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멀티플

Burn Multiple

지표

일정 기간에 태운 현금을 그 기간에 늘어난 매출로 나눈 값으로, 매출 1원을 늘리는 데 얼마를 썼는지 봅니다.

등장 배경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오래 쓰던 질문은 얼마나 빨리 크는가 하나였습니다. 매출이 한 해 만에 두 배가 됐다고 하면 그 줄만으로 좋은 회사였고, 그 성장을 만드느라 현금을 얼마나 썼는지는 다음 장으로 밀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장률 표에서 전혀 다른 두 회사가 같은 줄로 보였습니다. 한 해 동안 연 반복 매출이 20억 원 늘어난 회사가 둘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연 반복 매출은 구독 사업이 일 년 기준으로 반복해서 받기로 되어 있는 금액의 합입니다. 한쪽은 그 20억을 만드는 동안 현금 20억 원을 썼고, 다른 쪽은 80억 원을 썼습니다. 성장률 칸에는 둘 다 같은 숫자가 적히지만, 앞쪽은 제 힘으로 크는 중이고 뒤쪽은 돈을 부어 매출을 사 오는 중입니다.

차이는 다음 투자가 막히는 순간에 드러났습니다. 시장이 얼어붙어 돈을 더 넣을 수 없게 되면 뒤쪽 회사의 성장은 그 자리에서 멈췄습니다. 성장을 밀던 것이 제품이 아니라 투자금이었기 때문입니다. 투자 심사 자리에서 "매출은 계획대로 올라왔습니다" 라는 보고 뒤에 "그 매출을 얼마에 사 왔나요" 라는 질문이 따로 붙기 시작한 게 이 무렵입니다.

번 멀티플은 그 두 질문을 한 숫자로 합치려고 만든 값입니다. 성장과 그 성장에 치른 대가를 따로 적어 두고 머릿속에서 견주는 대신, 대가를 성과로 나눈 비율 하나를 봅니다.

계산 방법

같은 기간에 순수하게 줄어든 현금을 그 기간에 늘어난 연 반복 매출로 나눕니다.

분자는 번레이트를 기간만큼 더한 값입니다. 번레이트는 한 달에 순수하게 줄어드는 현금의 양으로, 나간 돈에서 그달 들어온 돈을 뺀 금액입니다. 분모는 기간 끝의 연 반복 매출에서 기간 처음의 연 반복 매출을 뺀 차이입니다. 늘어난 부분만 세고 원래 있던 매출은 세지 않습니다.

계산은 세 단계입니다.

  1. 기간을 정합니다. 보통 한 분기나 한 해로 잡습니다. 한 달로 끊으면 큰 계약 하나가 들어오고 빠지는 것만으로 값이 두 배씩 흔들립니다.
  2. 그 기간에 줄어든 현금을 셉니다. 분기 초 잔고가 80억 원이고 분기 말 잔고가 65억 원이면 15억 원을 태운 것입니다. 이 기간에 투자금이 들어왔다면 그 금액은 빼고 셉니다. 투자받은 돈은 사업이 번 돈이 아니라서 함께 세면 태운 양이 실제보다 적어 보입니다.
  3. 늘어난 연 반복 매출로 나눕니다. 같은 분기에 연 반복 매출이 60억 원에서 70억 원으로 올랐다면 늘어난 값은 10억 원이고, 15억을 10억으로 나눠 번 멀티플은 1.5입니다.

1.5는 연 반복 매출 1원을 늘리는 데 현금 1.5원을 썼다는 뜻이고, 값이 작을수록 같은 성장을 싸게 샀다는 말이 됩니다.

분모가 0이거나 음수가 되는 분기도 있습니다. 해지가 많아 연 반복 매출이 오히려 줄었다면 번 멀티플은 계산되지 않습니다. 그때는 값이 나쁜 게 아니라 값이 없는 것이고, 매출이 왜 줄었는지를 먼저 봅니다.

좋은 수준의 기준

눈금은 대략 이렇습니다. 1 아래면 아주 좋고, 1에서 1.5 사이면 좋다고 봅니다. 2 언저리는 평범한 구간이고, 3을 넘으면 매출을 돈으로 사 오는 중이라고 읽습니다.

