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오션
Blue Ocean
개념
이미 붐비는 시장에서 경쟁자와 다투는 대신, 아직 아무도 겨루지 않는 시장을 스스로 만들어 들어가는 전략을 가리킵니다.
등장 배경
전략 회의는 오랫동안 경쟁사 이름으로 시작했습니다. 기능을 표로 늘어놓고 우리 칸에 동그라미가 몇 개인지를 세는 자리였습니다. 저쪽에 있는 기능이 우리에게 없으면 다음 분기에 만들 목록으로 들어갔고, 그 목록이 곧 로드맵이 됐습니다.
이 방식은 한 가지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같은 표를 놓고 같은 칸을 채우면 제품이 서로 비슷해진다는 점입니다. 비슷해진 제품 사이에서 고객이 고를 기준은 결국 가격만 남습니다. 그래서 회의는 늘 같은 자리에서 끝났습니다. 누군가 "우리는 뭐가 다릅니까" 하고 물으면 "더 싸고 더 빠릅니다" 라는 답이 나왔고, 경쟁사도 같은 문장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진이 깎이는 시장을 피가 번진 붉은 바다에 빗대 레드 오션이라고 불렀습니다.
블루 오션은 그 반대편에 붙인 이름입니다. 같은 표 안에서 칸을 더 채우는 대신 표 자체를 다시 그리자는 제안입니다. 경쟁사보다 잘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경쟁이라는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자리를 찾아내는 쪽으로 질문을 옮긴 것입니다. 2005년에 나온 같은 이름의 경영서가 이 말을 퍼뜨렸고, 지금은 투자 자료와 신규 사업 검토 문서에서 관용어처럼 쓰입니다.
작동 방식
업계가 당연하게 여기는 경쟁 항목을 네 방향으로 손보는 것이 이 전략의 실제 내용입니다. 지금 시장에서 모두가 경쟁하고 있는 요소를 먼저 나열한 다음, 항목마다 아래 넷 중 하나를 고릅니다.
- 없애기 — 업계가 당연히 넣는데 고객은 별로 안 쓰는 항목을 아예 뺍니다. 문서 협업 도구라면 30종짜리 글꼴 선택과 페이지 여백 설정이 그런 자리입니다.
- 줄이기 — 있어야 하지만 지금 수준까지는 필요 없는 항목의 힘을 뺍니다. 권한 설정을 열두 단계로 쪼개 두던 것을 세 단계로 줄이는 식입니다.
- 올리기 — 업계 수준보다 훨씬 높여야 의미가 생기는 항목에 자원을 몰아 줍니다. 검색이 3초 걸리던 것을 0.2초로 만들면 그때부터 사람들이 검색을 씁니다.
- 새로 만들기 — 지금 시장에 아예 없는 항목을 더합니다. 회의 중에 실시간으로 결정 사항만 뽑아 주는 기능처럼, 경쟁 표에 칸이 없던 것입니다.
앞의 둘과 뒤의 둘이 짝을 이룹니다. 없애고 줄인 데서 비용이 빠지고, 그 비용이 올리고 새로 만드는 쪽으로 갑니다. 그래서 값을 더 받지 않고도 다른 물건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보통은 차별화 요소를 늘리면 원가가 올라가고 원가를 낮추면 밋밋해지는데, 이 전략은 둘을 동시에 노립니다.
빠지기 쉬운 자리는 1번과 2번입니다. 무엇을 더할지는 쉽게 나오지만 무엇을 뺄지는 회의에서 반대가 붙습니다. 뺀 항목을 쓰던 고객이 실제로 있기 때문입니다. 넷 중 셋만 하고 없애기를 건너뛰면 비용이 빠지지 않아 결국 기능만 많고 비싼 제품이 됩니다.
