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Governance

개념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누가 내리고 누가 확인하는지를 미리 정해 둔 규칙과 기구의 묶음입니다.

등장 배경

창업자 혼자 지분을 전부 가진 회사에는 결정 구조가 필요 없습니다. 무엇을 만들지도, 얼마를 쓸지도, 누구를 뽑을지도 한 사람이 정합니다. 그 결정이 틀리면 손해를 보는 사람도 그 한 사람이라 누구에게 물을 이유가 없습니다.

바깥 돈이 들어오는 순간 이 전제가 깨집니다. 투자한 사람은 회사를 운영하지 않지만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고, 회사가 잘못되면 손해를 봅니다. 여기서 처음으로 곤란한 질문이 생깁니다. 회사의 어떤 결정까지가 대표 혼자 내려도 되는 결정이고, 어디서부터는 다른 사람의 동의가 필요한 결정인가.

페이지덱에서 이 질문이 실제로 터진 것은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직후였습니다. 규원이 새 사업 하나를 시작하기로 하고 8천만 원을 집행했는데, 투자자가 그 사실을 두 달 뒤 분기 보고에서 알았습니다. 투자자가 문제 삼은 것은 금액이 아니라 몰랐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규원 쪽 입장도 분명했습니다. 결정할 때마다 밖에 물어보면 아무것도 제때 시작하지 못합니다. 두 말은 둘 다 맞았고, 어긋난 지점은 하나였습니다. 무엇을 물어야 하고 무엇은 묻지 않아도 되는지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같은 공백이 회사 안에서도 나타났습니다. 태오가 외부 업체와의 계약서를 들고 와 자기가 서명해도 되느냐고 물었을 때, 답이 매번 달랐습니다. 비슷한 금액인데 한 번은 그냥 하라고 했고 한 번은 왜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기준이 사람의 기분에 따라 움직이면 구성원은 둘 중 하나로 굳습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처리하거나, 사소한 것까지 전부 물어보고 답을 기다립니다. 어느 쪽이든 회사는 느려집니다.

거버넌스는 그 선을 미리 그어 두려고 만든 규칙입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페이지덱은 한 건에 5천만 원을 넘는 지출, 새 투자 유치, 임원 채용 세 가지를 이사회 안건으로 정하고 나머지는 대표가 결정하기로 적어 두었습니다. 이사회는 경영진 바깥에서 주요 결정을 감독하고 승인하는 기구로, 투자자와 창업자와 외부 인사가 함께 앉습니다. 선을 미리 긋는 목적은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선 아래의 일은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그날 처리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상위 분야인 경영·전략이 아홉 갈래로 나뉠 때 이 갈래가 역할 바로 옆에 놓이는 이유도 같습니다. 누가 결정하는지가 역할이라면, 그 결정을 누가 확인하고 어디까지가 혼자 내릴 수 있는 결정인지가 이 갈래입니다.

분야 구성

거버넌스 아래 묶인 용어는 네 갈래입니다. 누가 회사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지(주체), 그 사람들이 어디에 모여 무엇을 정하는지(절차), 모였을 때 무엇으로 정하는지(권리), 그 구조를 바깥에서 어떻게 평가하는지(기준)입니다. 앞의 셋이 회사 안의 결정 장치를 이루고 마지막 하나가 그 장치를 밖에서 채점합니다.

주체는 회사에 대해 발언할 자격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다루는 갈래로 하나가 있습니다. 주주는 회사의 지분을 가진 사람입니다. 창업자도 주주이고, 투자한 회사도 주주이고, 주식 보상을 받아 권리가 확정된 구성원도 주주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권한의 출처입니다. 주주의 발언권은 직책이나 회사에 쏟은 시간이 아니라 지분 비율에서 나옵니다. 지분을 3퍼센트 가진 초기 투자자와 40퍼센트를 가진 창업자는 같은 자리에서 다른 무게로 말합니다. 그래서 누가 얼마를 가졌는지를 정리한 주주명부가 거버넌스 문서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 표가 낡아 있으면 총회 소집 통지를 보낼 대상부터 틀리고, 의결 결과를 나중에 다투는 빌미가 됩니다.

절차는 그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를 다루는 갈래로 셋이 있습니다. 나뉘는 기준은 누가 모이느냐와 무엇을 정하느냐입니다.

