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Founder

역할

회사가 생기기 전부터 그 일을 시작해 법인 등록과 첫 제품까지 끌고 온 사람으로, 직책이 아니라 바뀌지 않는 이력입니다.

등장 배경

회사에는 자리마다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대표가 있고 팀장이 있고 담당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름들은 회사가 이미 있을 때만 쓸 수 있습니다. 회사가 없던 시점에 일하던 사람을 부를 말은 그 표에 없습니다.

페이지덱도 그랬습니다. 규원이 아직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 전, 주말마다 문서 편집 도구를 만들던 여섯 달 동안은 아무 직함이 없었습니다. 법인을 만들고 나서야 대표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그 이름으로는 법인 등록 전의 여섯 달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 기간에 들어간 시간과 돈, 그리고 잘못됐을 때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조건을 가리킬 말이 따로 필요했습니다.

이 구분은 나중에 돈 문제로 돌아옵니다. 회사에 합류한 사람은 일한 기간만큼 급여를 받고, 지분을 받더라도 베스팅을 거칩니다. 베스팅은 재직 기간에 따라 권리가 나눠 확정되는 방식입니다. 반면 창업자는 급여가 없던 기간을 지분으로 되돌려받는 구조입니다. 이때 누가 언제부터 참여했는지가 주주명부에 몇 퍼센트로 적히는지를 가르기 때문에, 창업자와 초기 합류자의 경계는 감정이 아니라 계약의 문제가 됩니다. 주주명부는 누가 지분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정리한 표입니다.

그래서 창업자는 직책과 다르게 움직입니다. 대표 자리는 내려놓을 수 있지만 세웠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회사를 떠난 사람에게도 이 말은 계속 붙습니다.

하루 업무

창업자의 하루는 정해진 업무 목록이 아니라 회사에서 지금 가장 비어 있는 자리로 채워집니다. 구성원이 다섯일 때는 제품을 직접 만들고 고객 응대도 직접 합니다. 45명이 된 페이지덱에서 규원의 하루는 대개 네 덩어리입니다.

  1. 돈 — 런웨이가 몇 달 남았는지를 매달 확인하고, 짧아지면 투자 유치를 준비합니다. 런웨이는 지금 속도로 쓰면 현금이 버티는 개월 수이고, 투자 유치는 지분이나 대출로 사업 자금을 끌어오는 일입니다. 라운드 하나를 여는 데 넉 달쯤 걸리니 잔고가 바닥나기 한참 전에 시작해야 합니다.
  2. 사람 — 임원급 채용은 대개 창업자가 직접 봅니다. 그 자리는 실무 능력보다 회사가 가려는 방향과 맞는지가 중요한데, 그 방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창업자이기 때문입니다.
  3. 방향 — 무엇을 하고 무엇을 안 할지 정합니다. 페이지덱이 올해 기업 고객 쪽에 붙기로 했다면 개인 요금제에 사람을 더 넣지 않겠다는 결정이 같이 따라옵니다. 이 결정을 내리지 않고 미루면 두 방향에 인력이 절반씩 나뉜 채로 분기가 지나갑니다.
  4. 바깥 — 고객, 투자자, 제휴 상대를 만납니다. 규원은 지금도 매달 고객사 다섯 곳과 직접 통화합니다. 보고서로 올라오는 요약에는 담당자의 판단이 한 겹 끼어 있어서, 왜 다른 도구를 쓰다 넘어왔는지 같은 말은 직접 들어야 남습니다.

회사가 커질수록 앞의 둘이 늘고 뒤의 둘 중 제품 쪽이 줄어듭니다. 직접 만들던 사람이 만들지 않게 되는 이 전환이 창업자에게 가장 힘든 구간으로 꼽힙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

창업자가 정기적으로 만나는 상대는 크게 셋입니다. 안에는 공동 창업자와 경영진이 있고, 밖에는 이사회와 어드바이저가 있고, 그 사이에 투자자가 있습니다.

  1. 공동 창업자 — 창업 초기에 함께 회사를 세운 사람입니다. 역할을 갈라 맡는 게 보통이라, 한 사람이 제품과 기술을 보면 다른 사람이 영업과 자금을 봅니다. 둘 사이의 결정은 승인이 아니라 합의로 나기 때문에 의견이 갈리면 결론이 늦어집니다.
  2. 최고 운영 책임자 — 정해진 방향이 실제로 굴러가게 만드는 자리입니다. 창업자가 바깥일에 시간을 더 쓰게 되는 시점에 이 자리를 만듭니다.
  3. 이사회 — 경영진 바깥에서 주요 결정을 감독하고 승인하는 기구입니다. 페이지덱은 분기에 한 번 열고, 새 투자 유치와 임원 채용이 여기 안건으로 올라갑니다. 창업자에게는 결정을 도와주는 자리이자 감시하는 자리라서, 좋은 소식만 들고 가면 나쁜 소식이 터졌을 때 신뢰가 먼저 무너집니다.
  4. 어드바이저 — 경영진에게 조언하는 외부 전문가입니다. 이사회와 달리 승인하거나 반대할 권한이 없어서, 들을지 말지는 창업자가 정합니다.

실무 용례

"그건 창업자가 결정할 문제라 다음 주에 답 드릴게요."

담당자 선에서 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뜻입니다.

"저희는 창업자 두 명이 각각 제품과 세일즈를 맡고 있어요."

회사 소개 자리에서 초기 구성과 역할 분담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창업자가 대표에서 물러나고 이사회에만 남기로 했어요."

이력은 그대로 두고 직책만 넘겼다는 뜻입니다.

페이지덱에서 규원이 직접 붙드는 일은 매년 줄어듭니다. 제품 결정은 지현에게, 매출 목표는 수아에게 넘겼고, 지금 규원이 안 넘긴 것은 자금과 임원 채용과 회사가 가려는 방향 셋뿐입니다.

넘기는 순서에는 기준이 있습니다. 틀렸을 때 되돌릴 수 있는 일부터 넘깁니다. 광고 예산 배분은 한 달 뒤에 바꾸면 되지만, 임원 한 명을 잘못 뽑으면 그 사람이 뽑은 열 명까지 따라와 1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이 마지막까지 창업자 손에 남습니다.

흔한 오해

창업자와 대표를 같은 말로 쓰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초기 회사에서는 대개 한 사람이 둘 다 맡으니 자연스러운 오해입니다. 하지만 하나는 이력이고 하나는 직책입니다. 창업자가 제품에 집중하려고 대표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회사도 있고, 창업자가 회사를 떠난 뒤 외부에서 온 대표가 회사를 이끄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걸 같다고 보면 상대 회사와 이야기할 때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잘못 짚게 됩니다. 창업자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는 아무 결정 권한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창업자라는 생각도 흔합니다. 처음 떠올린 사람이 시작한 사람처럼 보여서 그렇습니다. 실제 기준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위험을 졌는지입니다. 급여 없이 시간을 넣었는지, 초기 자금을 댔는지, 법인 서류에 이름이 올라갔는지가 그 자리를 정합니다. 이 구분이 흐려진 채로 시작하면 몇 년 뒤 지분을 두고 분쟁이 생기고, 그때는 이미 각자의 기억이 서로 다릅니다.

자주 헷갈리는 용어

용어무엇을 가리키는가창업자와의 차이
최고 경영자회사를 대표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직책대표는 맡고 내려놓을 수 있는 자리이고 창업자는 바뀌지 않는 이력입니다. 한 사람이 둘 다인 경우가 많지만, 창업자가 아닌 대표도 대표가 아닌 창업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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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