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A
Series A
단계
제품이 맞는 시장을 찾은 뒤 같은 방식을 반복해 규모를 키우려고 받는 투자로, 조직과 예산이 함께 커지는 구간입니다.
등장 배경
답을 찾는 일과 찾은 답을 키우는 일은 성격이 다릅니다. 앞쪽은 여러 갈래를 짧게 시도해 보는 것이고, 뒤쪽은 한 갈래를 정해 같은 동작을 수십 번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동안 두 일에 같은 방식으로 돈이 들어갔습니다. 시장을 찾은 회사가 다음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따로 정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막히는 자리는 대개 사람 한 명이었습니다. 열 명이 월 1억 원의 반복 매출을 만든 회사에서 계약을 닫는 사람이 대표 한 명이면, 그 한 명이 쓸 수 있는 시간이 곧 성장의 한계가 됩니다. 고객이 두 배가 되면 응대와 온보딩도 두 배가 되는데 그것도 같은 몇 사람이 나눠 맡습니다. 팔릴 것을 알고 있는데 팔 사람이 없어서 못 파는 상태가 됩니다.
시리즈 A는 그 벽을 넘는 데 쓰는 돈입니다. 제품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파는 구조와 받는 구조를 만드는 데 씁니다. 이름은 이 라운드에서 발행하는 A종 우선주에서 왔습니다. 그 뒤로 B종, C종이 이어지면서 라운드 이름도 알파벳을 따라갑니다.
구간의 특징
이 구간의 조건은 무엇이 팔리는지 이미 안다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요구되는 것이 새로운 발견에서 예측 가능성으로 바뀝니다.
- 금액과 기간이 한 단계 더 커집니다. 국내에서는 30억에서 100억 원 사이가 범위이고 30억에서 50억 원이 흔합니다. 이 돈으로 24개월 전후를 설계합니다. 금액이 커진 만큼 쓰는 속도도 빨라져서, 같은 24개월을 잡아도 매달 나가는 돈은 시드 때의 세 배를 넘습니다.
- 조건이 무거워집니다. 기업가치를 정해 A종 우선주로 발행하고, 투자자가 이사회에 자리를 갖고 회사 매각이나 신규 주식 발행 같은 결정에 동의권을 갖습니다. 투자 전에 매출 인식과 계약을 검증하는 실사도 본격적으로 돌아갑니다.
- 판단 근거가 지표로 옮겨 갑니다. 팀에 대한 평가보다 연 반복 매출, 곧 일 년 기준으로 환산한 반복 매출과 그 성장률, 고객이 남는 비율이 앞에 놓입니다. 숫자가 근거이므로 협상 기간도 길어집니다.
- 쓰는 곳이 조직입니다. 세일즈와 마케팅, 고객 성공, 그리고 채용을 담당할 사람이 들어옵니다. 열 명 남짓이던 팀이 마흔 명대가 되는 구간이고, 이때 처음으로 창업자가 모든 일을 알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들어가기 전에 필요한 것은 제품 시장 적합성의 증거입니다. 만든 제품이 특정 시장의 수요와 맞물린 상태를 말하는데, 이 증거 없이 조직을 키우면 팔리지 않는 것을 파는 사람만 늘어납니다.
다음 구간의 조건
시리즈 B로 넘어가려면 만든 구조가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야 합니다. 확인하는 항목은 넷입니다.
- 연 반복 매출의 크기입니다. 국내에서는 100억 원 전후가 자주 언급됩니다. 시리즈 A 때의 열 배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 성장률의 유지입니다. 규모가 커지면 같은 비율을 지키기 어려워지므로, 매출이 열 배가 되는 동안 성장률이 얼마나 내려왔는지를 봅니다. 연 두세 배를 지켰으면 통과로 보고, 1.5배 아래로 내려오면 규모보다 그 기울기가 먼저 문제로 잡힙니다.
- 획득 효율입니다. CAC 회수 기간으로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데 쓴 돈을 몇 달에 되찾는지 재고, 12개월 안쪽을 좋은 수준으로 봅니다. 이 값이 나빠지고 있으면 성장이 돈으로 산 것이라는 뜻입니다.
- 조직의 반복성입니다. 새로 들어온 영업 담당이 세 달 안에 목표를 채우는지 봅니다. 특정 한 사람만 성과를 내면 그 회사는 절차가 아니라 개인으로 파는 회사입니다.
문턱을 못 넘기면 성장 대신 효율을 올려 시간을 버는 길이 있습니다. 비용을 줄여 런웨이를 늘리고 회수 기간을 개선한 뒤 다시 나가면 조건을 고칠 수 있습니다.
실무 용례
"시리즈 A 30억을 프리 120억에 받았습니다."
투자금과 투자 전 기업가치를 함께 말해 지분 20퍼센트를 내줬음을 알린 것입니다.
"제품 시장 적합성 증거가 없으면 시리즈 A는 시작이 안 됩니다."
숫자가 아니라 시장을 찾았다는 사실이 입장 조건이라는 뜻입니다.
"이번 라운드부터 이사회가 생기니 보고 주기를 맞춰야 합니다."
투자 조건에 따라 회사 운영 방식이 함께 바뀐다는 말입니다.
페이지덱은 시드 22개월째에 연 반복 매출 12억 원을 들고 시리즈 A에 나가 30억 원을 받았습니다. 프리 머니 120억 원에 합의했고 A종 우선주로 발행했습니다.
그 뒤 1년 동안 달라진 것은 사람의 구성이었습니다. 열두 명이던 팀에 세일즈로 수아가 들어오고 마케팅으로 현우가 들어와 마흔다섯 명이 됐습니다. 규원이 닫던 계약을 수아가 맡으면서 처음으로 대표가 모르는 계약이 생겼고, 그때부터 계약 조건과 할인 범위를 문서로 정해 두기 시작했습니다. 이 구간에서 늘어나는 것은 매출만이 아니라 합의해 두어야 하는 규칙입니다.
흔한 오해
시리즈 A를 성공의 증표로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기사에 실리고 축하를 받으니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앞으로 2년을 쓸 돈을 받은 것이고, 그 돈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 함께 커진 상태입니다. 시리즈 A를 받은 회사 가운데 상당수가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지 못합니다. 조직을 먼저 키운 뒤 매출이 따라오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받은 날에 세워 두어야 하는 것은 축하 자리가 아니라 24개월 뒤에 보여 줄 숫자입니다.
매출 규모만 채우면 된다고 보는 오해도 흔합니다. 문턱이 숫자로 제시되니 그 값에 도달하는 것이 과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같은 연 반복 매출 12억 원도 만든 방식에 따라 다르게 읽힙니다. 고객 100곳이 매달 100만 원씩 내는 12억과 대기업 두 곳이 6억씩 내는 12억은 위험이 다릅니다. 뒤쪽은 한 곳이 계약을 끝내면 매출이 절반으로 줄고, 그 계약을 따 온 방법도 반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숫자와 함께 고객 구성과 유지율을 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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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