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체계

Career Framework

개념

회사 안의 직무를 묶고 단계를 나눠, 지금 어디에 있고 다음으로 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적어 둔 문서입니다.

등장 배경

구성원이 열 명인 회사에는 단계가 필요 없습니다. 개발자가 셋, 디자이너가 하나라면 누가 무엇을 얼마나 해내는지 대표가 전부 보고 있습니다. 연봉을 올릴 때도 그 사람의 지난 일 년을 떠올려 금액을 정하면 되고, 직함은 명함에 적을 말이 필요해서 붙일 뿐입니다.

인원이 마흔 명을 넘기면 이 방식이 세 군데에서 동시에 어긋납니다. 첫째, 대표가 모든 사람의 일을 보지 못합니다. 둘째, 연봉을 올리는 근거가 사람마다 달라집니다. 셋째, 밖에서 사람을 뽑을 때 어떤 직함으로 부를지 정할 기준이 없습니다.

페이지덱에서 이 문제가 처음 드러난 자리는 개별 대화였습니다. 입사 3년 차인 태오가 규원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지금 어디쯤이고 다음에는 무엇이 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규원은 잘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그 말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습니다. 태오가 알고 싶었던 것은 평가가 아니라 지도였습니다. 다음 자리가 무엇인지, 거기에 가려면 지금과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 그 판단을 누가 언제 내리는지였습니다. 그런 문서가 없으니 답할 말이 없었고, 태오는 다섯 달 뒤 다른 회사의 오퍼를 들고 왔습니다.

이 질문에 답할 문서가 없으면 회사 쪽에서도 세 가지가 무너집니다. 채용 공고에 시니어 개발자라고 적어 놓고 면접에서는 시니어가 무엇인지 면접관마다 다르게 봅니다. 평가가 끝나도 그 결과를 어디에 쓸지 정하지 못해 문서만 쌓입니다. 잘하는 실무자에게 줄 보상이 관리자 자리밖에 없어, 코드를 잘 쓰는 사람을 회의에 앉히고 몇 달 뒤 개발자 한 명과 관리자 한 명을 동시에 잃습니다.

커리어 체계는 이 조각들을 한 문서로 묶으려고 만든 기준입니다. 방향을 뒤집은 것이 핵심 장치입니다. 누가 얼마나 잘하는지를 사후에 판단하는 대신, 각 단계에서 무엇을 해내면 그 단계인지를 미리 적어 두고 사람을 그 문장에 견줍니다. 상위 분야인 조직·인사가 사람의 입사부터 퇴사까지를 아홉 갈래로 나눌 때 이 갈래가 성장 자리에 놓이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앞의 채용이 누구를 들일지 정하고 뒤의 보상이 얼마를 줄지 정한다면, 이 문서는 그 사이에서 사람이 어디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정합니다.

분야 구성

커리어 체계 아래 묶인 용어는 네 갈래입니다. 사람을 무엇으로 나누는지(구성), 어느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경로), 어떻게 옮겨 가는지(이동), 옮겨 가도록 무엇으로 돕는지(지원)입니다. 앞의 둘이 지도를 그리고 뒤의 둘이 그 지도 위에서 사람을 움직입니다.

구성은 지도의 두 축을 만드는 갈래입니다. 세로축과 가로축이 하나씩 있습니다.

  1. 직무 레벨 — 역량과 책임 범위에 따라 나눈 등급입니다. 세로축에 해당합니다. 보통 다섯에서 일곱 단계를 두고 단계마다 무엇을 해내는 사람인지를 문장으로 적습니다. 레벨 3은 정해진 과제를 혼자 끝내는 사람, 레벨 4는 무엇을 할지부터 스스로 정하는 사람, 레벨 5는 여러 팀이 걸린 문제를 푸는 사람 같은 식입니다. 연차가 아니라 하는 일로 적는 것이 규칙이라, 5년 차가 레벨 3에 머무는 경우도 3년 차가 레벨 4인 경우도 생깁니다.
  2. 직무군 — 성격이 비슷한 직무를 묶은 분류입니다. 가로축에 해당합니다. 엔지니어링, 디자인, 프로덕트, 세일즈처럼 나눕니다.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레벨 설명이 직무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레벨 4 개발자를 설명하는 문장과 레벨 4 디자이너를 설명하는 문장은 같을 수 없으니, 직무군마다 레벨 표를 따로 씁니다. 대신 같은 레벨이면 직무군이 달라도 급여 범위가 같도록 맞춥니다.

