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명부
Capitalization Table
산출물
회사 주식을 누가 얼마나 갖고 있는지와 거기 붙은 권리를 한 표에 모아, 투자와 매각 때 계산의 근거로 쓰는 문서입니다.
등장 배경
지분은 문서보다 말이 앞서는 자리입니다. 창업자 셋이 "일단 똑같이 3분의 1씩" 하고 정하고, 두 달 뒤 합류한 개발자에게 "자리 잡히면 1퍼센트 챙겨 줄게" 하고 약속하고, 첫 투자자와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습니다. 같은 회사의 지분을 나눈 세 약속인데 남는 형태가 제각각입니다. 하나는 기억에, 하나는 메신저 대화에, 하나는 법률 문서에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에 옵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자라서 "지금 내 지분이 몇 퍼센트냐" 는 질문이 나오면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창업자는 3분의 1로 알고 있지만 그사이 투자가 두 번 들어왔고, 개발자는 1퍼센트를 약속받았지만 그 1퍼센트가 언제 기준의 1퍼센트인지는 아무도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주식 수가 늘어난 회사에서 나중의 1퍼센트는 처음의 1퍼센트보다 작은 몫입니다.
이 상태가 밖으로 드러나는 자리는 대개 투자 검토입니다. 투자자가 "현재 지분 구성 표 한 장만 주세요" 라고 하면 회사는 그 표를 만드는 데 사흘을 씁니다. 계약서 다섯 부와 이사회 의사록과 몇 년 전 메신저 기록을 뒤져 숫자를 맞춰 보는데, 합계가 100퍼센트가 아니라 103퍼센트로 나옵니다. 어딘가에서 같은 몫을 두 번 약속한 것입니다. 그 3퍼센트가 누구 몫인지 가리는 동안 투자 논의는 멈춰 있습니다.
주주명부는 흩어진 약속을 한 장에 모으고 합계를 반드시 100퍼센트로 맞추게 만든 문서입니다. 주주 이름, 각자가 가진 주식의 종류와 수, 그 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마다 적힙니다. 여기에 아직 사람에게 가지 않은 몫과 나중에 주식으로 바뀔 수 있는 약속까지 함께 적어야 비율이 실제와 맞습니다. 이 표를 회사가 만드는 시점은 투자를 받는 날이 아니라 주식을 처음 나누는 날입니다.
재무·투자 분야에서 이 표가 맡은 자리는 분명합니다. 회사에 얼마의 값을 매길지는 기업가치 평가가 정하고, 그 값을 누가 나눠 갖는지는 이 표 위에서 정해집니다. 그래서 투자 검토가 시작되면 상대가 가장 먼저 달라고 하는 자료에 늘 이 표가 들어갑니다.
분야 구성
주주명부 한 장을 읽으려면 네 갈래를 알아야 합니다. 표에 적히는 주식이 어떤 종류인지(종류),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몫을 어떻게 미리 떼어 두는지(구성), 새 투자가 들어올 때 각자의 비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변동), 비율과 별개로 계약서에 따로 붙는 약속이 무엇인지(권리)입니다.
종류는 같은 회사 주식이라도 붙은 권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다루는 갈래입니다. 표의 줄이 사람 단위가 아니라 주식 종류 단위로 나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보통주 — 창업자와 구성원이 갖는 기본형입니다. 주주총회에서 한 주에 한 표씩 의결권을 행사하고, 회사가 돈을 나눠 줄 때 순서상 맨 뒤에 섭니다. 특별한 보호가 없는 대신 회사가 잘되면 오르는 몫을 그대로 받습니다.
- 우선주 — 투자자가 받는 형태입니다. 배당을 먼저 받거나 회사가 정리될 때 먼저 돈을 회수하는 식으로 보통주보다 앞선 권리가 붙습니다. 투자자가 굳이 이 형태를 요구하는 까닭은 원금을 잃을 위험이 창업자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망하면 창업자는 시간을 잃지만 투자자는 넣은 돈을 잃습니다.