다만 이 눈금은 회사 단계를 감안해서 봅니다. 제품을 막 내놓은 회사는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사람부터 뽑기 때문에 번 멀티플이 4나 5로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반면 연 반복 매출이 100억 원을 넘긴 회사가 같은 값을 들고 있다면, 고칠 곳이 있는데 돈으로 덮고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숫자 하나보다 방향이 더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네 분기 연속 3.2, 2.8, 2.4, 2.0이면 쓰는 돈이 점점 제 몫을 하고 있다는 뜻이고, 1.2, 1.8, 2.6, 3.4면 반대입니다. 뒤쪽은 값이 아직 3대에 머물러 있어도 두 분기 뒤를 걱정해야 합니다.

같은 자리에서 보는 다른 숫자들과는 역할이 갈립니다. 40의 법칙은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을 더해 회사 전체의 균형을 한 번에 보고, CAC 회수 기간은 고객 하나를 데려오는 데 쓴 돈을 몇 달 만에 되찾는지를 봅니다. 번 멀티플은 그 둘 사이에 있습니다. 고객 하나가 아니라 회사 전체를 보되, 손익이 아니라 실제로 통장에서 빠져나간 현금을 봅니다. 장부상 이익과 통장 잔고가 어긋나는 회사에서는 이쪽이 더 정직한 값이 됩니다.

실무 용례

"지난 네 분기 번 멀티플이 1.3이라 이번 라운드는 이 장표부터 엽니다."

성장이 아니라 성장의 효율을 먼저 내세우겠다는 뜻입니다.

"번 멀티플이 4가 나온 건 매출보다 채용을 먼저 해서 그렇습니다. 다음 분기에 내려옵니다."

값이 나쁘게 나온 이유가 일시적인 선투자라고 설명하는 말입니다.

"성장률만 말고 번 멀티플도 같이 주세요."

성장 숫자만으로는 판단하지 않겠다는 요청입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값을 매 분기 계산하는 사람은 대표인 규원입니다. 분기가 닫히면 통장에서 실제로 빠진 금액과 연 반복 매출의 차이를 나란히 놓고 한 줄을 만듭니다. 값이 지난 분기보다 올라가 있으면 어느 항목이 올렸는지를 먼저 찾습니다. 그로스 마케터인 현우가 광고비를 두 배로 올린 분기였다면 그 돈이 실제로 매출을 얼마나 늘렸는지가 바로 이 비율에 드러납니다.

숫자가 결정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번 멀티플이 3으로 올라간 분기에 광고를 줄일지, 아니면 이번 투자까지는 밀어붙일지는 남은 잔고와 다음 라운드 일정을 함께 놓고 정합니다.

흔한 오해

값이 낮을수록 무조건 좋다고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효율을 재는 비율이니 자연스러운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값은 쓰는 돈을 줄이기만 해도 내려갑니다. 성장에 필요한 채용과 마케팅을 한 분기 멈추면 분자가 줄어 0.5 같은 값이 나오는데, 그 상태로 두 분기를 더 가면 분모가 되는 매출 증가분이 같이 말라붙습니다. 0.5를 세 분기 유지한 회사보다 1.5를 유지하며 매출을 세 배로 키운 회사가 대개 더 좋은 자리에 있습니다.

번레이트가 낮으면 번 멀티플도 낮다고 보는 것도 흔합니다. 둘 다 태우는 돈을 다루니 같이 움직일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번레이트는 분자 하나만 보고 번 멀티플은 분모까지 봅니다. 아껴 쓰면서 매출도 늘지 않는 회사는 번레이트가 낮은데 번 멀티플은 높습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지출을 조인 것만으로 건강해졌다고 판단하게 되고, 정작 왜 매출이 안 느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은 채 분기가 지나갑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보는가번 멀티플과의 차이
번레이트매달 줄어드는 현금의 양금액 하나만 봅니다. 번 멀티플은 그 금액을 늘어난 매출로 나눠 대가 대비 성과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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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