경로는 위로 가는 방향이 몇 개인지를 정하는 갈래로 둘이 있습니다. 나뉘는 기준은 사람을 맡느냐 아니냐입니다.

  1. 개인 기여자 트랙 — 관리를 맡지 않고 전문성으로 올라가는 경로입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맡는 문제가 커지지 부하 직원이 늘지 않습니다. 레벨 6 개발자는 회사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 문제를 맡고 다른 개발자들이 그 판단을 참고하지만, 그 사람의 평가를 쓰거나 연봉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2. 관리자 트랙 — 사람과 조직을 맡아 올라가는 경로입니다. 맡은 사람의 성장과 팀 전체의 결과가 자기 성과가 됩니다. 실무 시간이 줄고 개별 대화, 채용, 평가에 시간이 갑니다.

두 트랙을 나란히 두는 이유는 하나뿐이면 생기는 문제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올라갈 길이 관리자 자리 하나뿐이면 회사는 잘하는 실무자를 관리자로 만드는 것 말고 보상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코드를 가장 잘 쓰는 사람을 팀장에 앉히고, 그 사람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잘하던 일에서 멀어집니다. 두 트랙을 두는 회사는 같은 레벨이면 두 트랙의 급여 범위를 같게 맞춥니다. 금액이 다르면 문서에 두 길을 적어 둬도 사람들은 한 길만 봅니다.

이동은 지도 위에서 자리를 옮기는 갈래로 둘입니다. 위로 가느냐 옆으로 가느냐로 나뉩니다.

  1. 승진 — 더 높은 레벨이나 역할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절차는 대개 네 단계로 돌아갑니다. 관리자가 후보를 올리고, 지난 두세 분기 동안 그 사람이 다음 레벨의 문장대로 일한 사례를 모아 적고, 여러 관리자가 함께 보는 자리에서 심사하고, 급여를 다시 맞춥니다. 세 번째 단계를 여럿이 함께 보는 이유는 관리자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혼자 올리면 후한 관리자 밑에서 승진이 몰립니다.
  2. 사내 이동 — 다른 조직이나 직무로 옮기는 것입니다. 레벨은 그대로 두고 옆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 지원을 2년 한 사람이 프로덕트 쪽으로 옮기는 식입니다. 회사 쪽에서 보면 제품과 고객을 이미 아는 사람을 다시 쓰는 일이라 밖에서 뽑는 것보다 정착이 빠릅니다. 다만 내보내는 팀 입장에서는 사람이 빠지는 일이라, 원래 팀장이 붙잡을 수 있게 두면 이 길은 문서에만 남습니다. 그래서 몇 개월을 채우면 신청할 수 있고 팀장이 막지 못한다는 조건을 미리 적어 둡니다.

지원은 사람이 실제로 움직이도록 돕는 갈래로 하나가 있습니다. 성장 계획은 구성원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 지금 무엇이 모자란지, 그것을 채우려고 이번 분기에 무엇을 할지를 적어 둔 문서입니다. 레벨 표가 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기준이라면 이 문서는 한 사람에게 맞춘 번역본입니다. 레벨 4 설명에 적힌 문장 중 지금 못 하고 있는 것을 하나 골라, 그것을 연습할 과제를 다음 분기 업무 안에서 정하는 식으로 씁니다. 관리자와의 개별 대화에서 분기마다 한 번씩 열어 봅니다.

네 갈래는 한 줄로 이어집니다. 구성이 칸을 그리고, 경로가 그 칸을 잇는 길을 놓고, 성장 계획이 다음 칸으로 가는 과제를 정하고, 승진과 사내 이동이 실제로 칸을 옮깁니다. 한 곳이 비면 나머지가 같이 멈춥니다. 레벨 설명이 없으면 승진 심사에서 각자 다른 기준을 들고 오고, 트랙이 하나뿐이면 성장 계획에 적을 목표가 관리자 되기밖에 없고, 이동 절차가 없으면 다른 일을 해 보려는 사람이 회사 밖에서 그 자리를 찾습니다.

실무 용례

"태오를 레벨 4로 올리려는데, 레벨 4 설명에 있는 '무엇을 할지부터 정한다'에 해당하는 사례를 세 개만 정리해 주세요."

승진을 인상 요청이 아니라 문서에 적힌 문장을 이미 해내고 있는지로 판단하겠다는 뜻입니다.

