너지는지를 묻습니다.
- 끝나고 회사 쪽이 오간 이야기를 몇 줄로 정리합니다. 정리를 회사가 하는 이유는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가 회사의 결정이라서 그렇습니다.
하는 일은 세 갈래로 묶입니다. 판단을 점검해 주는 일이 가장 많고, 사람을 소개해 주는 일이 그다음이고, 만들어 둔 자료를 읽고 구멍을 짚어 주는 일이 나머지입니다. 어느 쪽이든 실행은 하지 않습니다. 계약서를 대신 쓰거나 고객을 대신 만나지 않습니다.
보상은 대개 지분입니다. 상근이 아니니 급여를 주기 어렵고, 금액으로 치면 크지 않은 대신 회사가 잘돼야 값이 커지는 구조를 씁니다. 0.1에서 1퍼센트 사이가 흔하고, 여기에 베스팅을 걸어 1~2년에 걸쳐 나눠 확정되게 합니다. 지분 대신 스톡옵션 형태로 주기도 합니다. 계약서에는 월 몇 시간을 쓸지도 함께 적습니다. 시간 약속이 없으면 관계가 흐려졌을 때 정리할 근거가 남지 않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
가장 자주 마주 앉는 상대는 최고 경영자입니다. 회사 안에 물어볼 상대가 없는 질문이 이 자리에 모이기 때문입니다. 규원이 기업 영업 어드바이저와 두 달에 한 번 만나는 이유도 같습니다. 사내에는 그 경험을 가진 사람이 아직 없습니다.
영역이 분명한 어드바이저는 그 영역의 담당자와 직접 만나기도 합니다. 페이지덱의 마케팅 어드바이저는 규원이 아니라 현우와 한 달에 한 번 만나 광고 예산 배분을 봅니다. 이때 대표가 자리를 비켜 주는 편이 낫습니다. 대표가 앉아 있으면 담당자가 문제를 축소해 말하게 됩니다.
여러 명을 두는 경우에는 영역이 겹치지 않게 나눕니다. 같은 질문을 두 사람에게 물어 서로 다른 답을 받으면 그때부터는 조언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되고, 그 선택은 결국 회사가 해야 합니다. 페이지덱은 기업 영업과 마케팅 둘만 두고 있습니다.
이사회와는 위치가 다릅니다. 둘 다 회사 바깥의 눈이지만 어드바이저는 승인하거나 반대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드바이저 자리에는 회의 소집이나 의결 같은 절차가 붙지 않습니다. 어느 결정이 대표 선에서 끝나고 어느 결정이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는 거버넌스가 정해 두는데, 그 목록에 어드바이저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실무 용례
"이 조항은 어드바이저한테 한번 물어보고 답 드릴게요."
사내에 판단 기준이 없어 밖의 경험을 빌리겠다는 뜻입니다.
"그 영역은 사람을 뽑는 것보다 어드바이저를 한 분 모시는 게 빠를 것 같아요."
지금 필요한 양이 상근 한 명치가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어드바이저 의견이고 결정은 아닙니다. 승인은 이사회에서 받아야 해요."
조언과 권한을 섞지 말자는 선 긋기입니다.
수아가 첫 기업 계약서 초안을 들고 온 주에 규원이 어드바이저 회차를 앞당겨 잡았습니다. 자료를 미리 넘기고 한 시간 동안 다룬 안건은 두 개였습니다. 계약 해지 조건과 데이터 반환 의무였습니다. 어드바이저는 조항을 고쳐 주지 않고, 지금 구조에서 고객이 계약을 끊으면 페이지덱이 며칠 안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되물었습니다.
답을 해 보니 사내에 그 절차가 아예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수아와 태오가 그 주에 절차를 만들었고, 계약서는 그 절차에 맞춰 다시 썼습니다. 그 자리에서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무엇을 정해야 하는지가 정해졌습니다.
흔한 오해
이름만 빌려주는 자리로 여기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회사 소개 페이지에 얼굴과 경력만 올라가 있고 하는 일은 보이지 않으니 그렇게 읽힙니다. 하지만 제대로 맺은 관계에는 월 몇 시간이라는 약속이 계약서에 들어가고, 그 시간이 지켜지지 않으면 베스팅이 멈춥니다. 이 조건 없이 지분만 주고 시작하면 1년 뒤에 조언은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지분만 나간 상태가 되고, 그 지분은 다음 투자 때 새 투자자가 반드시 물어보는 항목이 됩니다.
조언을 지시로 받아들이는 것도 잦습니다. 자기보다 오래 해 본 사람의 말이라 무게가 실리니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어드바이저가 아는 것은 일반적인 패턴이고, 지금 이 회사의 고객과 팀과 남은 돈을 아는 쪽은 회사 안입니다. 결과를 감당하는 쪽도 회사입니다. 조언을 그대로 집행하는 습관이 들면 안 됐을 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결정이 쌓이고, 몇 번 반복되면 결정의 근거가 우리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그렇게 말했는지로 바뀝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 용어 | 어떤 권한을 갖는가 | 이 자리와의 차이 |
|---|---|---|
| 이사회 | 승인과 반대 | 정해진 안건을 의결하는 기구이고 그 결정에 법적 책임이 따릅니다. 어드바이저는 의결에 참여하지 않고, 조언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회사가 고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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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