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전략

Focus Strategy

개념

시장을 좁게 잘라 그 안에만 사람과 예산을 몰아 넣고, 그 좁은 자리에서 1등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전략입니다.

등장 배경

자원이 적은 회사가 큰 회사와 같은 판에서 정면으로 붙으면 대개 집니다. 문제는 그래서 무엇을 하라는 말인지가 비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돈이 적으니 아껴 쓰라는 조언과 남들과 달라야 산다는 조언이 나란히 돌았는데, 둘 다 범위를 그대로 둔 채 더 잘하라는 말이라 달라지는 게 없었습니다.

그 사이를 메운 것이 범위를 자르는 세 번째 선택지입니다. 얼마나 싸게 만드느냐, 얼마나 다르게 만드느냐 말고 누구에게만 파느냐라는 축을 하나 더 두는 겁니다. 이 축이 서고 나서야 "우리는 A 업종 고객에게만 판다" 는 문장이 포기가 아니라 전략으로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지덱도 창업 첫해에 같은 자리를 지났습니다. 규원이 투자자 미팅에서 제품을 "모든 팀을 위한 협업 문서 도구" 라고 소개하자, 어느 팀이 이걸 안 쓰면 일이 안 되느냐는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답을 못 했습니다. 실제 사용 기록을 뒤져 보니 계약이 이어지는 고객은 소프트웨어 회사 개발팀 쪽에 몰려 있었고, 나머지 업종은 가입만 하고 두 달 안에 떠났습니다. 모두를 향해 만든 제품이 사실은 한 업종에서만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작동 방식

범위를 자를 축을 먼저 고르고, 잘라 낸 좁은 영역 안에서 남들보다 싸게 팔거나 남들이 못 하는 것을 해 줍니다. 축은 보통 고객 유형·업종·지역·용도 넷 중 하나입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만, 국내만, 회의록 용도만처럼 한 겹으로 자르기도 하고 두 겹을 겹치기도 합니다.

실행은 네 단계로 나뉩니다.

  1. 자를 축과 폭을 정합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의 개발팀" 처럼 한 문장으로 적히고 듣는 사람마다 같은 그림이 떠올라야 합니다. "성장하는 기업" 은 축이 아닙니다.
  2. 그 안에서 1등이 될 크기인지 봅니다. 전체 문서 도구 시장의 3퍼센트와 잘라 낸 시장의 40퍼센트 중 뒤쪽을 고르는 판단인데, 잘라 낸 시장이 너무 작으면 40퍼센트를 다 먹어도 회사가 굴러가지 않습니다.
  3. 버릴 것을 문서에 적습니다. 받지 않을 고객, 만들지 않을 기능, 나가지 않을 채널을 이름까지 적어 둡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앞의 두 단계는 선언으로만 남습니다.
  4. 사람과 예산을 그쪽으로 옮깁니다. 전략 우선순위는 이번 기간에 집중하기로 한 몇 가지 과제인데, 집중 전략을 택했다면 그 목록이 잘라 낸 영역 밖으로 나가면 안 됩니다.

좁힌 범위 안에서 이기는 방법은 다시 둘로 갈립니다. 같은 것을 더 싸게 주는 쪽과, 그 고객만 겪는 문제를 남들이 안 해 주는 수준까지 파고드는 쪽입니다. 뒤쪽이 더 흔합니다. 범위가 좁으면 고객이 다 비슷한 일을 하고 있어서, 같은 개발 인원으로 만든 기능이 전체 시장에서는 10퍼센트에게만 닿고 좁힌 시장에서는 90퍼센트에게 닿습니다.

여기서 생기는 차이가 경쟁 우위, 곧 경쟁자보다 확실히 더 잘하는 지점이 됩니다. 큰 회사가 이 자리를 뺏으려면 자기 고객 대부분에게 필요 없는 기능에 자원을 써야 해서, 알고도 내버려 두게 됩니다.

