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Board of Directors
개념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경영진 바깥에서 감독하고 승인하는 기구로, 투자자와 창업자가 함께 앉아 표로 정합니다.
등장 배경
창업자가 자기 돈으로만 회사를 굴리던 때에는 감독이라는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결정을 잘못해 손해가 나도 그 손해를 자기가 전부 떠안았기 때문입니다.
투자 유치로 남의 돈이 들어오면서 사정이 달라집니다. 돈을 댄 쪽은 지분을 받아 주주가 되는데, 주주는 회사에 매일 나와 일하지 않으면서 회사가 잘못되면 낸 돈을 잃습니다. 결정은 경영진이 하고 손실은 주주가 나눠 지는 구조가 됩니다.
그래서 이런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20억 원을 넣은 투자자가 반년 만에 대표를 만나 "그 사업은 언제 접으신 겁니까" 하고 묻고, 대표가 "작년 말에요" 하고 답합니다. 투자자는 그 사실을 그 자리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회사의 방향을 바꿀 만한 결정이 아무에게도 확인받지 않고 지나간 겁니다.
이사회는 그 확인을 정기적인 자리로 굳힌 장치입니다. 경영진 바깥의 사람들이 정해진 주기로 모여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받고, 미리 정해 둔 종류의 결정에 찬성하거나 반대합니다. 어떤 결정이 그 종류에 드는지는 거버넌스, 즉 회사가 누구의 감독을 받고 무엇을 누구 선에서 정하는지 적어 둔 규칙이 미리 그어 둡니다.
작동 방식
이사회는 이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모여 안건마다 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굴러갑니다. 직급이 아니라 한 사람 한 표가 기준이어서, 대표도 이사회 안에서는 여러 표 가운데 하나입니다.
- 구성 —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뽑습니다. 페이지덱은 다섯 자리인데 대표와 공동 창업자 한 명, 투자자가 지명한 두 명, 양쪽이 합의해 모셔 온 외부 인사 한 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 안건 — 무엇을 이사회에 올릴지는 미리 적어 둡니다. 페이지덱은 한 건에 5천만 원을 넘는 지출, 새 투자 유치, 임원 채용, 연간 예산 네 가지를 올리기로 정했고 나머지는 대표가 결정합니다.
- 소집 — 정해진 주기로 모입니다. 페이지덱은 분기에 한 번 이사회 회의를 열고, 기다릴 수 없는 안건은 서면으로 돌려 찬반을 받습니다.
- 보고 — 회의 며칠 전에 이사회 자료를 미리 보냅니다. 매출과 남은 현금, 분기 목표 대비 진척, 이번에 승인받아야 할 안건이 들어갑니다.
- 의결 — 안건마다 의결권을 가진 이사들이 찬반을 밝히고 과반이면 통과합니다. 결과는 의사록에 적어 남깁니다. 나중에 그 결정을 누가 승인했는지 따질 근거가 이 기록입니다.
한국에서 주식회사는 이사를 두게 되어 있고, 이사가 세 명 이상이면 이사회를 구성합니다. 그래서 구성원 다섯 명짜리 회사도 서류상으로는 이사회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투자를 받기 전에는 창업자들끼리 앉아 서류에 도장을 찍는 형식적인 자리인 경우가 많고, 바깥 사람이 표를 갖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성격이 달라집니다.
쓰이는 곳
이 기구가 실제로 힘을 쓰는 자리는 결정이 대표 선에서 끝나지 않는 순간입니다. 크게 셋입니다.
첫째는 주식이 새로 나가는 결정입니다. 투자를 받으면 새 주식을 발행하게 되고 그만큼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내려갑니다. 페이지덱이 다음 라운드를 열기로 했을 때 대표가 먼저 한 일은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이번에 얼마를 어떤 조건으로 받을지 승인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사람 자리입니다.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을 앉히고 내리는 권한이 이사회에 있습니다. 창업자가 대표를 맡고 있어도 이사회 표가 모이면 그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뜻이고, 드물지만 실제로 일어납니다. 반대로 대표가 새 임원을 뽑고 싶어도 이사회가 급여 수준에 동의하지 않으면 채용이 멈춥니다.
셋째는 회사 전체를 건드리는 돈과 방향입니다. 연간 예산, 회사를 파는 일, 상장 추진, 회사가 몇 년치 매출에 해당하는 계약을 맺는 일이 여기 듭니다. 기준은 금액 자체가 아니라 되돌릴 수 있느냐입니다. 광고비 3천만 원은 이번 달에 멈추면 그만이지만, 회사 지분 15퍼센트를 넘긴 결정은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실무 용례
"그건 대표님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사회 안건입니다."
미리 정해 둔 목록에 드는 사안이라 다음 회의나 서면 결의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번 분기 이사회가 다음 주 화요일인데, 지표는 금요일까지 주세요."
회의 며칠 전에 자료를 돌려야 하니 그전까지 숫자를 마감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채용 계획은 이사회에서 반으로 깎였어요."
경영진이 올린 안을 이사회가 그대로 승인하지 않고 규모를 줄여 통과시켰다는 뜻입니다.
분기 이사회를 2주 앞두고 페이지덱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규원이 지현에게 제품 지표를, 수아에게 계약 현황을 넘겨 달라고 하고 그것을 자료 한 벌로 묶습니다. 회의 당일 투자자가 지명한 이사가 가장 먼저 묻는 것은 남은 현금으로 몇 달을 버티느냐이고, 그다음이 올해 하반기 채용 계획입니다.
규원이 여섯 명을 뽑겠다고 올리면 이사회는 세 명만 승인하고 나머지는 다음 분기 실적을 보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정합니다. 회의가 끝나면 규원은 세 명이라는 숫자를 들고 나와 어느 팀에 먼저 넣을지 정합니다. 이사회는 누구를 뽑을지를 정하지 않습니다. 몇 명까지 뽑아도 되는지의 선만 긋고, 그 안에서 고르는 일은 경영진이 합니다.
흔한 오해
이사회가 회사를 운영한다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승인 권한이 있으니 경영도 이쪽에서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사회가 하는 일은 방향을 확인하고 정해진 안건에 찬반을 밝히는 데서 끝나고,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는 경영진이 정합니다. 이 선을 흐려 놓으면 실무자들이 웬만한 결정을 다음 이사회까지 미루기 시작하고, 원래 하루면 끝났을 판단이 분기 단위로 늘어집니다.
지분이 많으면 이사회에서도 표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흔한 오해입니다. 주주총회가 지분대로 표를 세니 이사회도 그럴 것 같지만, 이사회는 지분과 무관하게 한 사람이 한 표입니다. 지분 55퍼센트를 가진 창업자가 이사 다섯 자리 중 한 자리만 갖고 있으면 이사회 표결에서는 1 대 4로 집니다. 지분율만 지키고 자리 구성을 신경 쓰지 않다가 정작 중요한 안건에서 밀리는 일이 여기서 나옵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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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