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투자
Finance
개념
회사에 들어오고 나가는 돈을 기록하고, 남은 현금을 지키고, 모자라면 밖에서 끌어오는 일을 묶은 분야입니다.
등장 배경
구성원이 열 명 남짓이던 시절에는 회사의 돈 문제가 통장 잔고 하나로 요약됐습니다. 대표가 한 달에 한 번 잔고를 확인하고, 세금 신고 철이 오면 외부 회계 사무소에 장부를 맡겼습니다. 숫자를 전담하는 사람이 없어도 굴러갔습니다. 들어오는 돈은 거의 없고 나가는 돈은 인건비와 사무실 임차료가 전부라 셀 것이 몇 줄 안 됐기 때문입니다.
구독료를 받는 사업이 자라면서 이 방식이 먼저 무너졌습니다. 어느 회사의 월말 회의에서 "이번 달 계약 금액이 역대 최고인데 왜 통장은 지난달보다 줄었죠" 라는 질문이 나왔고 아무도 답하지 못했습니다. 답은 세 군데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금액 중 절반은 아직 청구서를 보내지 않았고, 청구한 것 중 일부는 입금이 두 달 밀려 있었고, 연간 계약으로 미리 받은 돈은 열두 달에 나눠 매출로 잡아야 하는 돈이었습니다. 셋은 각각 다른 장부에 적혀 있었고, 그 장부를 한자리에 놓고 읽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재무·투자라는 분야는 그 장부들을 한 책상 위에 올리는 데서 시작합니다. 번 돈과 받은 돈과 지금 쓸 수 있는 돈이 서로 다른 숫자라는 것을 전제로 삼고, 각각을 따로 세고, 세 숫자가 어긋나는 지점에서 결정을 내립니다.
분야 구성
이 분야 아래 묶인 일은 여덟 갈래로 나뉩니다. 누가 하는지(역할), 번 돈과 쓴 돈을 어떻게 기록하는지(회계), 통장에 남은 돈을 어떻게 지키는지(자금), 구독 사업이 건강한지를 무엇으로 재는지(지표), 밖에서 돈을 어떻게 끌어오는지(투자), 회사에 얼마의 값을 매기는지(가치), 그 값을 누가 나눠 갖는지(지분), 청구한 돈을 어떻게 받아 내는지(운영)입니다.
역할은 이 분야의 사람을 가르는 갈래입니다. 네 자리가 있고, 나뉘는 기준은 지나간 숫자를 다루느냐 앞으로의 숫자를 다루느냐입니다.
- 최고 재무 책임자 — 재무 전반을 총괄하는 경영진 자리입니다. 숫자를 직접 만들기보다 그 숫자로 무엇을 결정할지를 정합니다. 채용을 몇 명까지 늘릴지, 투자를 언제 받으러 나갈지 같은 판단이 이 자리에서 나옵니다.
- 재무 담당자 — 자금과 결산을 관리합니다. 매달 통장과 장부를 맞추고, 지출 결재를 보고, 월 마감을 닫습니다.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뽑는 재무 인력이 대개 이 자리입니다.
- FP&A — 계획을 세우고 실적을 분석하는 기능입니다. 이름은 재무 계획과 분석을 줄인 말입니다. 앞으로 열두 달의 매출과 비용이 어떻게 될지 표를 짜고, 그 표와 실제 결과가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매달 확인합니다.
- 회계 담당자 — 장부와 세무를 처리합니다. 거래 하나하나를 정해진 규칙에 맞춰 기록하고 세금 신고 기한을 지킵니다. 규칙이 법으로 정해져 있어 해석의 여지가 가장 적은 자리입니다.
네 자리가 처음부터 나뉘어 있지는 않습니다. 구성원 스무 명 아래에서는 대표가 1번을 겸하고 외부 회계 사무소가 4번을 맡으며 2·3번은 비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채워지는 것이 2번이고, 계획의 단위가 분기에서 연 단위로 커질 때 3번이 생깁니다.
