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레이트

Burn Rate

지표

한 달 동안 회사의 현금이 순수하게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나타내는 금액으로, 남은 시간을 계산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등장 배경

이익을 내는 회사에서는 이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매출이 있고 비용이 있고 그 차이가 이익이니, 회사의 상태는 손익계산서 한 장으로 설명됐습니다.

스타트업은 그 문법에 맞지 않았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몇 해 동안은 매출이 거의 없는 게 정상이고, 적자는 실패가 아니라 계획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계획된 적자라고 해서 무한히 버틸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정작 알아야 할 것은 올해 적자가 얼마인지가 아니라 통장이 언제 비는지였습니다. 손익계산서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습니다. 감가상각처럼 현금이 나가지 않는 비용이 섞여 있고, 받을 돈을 매출로 먼저 적어 두기 때문에 장부가 흑자인 달에도 통장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 경영 회의의 첫 질문이 "이번 분기 이익이 얼마입니까" 가 아니라 "지금 통장에 얼마 있고 한 달에 얼마씩 빠집니까" 로 바뀌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 붙은 이름이 번레이트입니다. 장부가 아니라 통장을 보는 숫자이고, 이익이 아니라 속도를 재는 숫자입니다.

계산 방법

한 달 동안 통장에서 빠져나간 금액에서 그달 들어온 금액을 뺍니다. 남은 차이가 그달의 번레이트입니다.

같은 이름을 두 가지 뜻으로 쓰기 때문에 먼저 갈라 둬야 합니다. 총 번레이트는 나간 돈 전체만 세고, 순 번레이트는 거기서 들어온 돈을 뺍니다. 한 달에 1억 5,000만 원을 쓰고 5,000만 원이 들어왔다면 총 번레이트는 1억 5,000만 원, 순 번레이트는 1억 원입니다. 회의에서 그냥 번레이트라고 하면 대개 뒤쪽을 뜻합니다.

계산은 세 단계입니다.

  1. 월초 잔고와 월말 잔고의 차이를 봅니다. 예산안이 아니라 통장에서 실제로 빠진 금액을 세는 숫자라서, 잔고에서 바로 읽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2. 그달에 들어온 투자금이나 대출금을 빼냅니다. 투자금 10억 원이 입금된 달은 잔고가 오히려 늘어나는데, 그대로 두면 번레이트가 음수로 나와 돈을 벌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3. 최근 3개월을 평균 냅니다. 상여나 연간 결제가 몰린 달은 크게 튀어서, 한 달 값을 그대로 쓰면 판단이 흔들립니다.

큰 항목은 대개 셋입니다. 인건비, 서버비와 소프트웨어 구독료, 마케팅비입니다. 구성원 45명짜리 회사라면 번레이트의 70퍼센트 안팎이 인건비입니다. 그래서 번레이트를 의미 있게 바꾸려면 다른 항목을 아무리 조여도 한계가 있고, 채용 계획을 건드려야 움직입니다.

좋은 수준의 기준

금액 자체로는 좋고 나쁨을 말할 수 없습니다. 월 3억 원을 태우는 회사가 월 3,000만 원을 태우는 회사보다 위험한 게 아닙니다. 잔고 100억 원을 들고 월 3억 원을 태우면 33개월이 남고, 잔고 3억 원을 들고 월 3,000만 원을 태우면 10개월이 남습니다. 번레이트를 볼 때는 언제나 잔고와 함께 보고, 그 둘을 나눈 런웨이로 바꿔 읽습니다. 런웨이는 지금 속도로 쓰면 현금이 버티는 개월 수입니다.

경계는 런웨이 기준으로 잡습니다. 18개월 이상이면 다음 계획을 여유 있게 세울 수 있고, 12개월 아래로 내려오면 투자 유치를 준비할 때이고, 6개월 아래는 협상 도중에 잔고가 먼저 바닥날 수 있는 구간입니다. 처음 만나 입금까지 서너 달이 걸려서 생긴 관행입니다.

