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평가

Valuation

관행

회사 전체에 얼마의 값을 매길지 근거를 들어 정하는 일이며, 투자나 매각에서 지분이 얼마나 넘어가는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등장 배경

회사에 값을 매기는 방법 자체는 오래된 일입니다. 해마다 10억을 남기는 공장이라면 그 이익에 몇 배를 곱해 값을 부르면 됐습니다. 파는 쪽과 사는 쪽이 8배를 볼지 10배를 볼지를 놓고 다투기는 해도, 남기는 돈이 10억이라는 사실은 양쪽이 같은 장부에서 확인했습니다. 다투는 폭이 좁았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스타트업에는 그 출발점이 없습니다. 창업 3년 차 회사의 작년 이익은 대개 마이너스입니다. 이익을 키우는 대신 사람을 더 뽑고 광고를 더 사는 중이라 일부러 적자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곱할 숫자가 없으니 기존 계산이 통째로 멈춥니다. 그런데 값은 매겨야 합니다. 투자 유치는 돈을 받고 회사 지분의 일부를 내주는 거래인데, 얼마를 내줄지는 회사 전체의 값이 정해져야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근거가 없으면 협상은 목소리 싸움이 됩니다. 페이지덱이 첫 투자를 받으러 다니던 무렵 규원이 "저희는 200억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하고 말을 꺼냈습니다. 상대가 근거를 물었고 돌아온 답은 "팀이 좋고 시장이 큽니다" 한 줄이었습니다. 상대는 80억을 불렀는데 그쪽 근거도 "초기 회사는 보통 그 정도입니다" 였습니다. 두 배 반이 벌어진 두 숫자 중 어느 쪽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으니 남은 기준은 누가 더 급한가뿐이었습니다. 통장에 두 달치가 남아 있던 쪽이 졌습니다.

기업가치 평가는 이 자리에 확인 가능한 근거를 놓으려고 다듬어진 절차입니다. 발상은 단순합니다. 이익으로 잴 수 없으면 이익 말고 다른 것으로 잽니다. 비슷한 회사가 최근 얼마에 거래됐는지를 보거나, 지금 매달 들어오는 반복 매출에 배수를 곱하거나,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지금 가치로 당겨 계산합니다. 어느 쪽도 정답을 뱉지는 않습니다. 다만 "왜 그 숫자인가" 라는 질문에 표와 계산식으로 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답은 하나의 값이 아니라 구간으로 나옵니다. 방법마다 다른 숫자를 가리키는 것을 결함으로 보지 않고 그 폭 자체를 협상의 무대로 쓰는 것이 이 절차의 성격입니다.

이 숫자에 회사가 신경을 쓰는 까닭은 지분이 여기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30억을 받더라도 회사 값을 120억으로 잡으면 25퍼센트가 넘어가고 270억으로 잡으면 10퍼센트가 넘어갑니다. 협상 한 번에 창업자와 직원이 함께 가진 몫이 15퍼센트포인트씩 움직입니다.

분야 구성

기업가치 평가 아래 묶인 말은 세 갈래로 나뉩니다. 언제를 기준으로 잰 값인지가 기준, 그 값을 무엇으로 만들어 내는지가 방법, 나온 값의 크기에 붙는 이름표가 분류입니다.

기준은 같은 회사에 두 개의 값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갈래입니다. 둘이 있습니다.

  1. 프리 머니 — 투자금이 들어오기 전의 값입니다. 지금 이 회사가 가진 것만으로 매긴 값이라 협상에서 먼저 오르내리는 숫자입니다.
  2. 포스트 머니 — 투자금이 통장에 들어온 뒤의 값입니다. 계산은 더하기 하나로 끝납니다. 프리 머니에 이번에 받은 돈을 더하면 포스트 머니입니다.

두 값을 굳이 나누는 이유는 지분율이 포스트 머니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프리 머니 120억인 회사가 30억을 받으면 포스트 머니는 150억이고, 투자자 몫은 30억을 150억으로 나눈 20퍼센트입니다. 여기서 대화가 자주 엇갈립니다. 한쪽이 "150억 밸류" 라고 말할 때 프리를 뜻했다면 포스트는 180억이 되고 투자자 지분은 16.7퍼센트로 내려갑니다. 같은 문장을 다르게 알아들은 대가가 3퍼센트포인트가 넘습니다. 그래서 숫자를 말할 때는 프리인지 포스트인지를 붙여 말합니다.