쓰이는 곳
신규 사업을 검토하는 자리에서 가장 많이 들립니다. 어느 시장에 들어갈지 고를 때 "여긴 이미 레드 오션이라 들어가도 남는 게 없습니다" 같은 식으로 후보를 걸러 냅니다. 투자 유치 자료에서도 자주 나옵니다. 투자자가 알고 싶은 것은 이 팀이 무엇을 만드는지만이 아니라 왜 지금 이 자리가 비어 있는지이기 때문입니다.
포지셔닝을 정하는 문서에서도 쓰입니다. 포지셔닝은 고객의 머릿속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할지 정하는 일인데, 그 자리를 기존 범주 안에서 고를지 새로 만들지가 바로 이 선택입니다. 새로 만드는 쪽을 택하면 카테고리 창출로 이어집니다. 새 범주를 만들고 그 안에서 1등이 되려는 접근이라 두 말은 거의 붙어 다닙니다.
반대로 잘 안 쓰는 자리도 분명합니다. 이번 분기에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회의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말은 어느 시장에서 겨룰지를 고르는 층위의 개념이라, 실행 계획으로 내려오려면 경쟁 우위나 집중 전략처럼 더 구체적인 말로 한 번 번역돼야 합니다. 경쟁 우위는 경쟁자가 쉽게 따라 하지 못하는 지점이고, 집중 전략은 좁은 영역 하나에 자원을 전부 몰아 넣는 선택입니다.
실무 용례
"이 시장은 이미 레드 오션이에요. 들어가려면 블루 오션 쪽을 찾아야 합니다."
경쟁이 심한 자리를 피하고 비어 있는 자리를 먼저 찾자는 제안입니다.
"블루 오션이라고 쓰셨는데, 그 자리에 고객이 있다는 근거가 뭔가요?"
경쟁자가 없다는 말과 수요가 있다는 말은 다르니 증거를 내라는 요구입니다.
"경쟁 항목에서 뭘 뺐는지가 안 보여요. 다 올리기만 했네요."
비용을 낮출 항목이 없어 결국 비싼 제품이 된다는 지적입니다.
페이지덱의 사업 방향 회의에서 규원이 이 말을 꺼냅니다. 문서 협업 도구 시장에는 이미 큰 제품이 여럿 있어서, 같은 기능 목록으로는 45명짜리 회사가 이길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지현이 그 자리에서 사용 기록을 가져와 고객사 대부분이 문서를 쓰는 용도가 회의록 한 가지에 쏠려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여기서 나온 선택이 회의록만 극단적으로 잘 다루는 방향입니다. 문서 디자인 기능은 줄이고, 회의 중 받아쓰기와 결정 사항 추출은 시장에 없던 수준으로 올립니다. 현우가 "그러면 문서 도구가 아니라 회의 도구로 불리게 되는데 괜찮습니까" 하고 묻고, 규원이 그렇게 불리는 편이 낫다고 답합니다. 불리는 이름이 바뀌는 것까지가 이 전략의 일부입니다.
흔한 오해
경쟁자가 없는 시장이면 좋은 시장이라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비어 있다는 말이 기회처럼 들리니 자연스러운 오해입니다. 하지만 자리가 비어 있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고, 아무도 아직 못 본 경우만큼이나 여러 회사가 이미 해 보고 돈이 안 돼서 나온 경우가 흔합니다. 후자를 구분하지 않고 들어가면 경쟁 없이 혼자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고객을 설득하는 비용을 전부 혼자 부담하다가 돈이 먼저 떨어집니다.
새 기능을 만드는 일과 같은 뜻으로 쓰는 것도 흔합니다. 경쟁사에 없는 기능 하나를 붙이면 블루 오션이라고 부르는 식인데, 기능 하나는 대개 한두 분기면 복제됩니다. 이 전략이 말하는 것은 항목 하나가 아니라 경쟁 항목의 조합 전체를 다시 짜는 일입니다. 조합을 바꾸면 따라오려는 쪽이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을 버려야 하므로 따라오기가 어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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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