"저는 관리자를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러면 여기서 더는 못 올라가나요?"

개인 기여자 트랙이 있는지, 있다면 실제로 급여가 관리자 트랙과 같은 선에서 올라가는지를 묻는 말입니다.

"디자인 레벨 4랑 개발 레벨 4를 같은 표로 놓고 비교하지 마세요. 레벨 설명이 직무군마다 다릅니다."

같은 레벨이 같은 급여 범위를 뜻할 뿐 같은 일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페이지덱은 구성원이 45명이 되던 분기에 이 문서를 처음 썼습니다. 규원이 시작한 이유는 제도를 갖추자는 것이 아니라 그해 상반기에 나간 네 명 중 셋이 퇴사 면담에서 같은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다음에 무엇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첫 판은 얇았습니다. 직무군을 엔지니어링, 디자인, 프로덕트, 세일즈 넷으로 나누고 레벨을 다섯 단계 두고, 단계마다 세 문장씩 적었습니다. 그 세 문장을 쓰는 데 6주가 걸렸습니다. 문장을 다듬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 다르게 알고 있던 것을 맞추는 시간이었습니다. 태오는 레벨 4의 기준을 혼자서도 막히지 않는 것으로 봤고, 지현은 무엇을 만들지 스스로 정하는 것으로 봤습니다. 둘 다 회사에 이미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고, 결국 둘을 합쳐 레벨 4 문장을 두 줄로 적었습니다. 이 논쟁이 문서 자체보다 값이 나갔습니다. 그 전까지 관리자 넷이 서로 다른 시니어를 머릿속에 두고 면접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 자리에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다음 분기 승진 심사에서 효과가 보였습니다. 후보 여섯 명을 놓고 관리자들이 모였는데, 논쟁의 모양이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누가 열심히 했는지를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레벨 4 두 번째 문장에 해당하는 사례가 있느냐를 물었습니다. 여섯 중 넷이 올라갔고 둘은 다음 분기로 미뤄졌는데, 미뤄진 두 사람에게 무엇이 모자랐는지를 문장으로 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 두 문장이 그대로 다음 분기 성장 계획의 목표가 됐습니다.

흔한 오해

커리어 체계를 연차표로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3년 차면 레벨 3, 5년 차면 레벨 4처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올라가는 표로 보는 것입니다. 단계가 순서대로 늘어서 있고 위로 갈수록 급여가 높으니 그렇게 보일 만합니다. 하지만 각 단계에 적힌 것은 근속 기간이 아니라 해내는 일의 범위입니다. 같은 3년을 보내도 주어진 과제만 끝낸 사람과 무엇을 할지 정하는 데까지 간 사람은 다른 칸에 놓입니다. 연차표로 운영하면 두 가지가 함께 일어납니다. 오래 있었으니 올려 달라는 요구를 거절할 근거가 사라지고, 빨리 자란 사람은 자기 연차에 걸려 있는 칸에 갇혀 나갑니다. 회사에 남는 것은 레벨이 높은 사람과 잘하는 사람이 서로 다른 집합인 상태입니다.

체계를 만들어 두면 사람이 알아서 자란다고 생각하는 것도 자주 어긋납니다. 문서가 생기면 다음 단계가 보이니 각자 준비할 것 같지만, 레벨 표에 적힌 문장은 회사 전체에 쓰라고 만든 것이라 한 사람에게는 늘 추상적입니다. 여러 팀이 걸린 문제를 푼다는 문장을 읽고 다음 주 월요일에 무엇을 할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래서 문서만 공개하고 둔 회사에서는 반년 뒤에 아무도 열어 보지 않고, 승진 시즌에만 잠깐 조회수가 오릅니다. 이 문서가 작동하려면 개별 대화에서 그 문장을 이 사람의 다음 과제로 번역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 번역을 적어 두는 자리가 성장 계획입니다. 체계를 만든 회사와 체계가 굴러가는 회사의 차이는 표의 정교함이 아니라 그 번역이 분기마다 일어나느냐입니다.

같이 보면 좋은 페이지

  • 조직·인사

    커리어 체계가 사람과 조직을 다루는 아홉 갈래 중 어디에 놓이는지 먼저 봅니다

  • 직무 레벨

    이 문서의 세로축이라, 나머지 용어가 전부 여기에 걸려 있습니다

하위 용어

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