  1. 이사회 회의 — 이사회가 모여 안건을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대개 분기에 한 번 열리고, 경영 현황 보고와 승인이 필요한 안건 처리가 함께 이뤄집니다. 페이지덱이라면 5천만 원을 넘는 지출이나 임원 채용이 여기 올라갑니다. 열 명 남짓이 모이는 자리라 일정을 맞추기 쉽고, 급하면 서면으로 처리하기도 합니다.
  2. 주주총회 — 주주 전체가 모여 주요 사항을 의결하는 자리입니다. 보통 1년에 한 번 열리고, 이사를 뽑거나 정관이라 부르는 회사의 기본 규칙을 고치는 것처럼 회사의 뼈대가 걸린 사항을 다룹니다. 이사회가 운영에 관한 결정을 하는 자리라면 이쪽은 그 운영을 맡을 사람과 규칙 자체를 정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사회에서 통과시킬 수 없는 안건이 따로 있습니다.
  3. 이사회 자료 — 이사회에 보고하는 현황 발표 자료입니다. 매출과 사용자 수, 자금 상황, 지난 분기에 정한 것의 진척, 이번에 승인받을 안건이 들어갑니다. 회의 당일이 아니라 사나흘 전에 보내는 것이 관행입니다. 회의 자리에서 처음 읽게 하면 그 시간이 설명으로 다 가고, 판단을 물으려던 안건은 다음 회의로 밀립니다. 안건마다 무엇을 승인받으려는지를 한 줄로 앞에 적어 두면 두 시간이 설명이 아니라 판단에 쓰입니다.

권리는 그 자리에서 무엇으로 결정이 나는지를 다루는 갈래로 하나가 있습니다. 의결권은 결정에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원칙은 한 주에 한 표이고, 따라서 지분 비율이 그대로 표의 비율이 됩니다. 다만 실제 회사에서 이 원칙만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두 가지가 얹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사안에 따라 필요한 찬성 비율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일상적인 안건은 과반이면 되지만 정관을 고치거나 회사를 파는 것처럼 무거운 사안은 3분의 2를 넘겨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투자 계약에 붙는 동의권 조항입니다. 지분이 10퍼센트뿐인 투자자라도 새 투자를 받거나 회사를 매각할 때는 그 투자자의 동의를 받도록 계약에 적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를 세기 전에 계약서를 먼저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어떤 사안에 동의권이 붙는지는 계약을 맺는 자리에서 정확히 세어 두는 편이 나중에 표를 다시 세는 것보다 낫습니다.

기준은 그 구조를 바깥에서 평가하는 갈래로 하나가 있습니다. ESG는 환경과 사회와 지배구조 세 측면으로 회사를 평가하는 틀이고, 그중 마지막 항목이 지금 이 문서가 다루는 내용입니다. 큰 기업 고객이 계약 전에 협력사를 점검하거나 기관 투자자가 투자를 검토할 때, 이사회가 실제로 열리는지, 의사록이 남아 있는지, 대표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는 아닌지를 봅니다. 45명짜리 회사에 당장 닥치는 일은 아니지만, 첫 기업 고객의 점검표에서 이 항목을 만나는 순간이 대개 처음입니다. 그때 답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은 회의록과 규정 문서뿐이라, 미리 남겨 두지 않은 회사는 몇 달 치를 뒤늦게 만들어 붙이게 됩니다.

네 갈래는 한 줄로 이어집니다. 주체가 누가 말할 자격이 있는지 정하고, 절차가 그 사람들이 모일 자리를 만들고, 권리가 모인 자리에서 결론을 내는 방법을 정하고, 기준이 그 전부를 밖에서 다시 봅니다. 한 곳이 비면 나머지가 형식으로 남습니다. 주주명부가 부정확하면 누구를 부를지부터 틀리고,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정해 둔 승인 절차는 문서에만 있고, 동의권 조항을 모르고 있으면 다수 지분을 쥐고도 매각이 막힙니다.

실무 용례

"이건 이사회 안건입니다. 한 건에 5천만 원을 넘어가서요."

금액이 크다는 말이 아니라, 미리 그어 둔 선을 넘었으니 대표 선에서 끝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사회 자료 초안 금요일까지 주세요. 회의 때 처음 보면 질문이 안 나옵니다."

