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경영자

Chief Executive Officer

역할

회사 전체를 대표하면서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을 마지막에 책임지고, 그 결과를 이사회와 주주에게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등장 배경

구성원이 다섯 명인 회사에는 이 자리가 필요 없습니다. 무엇을 만들지, 얼마를 받을지, 누구를 뽑을지가 전부 한 테이블에서 정해지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직함을 적어 둔 사람은 있어도 그 직함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그 방식이 언제 무너지는지는 아무도 미리 알려 주지 않습니다. 스무 명이 되고 팀이 셋으로 갈리면 결정이 테이블 위에 없습니다. 가격을 올릴지 말지를 두고 세일즈는 올리면 이탈한다고 하고 재무는 지금 구조로는 내년을 못 넘긴다고 합니다. 양쪽 다 자기 숫자를 들고 있고 양쪽 다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안건이 회의를 세 번 돌고도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시죠" 로 끝나면, 그사이 영업은 어느 가격을 불러야 할지 모른 채 한 달을 보냅니다.

밀리는 결정이 모두 어려운 결정은 아닙니다. 되돌릴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버튼 색을 바꾸는 일은 틀려도 다음 주에 되돌리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어느 시장을 접을지, 임원을 누구로 앉힐지, 남은 자금을 어디에 태울지는 한 번 움직이면 돌아오는 데 1년이 듭니다. 그런 안건을 맡을 사람을 하나로 정해 두는 것이 최고 경영자라는 자리의 출발입니다. 좋은 결정을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결정이 나오지 않는 상태를 막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하루 업무

하루의 대부분은 회의와 대화로 채워집니다.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은 거의 남지 않고, 남은 시간에 하는 일도 대개 읽고 쓰는 일입니다. 45명 규모 회사의 한 주를 펼쳐 보면 대략 이런 모양입니다.

  1. 경영진 회의 — 주에 한 번, 두 시간. 각 팀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고 팀 사이에 걸린 안건을 처리합니다. 한 팀이 혼자 못 푸는 문제가 여기로 올라옵니다.
  2. 일대일 면담 — 경영진 대여섯 명과 각각 30분씩. 회의에서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그만두려 한다는 신호가 이 자리에서 나옵니다.
  3. 바깥 일정 — 투자자 보고, 큰 계약의 마지막 미팅, 임원 후보 면접. 상대방이 결정권자를 보고 싶어 하는 자리가 이쪽입니다.
  4. 결정 대기열 — 다른 사람이 정할 수 없어 올라온 안건을 처리합니다. 하루 두세 건이고, 대부분은 예산이나 사람이 걸려 있습니다.

주기가 바뀌면 일의 성격도 바뀝니다. 페이지덱은 분기 단위로 경영 계획을 돌립니다. 기간을 나눠 목표와 사람과 돈을 배분하고 기간이 끝나면 결과를 확인하는 주기입니다. 분기가 시작되기 2주 전에는 일정의 절반이 다음 분기 논의로 채워지고, 그때 경영 전략에서 정한 선택이 실제 예산으로 번역됩니다. 여기서 대표가 실제로 하는 일은 더하는 쪽보다 빼는 쪽입니다. 팀마다 올린 계획을 그대로 더하면 사람이 두 배 필요한 문서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

안쪽으로는 경영진, 바깥으로는 이사회와 투자자와 큰 고객을 상대합니다. 상대에 따라 대표가 쓰는 말이 달라집니다.