우선주에는 의결권 말고도 이사를 몇 명 지명할 수 있는지, 어떤 결정에 동의가 필요한지 같은 조건이 함께 붙습니다. 이 조건들이 모여 회사가 누구의 감독을 받고 무엇을 혼자 결정할 수 없는지를 정하는데, 그 구조를 따로 거버넌스라고 부릅니다.
구성은 아직 주인이 없는 몫을 다루는 갈래입니다. 옵션 풀은 앞으로 뽑을 사람과 이미 있는 구성원에게 줄 주식을 미리 떼어 놓은 자리입니다. 전체의 10퍼센트를 풀로 잡아 두면 그 10퍼센트는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표에는 이미 한 줄로 올라가 있습니다. 비어 있는 몫을 미리 적는 이유는 그래야 남은 비율이 정직해지기 때문입니다. 풀을 빼고 계산한 창업자 지분 60퍼센트는 사람을 뽑는 순간 54퍼센트로 내려앉습니다. 이 풀에서 나가는 주식이 구성원에게 전달되는 방식이 주식 보상이고, 표에서는 풀의 잔량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채용 계획과 바로 연결됩니다.
변동은 표의 숫자가 움직이는 순간을 다루는 갈래입니다. 지분 희석은 새 주식이 발행돼 기존 주주의 비율이 낮아지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가진 주식 수는 그대로인데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니 나눗셈의 분모가 커지는 것입니다. 100주 중 20주를 가진 사람의 비율은 20퍼센트인데, 회사가 25주를 새로 찍어 전체가 125주가 되면 같은 20주의 비율은 16퍼센트가 됩니다. 희석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닙니다. 회사 값이 40억에서 90억으로 오르며 희석됐다면 비율은 줄어도 그 비율이 가리키는 금액은 커집니다.
권리는 표의 퍼센트에 적히지 않는 약속을 다루는 갈래입니다. 계약서에만 있고 비율로는 보이지 않는데, 회사가 팔릴 때 실제로 누가 얼마를 가져가는지는 이쪽이 정합니다. 네 가지가 자주 나옵니다.
- 청산 우선권 — 회사가 팔리거나 정리될 때 투자자가 남은 돈에서 먼저 회수하는 권리입니다. 100억을 투자한 투자자에게 1배 우선권이 붙어 있으면 매각 대금에서 100억을 먼저 떼어 가고 나머지를 비율대로 나눕니다.
- 희석 방지 조항 — 다음 투자가 이전보다 낮은 값으로 이뤄질 때 기존 투자자의 몫을 보전해 주는 조항입니다. 값이 떨어지면 투자자가 받는 주식 수를 늘려 손실을 메우는데, 그만큼 창업자와 구성원 쪽이 더 희석됩니다.
- 동반 매도 요구권 — 일정 비율 이상의 주주가 회사를 팔기로 하면 반대한 소수 주주도 같은 조건으로 따라 팔게 만드는 권리입니다. 이 조항이 없으면 지분 2퍼센트를 가진 주주 한 사람이 매각 전체를 붙잡아 둘 수 있습니다.
- 동반 매도 참여권 — 대주주가 자기 지분을 팔 때 소수 주주도 같은 조건으로 함께 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앞의 것이 다수를 위한 장치라면 이것은 소수를 위한 장치입니다. 대주주만 좋은 값에 빠져나가고 남은 사람이 낯선 주인과 남는 상황을 막습니다.
네 갈래는 한 줄로 이어집니다. 어떤 종류의 주식을 발행하느냐가 정해지면 그 주식에 어떤 권리를 붙일지가 협상되고, 새 주식이 나오는 순간 모두의 비율이 변동으로 다시 계산되며, 그 계산에는 아직 사람에게 가지 않은 구성 몫까지 포함됩니다. 그래서 표의 한 칸을 고치면 다른 칸이 따라 움직입니다.