회계는 이미 벌어진 일을 규칙대로 적는 갈래입니다. 재무제표는 그 기록을 세 장의 표로 정리한 것입니다. 한 해 동안 얼마를 벌어 얼마를 남겼는지, 지금 회사가 가진 것과 갚을 것이 얼마인지, 현금이 어디로 들어와 어디로 나갔는지를 각각 한 장씩 맡습니다. 매출·매출원가·영업이익처럼 회의에서 오가는 말이 대부분 이 세 장 위의 줄 이름입니다. 여기서 처음 배우는 사람이 가장 자주 걸리는 규칙은 돈을 받은 날과 매출로 잡는 날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1월에 연간 계약으로 1,200만 원을 통째로 받았어도 1월 매출은 100만 원이고, 나머지 1,100만 원은 아직 제공하지 않은 열한 달치 서비스에 대한 빚으로 적힙니다.
자금은 통장에 남은 돈을 다루는 갈래입니다. 자금 관리는 한 달에 얼마가 빠져나가는지, 지금 속도면 잔고가 몇 달 뒤 바닥나는지, 그 전에 수입이 지출을 넘어서는지를 봅니다. 회계가 지나간 일을 적는다면 자금은 남은 시간을 셉니다. 잔고 12억에 매달 1억씩 빠져나가면 남은 시간은 열두 달이고, 이 숫자가 여섯 달 아래로 내려가면 투자 유치든 비용 삭감이든 무언가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장부상 이익을 내는 회사가 멈추는 일이 생기는 것도 이 갈래를 놓쳐서입니다. 이익이 나도 받을 돈이 석 달 뒤에 들어오고 줄 돈이 이번 주에 나가면 회사는 그 주에 멈춥니다.
지표는 구독 사업을 숫자로 재는 갈래입니다. SaaS 재무 지표는 매달 반복해서 들어오는 돈이 얼마인지, 그중 새로 늘어난 몫과 떠나간 몫이 각각 얼마인지, 고객 한 곳에서 평균 얼마를 받는지 같은 값으로 이뤄집니다. 한 번 팔고 끝나는 사업의 지표를 그대로 쓰지 않는 이유는 구독의 매출이 성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번 달에 1,000만 원어치를 팔았다는 문장이 앞쪽 사업에서는 1,000만 원이지만 구독에서는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1,000만 원이 들어온다는 뜻이고, 그래서 한 달치 반복 매출이라는 단위가 따로 필요합니다. 투자자가 회사를 볼 때 가장 먼저 묻는 숫자도 대개 이쪽입니다.
투자는 밖에서 돈을 끌어오는 갈래입니다. 투자 유치는 지분을 내주고 돈을 받거나 빌려서 자금을 마련하는 일 전체를 가리킵니다. 회사가 자란 단계에 따라 이름이 붙은 라운드가 여럿 있고, 돈을 대는 쪽도 개인 투자자부터 전문 운용사까지 종류가 나뉘며, 조건을 적은 문서와 회사를 뜯어보는 검증 절차가 뒤에 붙습니다. 이 갈래를 따로 두는 이유는 여기 드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기 때문입니다. 처음 만나서 돈이 통장에 들어오기까지 서너 달이 걸리는 게 보통이라, 잔고가 두 달 남았을 때 시작하면 늦습니다.
가치는 회사에 값을 매기는 갈래입니다. 기업가치 평가는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에도 숫자를 붙여야 하는 문제를 다룹니다. 이익이 없으면 이익으로 계산할 수 없으니, 비슷한 회사가 최근 얼마에 거래됐는지를 보거나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지금 가치로 당겨 계산하는 식으로 근거를 만듭니다. 이 숫자에 신경을 쓰는 까닭은 투자에서 지분이 얼마나 넘어가는지가 여기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10억을 받아도 회사 값을 40억으로 잡으면 20퍼센트가, 90억으로 잡으면 10퍼센트가 넘어갑니다.
지분은 회사를 누가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다루는 갈래입니다. 주주명부는 그 비율을 한 표에 정리한 문서입니다. 창업자 몫, 직원에게 주기로 떼어 둔 몫, 투자자 몫이 각각 몇 퍼센트인지가 적히고 새 투자가 들어올 때마다 모두의 비율이 다시 계산됩니다. 표 한 장이지만 여기 붙은 조건이 회사가 팔릴 때 누가 먼저 얼마를 가져가는지까지 정합니다. 투자 검토가 시작되면 상대가 가장 먼저 달라고 하는 자료 중 하나이고, 이 표가 엉켜 있으면 그 자리에서 진도가 멈춥니다.