방법은 그 값을 어떤 계산으로 만들어 내는지를 다루는 갈래입니다. 세 가지가 여기 들어갑니다.

  1. 유사 기업 비교 — 사업 모델과 단계가 비슷한 회사가 최근 얼마에 거래됐는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데, 회사 안에 쓸 만한 숫자가 적을수록 밖의 거래가 유일한 단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약점은 진짜로 비슷한 회사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같은 협업 도구라도 개인 사용자에게 파는 곳과 기업에 파는 곳은 값이 붙는 방식이 다르고, 국내 거래는 조건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표본 자체가 대여섯 건에 그칩니다.
  2. 멀티플 — 매출이나 이익에 배수를 곱합니다. 구독 사업에서는 대개 연 반복 매출이 기준이 됩니다. 연 반복 매출 30억에 배수 8을 곱하면 240억입니다. 배수는 고정된 값이 아니라 성장 속도와 고객이 떠나는 비율에 따라 움직입니다. 매년 세 배씩 크는 회사와 제자리인 회사가 같은 배수를 받지는 않습니다.
  3. 현금흐름 할인법 — 앞으로 여러 해에 걸쳐 벌어들일 현금을 예상해 그것을 지금 가치로 당겨 더합니다. 미래의 돈은 지금의 같은 금액보다 값이 낮다는 전제를 쓰는데, 기다리는 동안 다른 데 굴렸으면 불었을 몫과 계획이 빗나갈 위험을 함께 빼기 때문입니다. 계산이 가장 정교해 보이지만 스타트업에서는 가장 덜 믿음직합니다. 5년 뒤 매출 예측이 두 배만 틀려도 결과가 두 배로 흔들립니다.

셋 중 하나를 골라 쓰지 않습니다. 세 방법을 함께 돌려 나온 값들로 구간을 만들고, 그 구간 안에서 협상합니다. 유사 기업 비교가 180억, 멀티플이 240억, 현금흐름 할인법이 300억을 가리키면 논의는 180억에서 300억 사이에서 벌어집니다. 한 방법만 들고 가면 상대가 다른 방법으로 반박할 때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절차 자체는 대체로 같은 순서로 흘러갑니다. 회사 쪽에서 재무제표와 지표를 정리해 넘기면, 투자자가 세 방법으로 자기 계산을 돌리고, 양쪽 구간이 겹치는 자리에서 숫자가 합의됩니다. 합의된 값은 텀시트에 한 줄로 적히고, 그다음 실사에서 근거로 낸 숫자가 사실인지 검증됩니다. 실사에서 매출 인식 기준이 잘못됐거나 계약이 곧 끝날 고객이 섞여 있는 것이 드러나면 합의했던 값이 다시 내려갑니다. 회사 쪽에서는 대표와 재무 담당이, 투자자 쪽에서는 심사역이 이 과정을 붙들고 갑니다.

분류는 나온 값의 크기에 이름을 붙이는 갈래입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조 원을 넘는 비상장 기업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계산 방법이 아니라 결과에 붙는 이름표라서 이 갈래에는 항목이 하나뿐입니다. 이런 이름이 생긴 이유는 그만한 값이 붙은 비상장 회사가 처음에는 상상 속 동물만큼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 정도로 희귀하지 않아 이름값이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이 이름표를 볼 때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1조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합의된 포스트 머니로 세는 값이지 회사가 1조어치 현금을 벌어들였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가격이 지금도 유효한지는 다음 거래가 있어야 확인됩니다.

세 갈래는 한 줄로 이어집니다. 방법이 숫자를 만들면 그 숫자가 기준에 따라 프리와 포스트로 갈라지고, 포스트 머니가 얼마나 커졌느냐에 따라 회사에 이름표가 붙습니다. 그래서 대화에서 밸류라는 말이 나오면 확인할 것이 둘입니다. 무슨 방법으로 나온 숫자인지, 그리고 프리인지 포스트인지입니다.

실무 용례

"이번 라운드 프리로 들으신 거예요, 포스트로 들으신 거예요? 지분율이 달라져서요."

같은 숫자를 서로 다른 기준으로 알아듣고 있을까 봐 확인하는 말입니다.

"연 반복 매출 기준 8배는 지금 시장에서 좀 높습니다. 같은 단계 거래가 5~6배예요."