쓰이는 곳

가장 먼저 등장하는 자리는 초기 회사의 방향 문서입니다. 인원이 적고 돈이 정해져 있으니 무엇을 안 할지 적는 일이 곧 전략입니다. 비치헤드 마켓은 먼저 장악한 뒤 옆으로 넓혀 갈 교두보 시장을 뜻하는데, 집중 전략으로 고른 영역이 그대로 이 교두보가 되곤 합니다.

투자 미팅에서도 자주 오갑니다. 시장이 얼마나 큰지만이 아니라 그중 어디를 먼저 먹을 셈인지를 묻기 때문에, 범위를 안 자른 회사는 여기서 막힙니다. 타깃 시장을 넓게 적으면 규모는 커 보이지만 어떻게 이길지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제품 로드맵 회의에서는 거절의 근거로 쓰입니다. 기능 요청을 만들지 말지 정하는 기준이 요청 건수가 아니라 잘라 낸 영역 안의 고객이 요청했는지가 됩니다. 세일즈도 같은 기준으로 리드를 거릅니다. 범위 밖 고객을 받으면 계약 한 건은 늘지만 그 고객만을 위한 요구가 로드맵에 끼어들어, 몇 분기 뒤엔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실무 용례

"우리 집중 전략이 개발팀인데 이번 분기 로드맵에 인사팀 기능이 두 개 들어갔네요."

선언한 범위와 실제 자원 배분이 어긋났다는 지적이고, 둘 중 하나를 고치자는 말입니다.

"이건 집중 전략을 버리자는 게 아니라 교두보를 넓히자는 겁니다."

지금 영역에서 자리를 잡았으니 다음 칸으로 넘어가자는 제안이지 범위를 없애자는 게 아닙니다.

"그 고객은 안 받는 게 맞습니다. 받으면 로드맵이 끌려갑니다."

집중 전략을 고른 회사에서 매출을 거절하는 결정이 정당화되는 방식입니다.

페이지덱은 그 분기에 범위를 소프트웨어 회사 개발팀으로 좁혔습니다. 규원이 결정하고, 지현이 로드맵에서 다른 업종용 기능 네 개를 뺐고, 수아는 영업 대상 목록에서 제조·유통 고객을 지웠습니다. 현우가 광고를 개발자 커뮤니티로만 다시 잡으면서 가입 수는 줄었는데, 유료 전환율이 올라 매출은 늘었습니다.

반대 방향의 대화도 이어졌습니다. 제조업 고객 한 곳이 연 3천만 원짜리 계약을 제안해 경영진 회의가 두 번 열렸습니다. 결국 거절한 이유는 금액이 아니라, 그 고객이 요구한 결재선 기능이 개발팀 고객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흔한 오해

집중 전략을 작은 시장에 머무르는 선택으로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범위를 좁힌다는 말이 규모를 포기한다는 말처럼 들리니 그럴 만합니다. 하지만 좁히는 것은 지금 서 있는 자리이지 최종 목표가 아닙니다. 한 영역에서 자리를 잡으면 인접 영역으로 넘어가는 길이 열리고, 그때는 아무 근거 없이 넓힐 때와 달리 이미 확보한 고객과 사례를 들고 갑니다. 순서를 뒤집어 처음부터 넓게 가면 어느 영역에서도 추천할 만큼 쓰이지 않아, 넓힐 발판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집중과 다각화, 곧 사업 영역을 여럿으로 넓히는 쪽을 규모의 차이로 보는 오해도 흔합니다. 회사가 커지면 자연히 다각화로 옮겨 간다고 보는 건데, 둘은 성장 단계가 아니라 자원 배분 방식의 차이입니다. 다각화는 한 사업이 흔들려도 버티려고 위험을 나누는 선택이고, 집중은 한 곳에 몰아 이길 확률을 높이는 선택입니다. 인원 45명짜리 회사가 위험을 나누겠다고 사업을 셋으로 쪼개면 세 곳 다 인원이 모자라, 위험이 줄기는커녕 세 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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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