운영은 청구서를 보내고 돈을 받아 내는 갈래입니다. 청구·정산은 고객마다 다른 요금제와 결제일을 처리하고, 카드 결제가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고, 중간에 요금제를 바꾼 고객의 금액을 날짜로 쪼개 계산하고, 입금이 늦는 곳을 따라다닙니다. 고객이 열 곳일 때는 표 하나로 되지만 1,000곳이 되면 사람 손으로는 감당이 안 됩니다. 이 갈래가 헐거우면 판 것과 받은 것 사이에 조용히 구멍이 생깁니다. 결제 실패를 방치해 매달 2퍼센트씩 빠지면 일 년 뒤에는 고객의 4분의 1이 돈을 내지 않은 채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여덟 갈래는 한 줄로 이어집니다. 운영이 청구서를 보내 돈이 들어오면 회계가 그것을 매출로 적고, 그 기록에서 지표가 뽑히고, 지표가 좋으면 가치가 올라가고, 높은 가치로 투자를 받으면 지분이 덜 넘어가고, 들어온 돈이 자금의 남은 시간을 늘립니다. 역할은 이 줄의 어느 구간을 누가 맡는지를 정합니다. 그래서 한 곳이 헐거우면 뒤가 전부 흔들립니다. 청구가 새면 지표가 실제보다 낮게 나오고, 낮은 지표는 가치 협상에서 깎인 금액으로 돌아옵니다.
실무 용례
"1월에 받은 1,200만 원 중 이번 달 매출로 잡히는 건 100만 원입니다."
돈을 통째로 받았어도 아직 제공하지 않은 기간의 몫은 이번 달 매출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금 속도면 잔고가 일곱 달 남았습니다. 다음 라운드는 이번 분기에 시작해야 합니다."
투자 유치에 서너 달이 걸리니 여유가 사라지기 전에 움직이자는 제안입니다.
"이 계약은 금액은 큰데 현금이 열 달 뒤에 들어옵니다."
계약서만 보면 좋은 거래지만 그동안 쓸 돈은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경고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매달 첫째 주에 규원과 수아가 마주 앉아 지난달 계약과 입금을 맞춰 봅니다. 수아가 따 온 계약은 대부분 연 단위라 계약서의 금액과 그달 장부에 찍히는 금액이 늘 다르고, 둘을 나란히 놓지 않으면 매출이 늘었다는 보고와 잔고가 줄었다는 사실이 같은 회의에서 충돌합니다.
지난 분기에는 기업 고객 세 곳의 입금이 두 달씩 밀리면서 계획보다 현금이 6,000만 원 적게 들어왔습니다. 규원은 현우가 잡아 둔 광고 예산 집행을 한 달 늦추기로 했고, 수아에게는 다음 분기 기업 계약부터 선불 조건을 넣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매출을 줄이는 결정이 아니라 돈이 들어오는 시점을 앞당기는 결정입니다.
흔한 오해
재무를 숫자를 정리하는 뒷단 업무로 여기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결과가 나온 뒤에 그것을 표로 옮기는 일처럼 보이니 그렇게 읽히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다른 팀이 쓸 수 있는 돈의 한도와 시점을 정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번 분기에 개발자를 세 명 뽑을지 한 명 뽑을지, 광고를 이번 달에 집행할지 다음 달로 미룰지가 잔고와 남은 시간에서 나옵니다. 뒷단으로 취급하면 결정이 다 끝난 뒤에야 재무가 불려 오고, 그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계약에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매출이 늘면 현금도 는다고 믿는 것도 자주 보는 오해입니다. 두 숫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경험이 대부분이라 자연스러운 착각입니다. 실제로는 반대로 가는 구간이 흔합니다. 고객이 늘면 서버 비용과 응대 인력이 먼저 늘고, 기업 고객은 후불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받을 돈은 두세 달 뒤에 들어옵니다. 매출이 빠르게 자랄수록 그사이에 메워야 할 구멍이 커집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매출 그래프가 오른쪽 위로 향하는 시점에 급여를 못 주는 상황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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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