실무 용례
"이번 라운드 조건 넣어서 주주명부 시뮬레이션 한번 돌려 주세요."
투자 조건을 표에 대입했을 때 각자의 비율이 얼마로 바뀌는지 미리 계산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옵션 풀을 투자 전에 만들지 후에 만들지부터 정하죠."
풀을 만드는 시점에 따라 누가 희석을 부담하는지가 달라지니 그것부터 합의하자는 말입니다.
"표랑 계약서가 안 맞으면 실사에서 바로 걸립니다."
투자 전에 회사를 검증하는 절차에서 숫자가 어긋나면 그 자리에서 진도가 멈춘다는 뜻입니다.
페이지덱이 시리즈 A를 마무리하던 주에 규원이 하루의 절반을 이 표에 썼습니다. 투자자가 보내온 조건을 표에 넣자 창업자 둘의 합산 지분이 62퍼센트에서 48퍼센트로 내려왔고, 여기까지는 예상한 결과였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줄이었습니다. 투자자가 요구한 옵션 풀 12퍼센트를 투자 전 기준으로 잡으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는데, 이 경우 풀을 만드는 부담을 기존 주주만 지게 되어 창업자 지분이 43퍼센트까지 내려갔습니다. 같은 투자 금액, 같은 회사 값인데 문장 하나로 5퍼센트가 움직인 것입니다.
규원은 이 차이를 표의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이사회에 올렸습니다. 숫자를 나란히 놓고 나서야 논의가 "풀이 12퍼센트면 너무 큰가" 에서 "앞으로 2년 채용 계획에 몇 퍼센트가 필요한가" 로 옮겨 갔습니다. 결국 풀은 9퍼센트로 줄고 그중 일부를 투자 후 기준으로 잡는 선에서 합의됐습니다. 표가 결정을 대신하지는 않았지만, 표가 없었다면 그 5퍼센트는 누구 눈에도 안 띈 채 계약서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흔한 오해
지분율이 곧 나눠 받을 돈의 비율이라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표에 적힌 것이 퍼센트뿐이니 500억에 팔리는 회사의 20퍼센트 주주는 100억을 받는다고 계산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우선권이 붙은 투자자 몫이 먼저 빠져나갑니다. 투자자가 200억을 넣고 1배 우선권을 갖고 있다면 매각 대금 500억에서 200억을 먼저 떼고 남은 300억을 비율대로 나누므로, 20퍼센트 주주에게 가는 돈은 100억이 아니라 60억입니다. 이 차이를 모른 채 매각 소식을 들으면 기대한 금액과 실제 입금액이 어긋나고, 그 어긋남은 이미 계약이 끝난 뒤에야 확인됩니다. 표를 볼 때 비율 칸과 권리 칸을 같이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주주명부를 투자받을 때 만드는 서류로 아는 것도 흔합니다. 이 표를 처음 요구받는 자리가 대개 투자 검토라서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표가 기록해야 하는 사건은 그보다 훨씬 앞에서 일어납니다. 창업자끼리 몫을 나눈 날, 초기 멤버에게 주식을 약속한 날, 지인에게 소액을 받은 날이 전부 표에 들어갈 줄입니다. 그때 적어 두지 않으면 나중에 복원할 방법이 없습니다. 기억은 사람마다 다르게 남고 메신저 대화는 서비스가 바뀌면 사라집니다. 이 줄들이 비어 있는 채로 몇 년이 지나면 퇴사한 초기 멤버가 1퍼센트를 약속받았다고 주장할 때 회사 쪽에 반박할 근거도 인정할 근거도 없습니다. 투자 검토가 이 지점에서 멈추는 일이 실제로 생기고, 멈춘 뒤에 정리하는 비용은 처음부터 적어 두는 비용보다 훨씬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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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