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창업자
Co-founder
역할
회사에 제품도 매출도 없던 시기에 함께 들어와, 지분과 최종 책임을 나눠 진 사람을 가리킵니다.
등장 배경
회사를 처음 세운 사람을 창업자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자리가 생깁니다. 사업자 등록을 한 사람은 한 명인데, 제품도 고객도 없던 시기를 같이 버틴 사람이 한 명 더 있을 때입니다.
페이지덱이 그랬습니다. 규원이 혼자 시작해 넉 달 동안 고객을 만나고 다녔지만 만들 사람이 없었고, 그 시기에 태오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들어왔습니다. 태오는 여섯 달 동안 월급 대신 지분을 받았고, 잘 안 되면 그 지분이 0이 된다는 것도 알고 들어왔습니다.
이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가 문제였습니다. 직원이라고 하면 사실과 다릅니다. 직원은 월급을 받고 회사가 망하면 다음 직장을 찾지만, 태오는 월급 대신 회사 자체를 받았고 망하면 잃을 것이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창업자라고만 하면 누가 언제 무엇을 걸고 들어왔는지가 지워집니다. 공동 창업자는 이 구분을 남기려고 쓰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이 말은 직책이 아니라 이력에 가깝습니다. 권한이 따라붙는 자리가 아니라 어느 시기에 무엇을 걸고 들어왔는지를 가리키는 기록입니다. 공동 창업자가 대표를 맡지 않는 회사도 많고, 몇 해 뒤 회사를 떠난 사람이 여전히 그렇게 불리기도 합니다.
하루 업무
정해진 하루가 없다는 것이 이 자리의 특징입니다. 각자 맡은 기능이 다르니 하루의 대부분은 그 기능의 일로 채워지고, 공동 창업자라서 하는 일은 그 위에 얹힙니다.
- 자기가 맡은 축의 일을 합니다. 둘이 세운 회사는 대개 한 사람이 바깥을, 다른 사람이 제품을 맡습니다. 페이지덱은 규원이 투자와 세일즈를, 태오가 제품과 기술을 맡았습니다.
- 아무도 맡지 않은 일이 돌아옵니다. 채용 공고 문구, 법인 통장 정리, 고객사가 보낸 보안 질의서 30문항이 그렇습니다. "이건 누구 일이죠" 에 답이 없을 때 그 일이 가는 곳이 이 자리입니다.
- 사람을 뽑습니다. 스무 명이 될 때까지는 면접 대부분에 창업자가 직접 들어갑니다. 이 시기에 들어온 사람이 나중에 각 조직의 첫 관리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봅니다. 통장에 3억 원이 있고 매달 6천만 원이 나간다면 남은 기간은 다섯 달입니다. 이 숫자가 넉 달 아래로 내려가면 제품 회의보다 투자자 미팅이 일정을 더 많이 차지합니다.
- 서로를 확인합니다. 둘만 앉는 자리를 주 1회 둡니다. 다른 회의와 달리 안건이 업무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같은 것을 보고 있는가" 입니다.
회사가 커지면 1번이 커지고 2번이 줄어듭니다. 45명이 된 지금 태오는 최고 기술 책임자로 기술 조직을 맡고 있고, 예전처럼 보안 질의서를 직접 채우지는 않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상대는 다른 공동 창업자입니다. 회사가 작을 때는 결정이 둘 사이에서 대부분 끝나서, 이 관계가 어긋나면 조직도보다 먼저 회사가 흔들립니다. 갈등은 대개 능력 차이가 아니라 속도 차이에서 옵니다. 한 사람은 지금 파는 게 먼저라고 보고 다른 사람은 더 만들고 팔자고 하면, 둘 다 회사를 위한 판단이라 논쟁이 끝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두 가지를 문서로 박아 둡니다. 하나는 지분이 누구에게 얼마나 있는지 적은 주주명부이고, 다른 하나는 그 지분이 재직 기간에 따라 나눠 확정되게 하는 베스팅입니다. 4년에 걸쳐 나눠 주고 첫 1년을 못 채우면 한 주도 주지 않는 방식이 흔합니다. 반년 만에 떠난 사람이 지분 30퍼센트를 그대로 들고 나가면 남은 사람들은 4년을 더 일해도 그것을 되찾지 못합니다.
바깥으로는 셋을 상대합니다. 투자를 받고 나면 주요 결정을 감독하고 승인하는 이사회가 생기고, 이때부터 창업자에게도 보고하고 설득해야 하는 상대가 생깁니다. 권한 없이 조언만 하는 어드바이저는 반대할 힘이 없어서, 듣고 안 따라도 되는 대신 솔직한 말을 듣기 쉽습니다. 초기 구성원과의 관계도 특별합니다. 직접 설득해 데려온 사람들이라 거리가 가깝고, 그 가까움이 회사가 커진 뒤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서른 명이 된 회사에서 초기 다섯 명만 결정 과정을 알고 있으면 나머지는 자기가 회사 밖에 있다고 느낍니다.
실무 용례
"저는 공동 창업자고 지금은 제품을 맡고 있습니다."
이름만으로는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맡은 기능을 따로 말한 것입니다.
"공동 창업자 지분은 베스팅으로 걸어 두셨죠?"
투자자가 실사에서 거의 빠뜨리지 않는 질문이고, 안 걸려 있으면 투자 조건에 그 항목이 붙습니다.
"공동 창업자를 찾고 있는데, 저랑 같은 걸 잘하는 사람은 안 찾습니다."
겹치는 능력이 아니라 비어 있는 축을 메울 사람을 구한다는 뜻입니다.
규원과 태오 사이에서 이 이름의 뜻이 정리된 날이 있었습니다. 구성원이 서른 명을 넘긴 뒤에도 태오는 처음 2년 동안 그랬듯 마케팅 예산 회의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현우가 광고 배분안을 들고 왔는데 태오가 반대했고, 회의는 결론 없이 끝났습니다.
그 주에 둘이 앉아 정리한 것은 누가 옳았느냐가 아니었습니다. 마케팅 예산은 규원이 정하는 것으로 두고 태오는 그 회의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공동 창업자라는 이름이 모든 결정에 낄 권리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합의였습니다. 이 정리를 못 하면 결정마다 두 사람이 걸려 아무것도 제때 정해지지 않습니다.
흔한 오해
공동 창업자면 지분을 똑같이 나눈다고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이 시작했으니 반씩이 공평해 보이고, 초기에 계산하기도 가장 편한 방식입니다. 실제로는 들어온 시점, 그때까지 만들어져 있던 것, 각자 포기한 것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넉 달 먼저 시작해 고객을 만들어 둔 사람과 그 뒤에 합류한 사람의 몫이 같을 이유는 없습니다. 어색하다고 반으로 나눠 두면, 몇 해 뒤 떠난 사람이 절반을 그대로 들고 있는 상태가 되고 되돌릴 방법도 거의 없습니다.
일찍 합류한 사람은 다 공동 창업자라고 여기는 것도 흔한 오해입니다. 초기에는 호칭이 느슨하고 다 같이 고생하니 구분할 이유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준은 합류 시점이 아니라 지분과 책임을 나눠 졌는지이고, 그 답은 주주명부에 적혀 있습니다. 여기를 흐려 두면 몇 년 뒤 "나도 창업자였다" 는 주장이 나오고, 그 시점은 대개 투자 실사나 매각 협의처럼 지분 관계를 남에게 설명해야 하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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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