성장과 견주는 것도 같은 자리에서 합니다. 번레이트가 올라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올라간 만큼 매출이 따라오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번 멀티플은 태운 현금을 늘어난 매출로 나눠 그 대가를 바로 보여 주고, 40의 법칙은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을 더해 같은 균형을 회사 전체 수준에서 봅니다. 월 1억을 태우며 매출이 분기마다 30퍼센트씩 오르는 회사와 같은 금액을 태우며 매출이 제자리인 회사는 번레이트가 같아도 다른 상태입니다.

매달 크게 흔들리는 것도 신호입니다. 8,000만, 1억 4,000만, 9,000만처럼 널뛰면 어느 달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분기마다 몰아 결제하는 계약이 있거나, 팀별로 쓰는 돈을 미리 정해 두지 않아 생깁니다. 뒤쪽이라면 예산을 팀별 한도로 먼저 잡습니다.

실무 용례

"이번 달 순 번레이트가 1억 2,000만 원으로 올라왔습니다. 지난달 입사한 세 명이 반영된 겁니다."

값이 오른 원인을 채용으로 지목해 일시적인 변화가 아님을 알리는 말입니다.

"번레이트를 20퍼센트 줄이면 런웨이가 몇 달 늘어나죠?"

지출 조정이 남은 시간을 얼마나 사 주는지 먼저 계산해 보자는 요청입니다.

"번레이트는 순으로 말씀해 주세요. 총으로 들으면 체감이 달라요."

들어온 돈을 뺀 값으로 통일하자는 뜻입니다.

페이지덱에서는 매달 첫 영업일에 대표인 규원이 이 숫자를 확인합니다. 전달 잔고와 이번 달 잔고를 나란히 놓고 차이를 낸 뒤, 지난 세 달 평균과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봅니다. 벌어졌으면 항목을 열어 무엇이 올렸는지 찾습니다. 개발자인 태오가 트래픽 대응으로 서버를 늘린 달인지, 세일즈인 수아가 참가하는 행사 비용이 몰린 달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규원이 이사회에 올리는 장표에는 번레이트 옆에 잔고와 런웨이가 나란히 붙고, 그 세 줄을 재무 전망에 넣어 채용을 예정대로 하면 몇 월에 런웨이가 얼마가 되는지를 미리 그려 둡니다.

흔한 오해

번레이트는 낮을수록 좋다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현금이 줄어드는 속도이니 느릴수록 안전해 보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돈을 태우는 이유는 그 돈으로 시간을 사기 위해서입니다. 경쟁자보다 먼저 제품을 내놓고 먼저 시장을 잡으려고 미리 쓰는 것이라, 태우지 않으면 잔고는 오래 남지만 회사가 제자리에 머뭅니다. 지출을 절반으로 줄여 런웨이를 24개월로 늘린 회사가 그 24개월 동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늘어난 것은 시간이 아니라 결론이 미뤄진 기간뿐입니다.

줄이기로 결정하면 다음 달부터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것도 흔합니다. 예산을 고치는 일은 금방이니 그렇게 보입니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항목에 시차가 있습니다. 인건비는 통보 기간과 퇴직금이 있어 오히려 첫 달에 더 나가고, 연간으로 끊어 둔 소프트웨어 구독과 사무실 임차료는 계약이 끝나야 빠집니다. 이 시차를 모르고 잔고 3개월을 남긴 채 감축을 시작하면 줄이기로 한 달에 잔고가 가장 빠르게 빕니다. 그래서 감축은 런웨이가 충분할 때 결정합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나타내는가번레이트와의 차이
런웨이현금이 버티는 개월 수번레이트를 잔고로 나눠 시간으로 바꾼 값입니다. 번레이트는 속도, 런웨이는 남은 거리입니다
번 멀티플매출 1원을 늘리는 데 쓴 현금태운 금액을 늘어난 매출로 나눕니다. 번레이트는 대가만, 번 멀티플은 대가 대비 성과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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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