읽을 시간을 주지 않으면 승인 절차가 형식으로 끝난다는 지적입니다.

"그건 이사회가 아니라 주주총회에서 의결해야 하는 사항이에요."

안건의 성격이 회사의 기본 규칙에 걸려 있어 회의체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페이지덱의 이사회는 다섯 자리입니다. 규원과 공동 창업자 한 명, 투자사에서 온 두 명, 업계에서 오래 일한 외부 인사 한 명이 앉습니다. 분기에 한 번 두 시간 동안 열리고, 지현이 자료를 만들어 회의 나흘 전에 보냅니다. 자료를 미리 보내기 시작한 것은 두 번째 회의 이후였습니다. 첫 회의에서 자료를 그 자리에서 띄웠더니 두 시간 중 한 시간 반이 숫자를 설명하는 데 갔고, 정작 승인을 받으려던 채용 계획은 다음 분기로 밀렸기 때문입니다.

주주총회는 1년에 한 번, 대개 3월에 엽니다. 다루는 것은 이사회와 성격이 다릅니다. 지난해 실적을 확정하고, 임기가 끝난 이사를 다시 뽑거나 새로 뽑고, 회사의 기본 규칙을 고칠 일이 있으면 그때 고칩니다. 규원이 이 자리를 부담스러워하지 않게 된 계기는 두 번째 해였습니다. 그해에 임원 한 자리를 새로 만들면서 정관을 손봐야 했는데, 절차가 적혀 있으니 무엇을 언제까지 누구에게 통지해야 하는지를 찾아보기만 하면 됐습니다. 절차가 없었다면 그 결정 하나에 몇 주가 갔을 일이었습니다.

흔한 오해

거버넌스를 큰 회사의 서류 작업으로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의사록, 정관, 승인 같은 말이 붙어 있으니 일을 늦추는 형식처럼 보이고, 마흔 명짜리 회사에는 아직 이르다는 말도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이 규칙이 실제로 하는 일은 속도를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선이 그어져 있으면 선 아래의 결정은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그날 처리됩니다. 선이 없는 회사에서는 반대로 모든 결정이 물어볼지 말지를 먼저 판단하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그대로 두면 급한 결정이 며칠씩 밀리고, 더 나쁘게는 물어보기 귀찮은 사람들이 그냥 처리한 건들이 쌓입니다. 그 건들은 대개 몇 달 뒤 투자 실사나 계약 검토에서 한꺼번에 발견됩니다. 선을 그어 둔 회사에서 일이 빨라지는 것은 승인 절차가 줄어서가 아니라 승인이 필요 없는 구간이 분명해져서입니다.

지분이 절반을 넘으면 무엇이든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자주 어긋납니다. 표로 정하는 구조이니 과반이면 끝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실제로는 세 가지가 이 계산을 비켜 갑니다. 무거운 사안은 과반이 아니라 3분의 2를 요구하고, 투자 계약의 동의권 조항은 지분이 적은 투자자에게도 특정 사안을 막을 힘을 주고,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사항은 주주 지분과 별개로 이사 구성에 달려 있습니다. 이 셋을 모른 채 지분만 세고 있으면 정작 회사를 팔거나 다음 투자를 받는 자리에서 막힙니다. 그래서 지분율을 확인할 때는 늘 투자 계약서와 이사회 구성을 함께 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다루는가거버넌스와의 차이
보안 관리 체계정보와 접근 권한을 조직 차원에서 관리하는 규칙과 절차같은 관리 체계라는 말을 쓰지만 대상이 회사의 결정권이 아니라 데이터와 시스템 접근입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세 측면으로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거버넌스는 그중 한 항목에 해당합니다. ESG 는 밖에서 매기는 점수표이고 거버넌스는 회사 안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법과 내부 규정을 지키고 있는지 점검하는 역할정해진 규칙을 지키는지 보는 자리입니다. 거버넌스는 그 규칙을 누가 정하고 누가 바꿀 수 있는지를 다룹니다

같이 보면 좋은 페이지

  • 경영·전략

    거버넌스가 회사 운영의 아홉 갈래 중 어디에 놓이는지 먼저 봅니다

  • 주주

    이 구조에서 권한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정하는 출발점입니다

  • 주주명부

    누가 얼마를 가졌는지가 그대로 표의 무게가 되므로 함께 읽습니다

하위 용어

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