멀티플 방식으로 부른 값을 유사 기업 비교로 반박하는 말입니다.

"밸류를 무리하게 올려 두면 다음 라운드가 어려워집니다."

지금 받는 숫자가 다음 협상의 출발선이 된다는 경고입니다.

페이지덱이 시리즈 A 를 준비하던 분기의 일입니다. 연 반복 매출이 24억이고 전년 대비 2.4배로 늘고 있었습니다. 투자자가 먼저 배수 6을 꺼내 프리 머니 144억을 제시했고, 규원은 성장 속도를 근거로 10배를 주장했습니다. 두 숫자 사이가 96억이었습니다.

그 간격을 좁힌 것은 표 한 장이었습니다. 재무 담당이 최근 1년 사이에 투자를 받은 국내 협업 도구 회사 일곱 곳의 반복 매출과 투자 조건을 모아 배수를 계산했더니 5배에서 9배 사이에 흩어져 있었고, 그중 페이지덱처럼 매출이 두 배 넘게 늘던 세 곳은 7배에서 9배였습니다. 회의는 이 표를 놓고 다시 시작됐습니다. 최종 합의는 배수 7, 프리 머니 168억이었습니다. 30억을 받았으니 포스트 머니는 198억이고 투자자 지분은 15퍼센트가 됐습니다. 규원이 원래 부른 10배가 관철되지는 않았지만, 협상이 "저희 팀이 좋습니다" 에서 "같은 조건의 회사 세 곳이 7배에서 9배를 받았습니다" 로 옮겨 간 것이 첫 라운드와 달라진 점입니다. 상대가 표의 숫자를 반박하려면 다른 거래를 들고 와야 하고, 그 순간부터는 급한 쪽이 지는 싸움이 아니라 근거를 더 많이 가진 쪽이 이기는 대화가 됩니다.

흔한 오해

밸류가 높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읽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기사에 실리는 것이 늘 이 숫자이고 회사의 성적표처럼 다뤄지니 그렇게 보이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다음 협상의 출발선이 함께 올라갑니다. 이번에 300억을 받았으면 다음 라운드는 그보다 높은 값을 받아야 정상으로 취급되고, 그러려면 그 사이에 매출이 그만큼 자라 있어야 합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값을 받아 두면 2년 뒤에 다운 라운드가 기다립니다. 이전보다 낮은 값으로 투자를 받는 상황인데, 여기서는 기존 투자자를 보호하는 조항이 발동해 창업자와 직원 몫이 예상보다 크게 줄고 스톡옵션은 행사 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높아져 종이가 됩니다. 채용 제안을 받은 사람이 지분 얘기를 꺼냈을 때 설명할 말이 없어지는 것도 이 시점입니다. 그래서 협상 자리에서 제시받은 값을 일부러 낮춰 받는 회사도 있습니다. 지금 100억을 덜 받는 대신 2년 뒤에 정상적으로 올라갈 여지를 사 두는 선택입니다.

회사의 실제 값어치가 그 숫자라고 믿는 오해도 흔합니다. 200억이라는 값이 회사 어딘가에 실재하는 금액처럼 들리니 자연스러운 착각입니다. 실제로는 한 시점에 한 투자자가 회사 지분의 일부에 매긴 가격을 전체 주식 수로 늘려 잡은 값입니다. 누군가 1퍼센트를 2억에 샀다는 사실을 100배 해서 200억이라고 부르는 것이지, 회사를 통째로 사겠다는 사람이 200억을 들고 서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통장에 없는 돈을 있는 것처럼 계산하게 됩니다. 밸류 200억을 근거로 채용 계획을 세우고 사무실을 옮겼다가, 정작 다음 투자가 반년 밀리면서 급여를 못 맞추는 회사가 매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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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가치 평가가 이 분야의 어느 자리에 놓인 갈래인지 봅니다. 청구에서 시작해 회계와 지표를 거쳐 가치와 지분으로 이어지는 줄에서, 앞쪽이 헐거우면 왜 이 자리의 숫자가 깎이는지가 거기서 이어집니다

  • 프리 머니

    협상에서 실제로 오르내리는 숫자가 이쪽이라 여기부터 읽으면 나머지가 쉬워집니다. 같은 밸류를 프리로 말했을 때와 포스트로 말했을 때 지분이 어떻게 갈라지는지도 그 페이지에서 계산까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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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9-16