  • 최고 운영 책임자 — 정해진 방향이 실제로 굴러가게 만드는 자리입니다. 대표가 "내년에 기업 고객으로 간다" 고 정하면 채용 순서와 분기 목표로 바꾸는 쪽이 이 사람입니다. 구성원이 백 명을 넘기기 전에는 따로 두지 않고 대표가 겸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 이사회 — 주요 결정을 감독하고 승인하는 기구입니다. 대표를 뽑고 바꿀 권한도 여기 있습니다. 보고 대상이자 동시에 감독 대상이라 관계가 단순하지 않습니다.
  • 공동 창업자 — 창업 초기에 함께 회사를 세운 사람입니다. 회사가 커지면 이 사람의 자리를 새로 정해야 하는 시점이 오고, 그 대화를 미루는 것이 초기 회사에서 가장 흔한 미룸입니다.
  • 어드바이저 — 조언만 하는 외부 전문가입니다. 승인 권한이 없어서 듣고 안 따라도 되고, 그래서 이사회에 꺼내기 전의 생각을 먼저 던져 보는 상대가 됩니다.

무엇을 누구와 상의할지는 그때그때 정하지 않습니다. 거버넌스에 미리 적어 둡니다. 페이지덱은 한 건에 5천만 원을 넘는 지출과 새 투자 유치, 임원 채용을 이사회 안건으로 두고 나머지는 대표가 결정합니다. 선을 그어 두지 않으면 급한 안건마다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를 따지느라 며칠이 밀립니다.

실무 용례

"이건 대표님 결재 건이에요. 안건으로 올릴게요."

한 부서장 선에서 정할 수 없는 크기라는 뜻입니다.

"대표님이 이번 분기는 기업 고객에 집중한다고 정리하셨어요."

개인 고객 쪽 요청을 지금은 받지 않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건 이사회 승인 사안이라 대표님도 단독으로는 못 정합니다."

직함이 맨 위여도 권한에 선이 있다는 뜻입니다.

페이지덱에서 규원이 겪은 일 하나가 이 자리의 성격을 잘 보여 줍니다. 무료 플랜의 용량 한도를 낮추자는 안이 올라왔을 때, 재무는 서버 비용을 근거로 찬성했고 세일즈는 무료 사용자가 유료로 넘어오는 통로가 좁아진다며 반대했습니다. 숫자는 양쪽 다 맞았습니다.

규원이 한 일은 더 나은 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고를지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올해는 유료 전환 수를 지키기로 되어 있으니 한도는 그대로 두고, 비용은 다른 방법으로 줄이자고 정리했습니다. 결정 자체는 10분이었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기준이 분기 초에 이미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흔한 오해

대표는 회사에서 가장 많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마지막 결정권이 그 자리에 있으니 자연스러운 그림입니다.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이 자리의 일은 결정을 자기에게 모으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결정을 아래로 내려보내고 자기 손에 남는 것을 줄이는 쪽입니다. 모든 안건이 대표를 거치는 회사는 대표의 일정이 병목이 되고, 결재를 기다리는 동안 멈춰 있는 사람이 스무 명씩 생깁니다.

회사의 주인이라는 오해도 흔합니다. 창업자가 대표를 맡는 경우가 많아 지분과 직책이 한 몸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둘은 별개입니다. 대표는 이사회가 임명하고 해임할 수 있는 자리고, 지분을 한 주도 갖지 않은 대표도 있습니다. 반대로 지분이 가장 많아도 직책이 없으면 회사를 대표해 서명하지 못합니다. 이 둘을 섞어 두면 투자를 받으며 지분이 줄었을 때 "이제 내 회사가 아닌가" 라는 엉뚱한 질문에 시간을 쓰게 됩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맡는가최고 경영자와의 차이
최고 운영 책임자정해진 방향의 실행결정하는 쪽과 굴리는 쪽으로 갈립니다. 방향을 정하는 일이 앞쪽 몫이고, 부서 사이에 낀 일과 분기 목표 진척처럼 매주 손이 가는 일이 뒤쪽 몫입니다
창업자회사를 처음 세운 이력직책이 아니라 이력이라 권한이 자동으로 붙지 않습니다. 창업자가 대표를 맡지 않는 회사도 있고 대표가 창업자가 아닌 회사도 흔합니다
이사회주요 결정의 감독과 승인한 사람이 아니라 기구이고, 대표를 임명하고 해임할 수 있습니다. 대표가 집행하고 이사회가 확인하는 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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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