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기업 비교
Comparable Analysis
방법
사업 모델과 단계가 비슷한 회사가 최근 얼마에 거래됐는지를 기준 삼아 우리 회사의 값을 가늠하는 방법입니다.
등장 배경
값을 매기려면 계산할 재료가 있어야 합니다. 오래된 제조 회사라면 지난 10년의 이익과 공장·설비 같은 자산이 있어서 그것으로 숫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창업 3년 차 소프트웨어 회사에는 둘 다 없습니다. 이익은 아직 나지 않고, 회사가 가진 것이라고는 코드와 사람뿐입니다.
남은 방법은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예상해서 계산하는 것인데, 이쪽도 곧 막힙니다. 5년 뒤 매출을 두 배로 잡느냐 세 배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통째로 달라지고, 그 가정을 정당화할 근거가 또 없습니다. 그래서 협상 자리에서 "우리 회사는 300억입니다" 라는 말과 "왜요" 라는 되물음 사이가 늘 비어 있었습니다. 결국 목소리가 큰 쪽이나 다음 투자처가 아쉽지 않은 쪽이 이겼습니다.
유사 기업 비교는 그 빈자리를 밖에서 가져온 사실로 채웁니다. 우리 회사의 미래를 다투는 대신, 우리와 닮은 회사가 실제로 얼마에 거래됐는지를 가져와 기준으로 삼습니다. 집값을 정할 때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 지난달에 얼마에 팔렸는지부터 보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예측은 서로 다르게 할 수 있지만 이미 일어난 거래는 양쪽이 같은 것을 봅니다.
사용 절차
다섯 단계로 진행합니다.
- 비교군을 고릅니다. 사업 모델, 고객이 개인인지 기업인지, 성장 단계, 시장 지역을 기준으로 닮은 회사를 추립니다. 보통 다섯에서 열 곳을 모읍니다.
- 각 회사의 거래 값과 그 값에 대응하는 매출 숫자를 모읍니다. 상장 회사는 공시 자료가 있고, 비상장 회사는 투자 유치나 인수 소식에 붙은 발표에서 찾습니다.
- 회사마다 배수를 구합니다. 기업가치를 연 반복 매출로 나눈 값입니다. 연 반복 매출은 구독처럼 해마다 반복해서 들어오는 매출을 일 년 기준으로 환산한 숫자로, 한 번 팔고 끝나는 매출과 달리 내년에도 들어올 것으로 보는 몫입니다. 이렇게 배수를 써서 값을 매기는 방식 전체를 멀티플이라고 부릅니다.
- 이상치를 걷어내고 중앙값을 씁니다. 여섯 곳의 배수가 6.2, 7.0, 7.4, 8.1, 9.3, 18.0 으로 나왔다면 18.0 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거래로 보고 빼고, 가운데 값인 7.4 를 기준으로 잡습니다. 평균 대신 중앙값을 쓰는 이유는 한 건의 특이한 거래가 평균을 통째로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 우리 숫자에 곱한 뒤 차이를 반영합니다. 연 반복 매출이 30억이면 7.4 를 곱해 222억이 나옵니다. 여기서 우리가 비교군보다 빠르게 크고 있으면 올리고, 고객이 더 많이 떠나고 있으면 내립니다.
적합한 상황과 한계
이 방법이 가장 잘 맞는 자리는 회사 안에 쓸 만한 숫자가 적을 때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널리 쓰이는 까닭이 그것입니다. 협상에서도 다루기 쉽습니다. 상대가 반박하려면 비교군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자기도 다른 거래 사례를 가져와야 합니다. 대화가 확신 대 확신에서 사례 대 사례로 옮겨 갑니다.
한계는 세 가지입니다.
- 진짜로 닮은 회사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같은 협업 도구라도 개인에게 파는 곳과 기업에 파는 곳은 값이 붙는 방식이 다릅니다. 고객 한 곳이 내는 돈, 계약 기간, 영업에 드는 비용이 전부 달라서 매출 규모가 같아도 배수가 두 배씩 차이 납니다.
- 표본이 작습니다. 국내 비상장 거래는 조건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건을 맞춰 추리고 나면 대여섯 건만 남습니다. 그중 하나만 빼거나 넣어도 중앙값이 눈에 띄게 움직입니다.
- 시장을 그대로 비춥니다. 이 방법은 시장이 지금 얼마를 매기고 있는지를 옮겨 올 뿐이라 시장 전체가 과열돼 있으면 우리 값도 같이 부풀고, 얼어붙어 있으면 같이 내려갑니다. 18개월 전 거래를 근거로 쓰면 이미 다른 시장의 값을 들고 오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 방법 하나만 들고 협상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당겨 계산하는 현금흐름 할인법과 함께 돌려 세 가지 값을 만들고, 그 사이를 구간으로 잡아 논의합니다. 합의된 숫자는 텀시트에 한 줄로 적히고, 그 뒤 실사에서 근거로 낸 매출이 사실인지 검증됩니다.
실무 용례
"이번 라운드 밸류는 비슷한 회사 거래 사례 여섯 건 중앙값으로 잡았습니다."
우리 확신이 아니라 최근 거래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설명입니다.
"그 회사는 기업 고객 위주라 비교군에 넣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사업 모델이 다르면 배수도 다르게 붙으니 표본에서 빼자는 지적입니다.
"작년 거래는 지금이랑 시장이 달라서 그대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거래 시점이 다르면 같은 회사라도 배수가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페이지덱이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면서 규원과 재무 담당이 비교군을 추렸습니다. 협업 문서 도구로 검색하면 열두 곳이 나왔지만, 개인 사용자에게 파는 곳과 대기업 계약 위주인 곳을 빼니 다섯 곳이 남았습니다. 배수 중앙값은 7.4 였고 연 반복 매출을 곱하면 222억이 나왔습니다.
투자자 쪽에서는 같은 작업을 자기 기준으로 다시 했습니다. 비교군에 한 곳을 더 넣고 한 곳을 빼자 중앙값이 6.6 으로 내려갔고, 그 차이가 그대로 협상의 간격이 됐습니다. 숫자가 다른 이유가 계산이 아니라 표본에 있다는 것이 드러나 있어서, 대화는 "왜 그 회사를 넣었느냐" 를 두고 이어졌습니다.
흔한 오해
비슷한 회사의 배수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차의 마지막 단계가 곱하기 하나라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배수는 회사에 붙는 고정된 값이 아니라 성장 속도와 고객이 떠나는 비율에 따라 움직입니다. 매년 세 배씩 크는 회사와 제자리인 회사가 같은 7.4 를 받지는 않습니다. 조정 없이 곱하기만 하면 근거처럼 보이는 숫자가 나오지만, 실사에서 성장률과 이탈률이 드러나는 순간 그 값이 통째로 내려갑니다.
상장 회사의 배수를 그대로 쓰는 것도 흔한 실수입니다. 상장 회사는 자료를 구하기 쉬워 비교군에 넣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상장 주식은 원할 때 팔 수 있고 비상장 주식은 살 사람을 따로 찾아야 합니다. 그 차이만큼 값이 깎이고,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더 깎입니다. 이 할인을 빼먹으면 우리 값이 실제 거래되는 수준보다 한참 높게 잡히고, 그 숫자를 들고 간 협상은 대체로 첫 회의에서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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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